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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직이는 세계 ] 2003년09월17일 제476호 

인도에선 콜라를 조심하라?

코카콜라 · 펩시 제품에서 살충제 성분 검출… 그동안 환경오염·물남용 등으로 비판받아와

지금 인도에서 누가 가장 인기 있는 연예인인지 아는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코카콜라와 펩시의 광고를 보는 일이다. 이 회사 제품들의 광고모델은 대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연예인들이 독차지한다. 새로운 스타가 떠오르면 즉시 새 광고모델로 기용되는 탓에 몇 개월마다 모델이 바뀌기도 한다. 2001년 한해에만 35억병의 청량음료가 인도에서 팔린 점을 감안하면 두 회사가 광고에 쏟는 정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계속되는 반 콜라 감정

하지만 최근 코카콜라와 펩시가 큰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8월5일, 20년 전통을 가진 공신력 있는 비정부기구인 ‘환경과 과학을 위한 센터’(CSE)에서 코카콜라와 펩시 제품에 살충제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CSE는 델리에서 채취한 코카콜라와 펩시사의 제품 샘플 12개에 암, 불임, 골다공증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치명적인 살충제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고 폭로했다. 또 펩시사의 살충제 함유율 평균이 유럽 기준의 36배였고 코카콜라 제품은 30배가 초과되었다고 CSE 보고서는 주장했다. 두 회사의 모든 샘플에서 발견된 4가지 독성 살충제 성분은 린덴, DDT, 말라티온, 클로르피리포스였다.


사진/ 인디아 뉴델리 시내에 서 있는 펩시콜라 광고판. 인디아에선 2001년 한해에만 35억병의 청량음료가 팔렸다.(GAMMA)


이 발표가 나오자 어떤 제품은 40%까지 판매율이 떨어졌다. 국회식품위원회는 코카콜라와 펩시사 제품의 국회 반입을 금지했고 전국의 많은 학교와 대학들도 같은 조처를 취했다. 델리 고등법원은 정부에 회사쪽에서 제공한 것이 아닌 시장에서 임의로 추출한 제품을 검사한 다음 3주 뒤에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12억달러 규모의 인도 청량음료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숙명의 라이벌 펩시와 코카콜라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하려 애썼다. 펩시와 코카콜라는 자신들의 제품이 모든 국제 기준에 적합하며 45종류의 살충제 성분에 대한 정기검사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자사 제품의 안전을 보장하는 광고를 신문에 게재하고 포스터를 배포했다. 그러나 광고에서 언급한 기준치 이하의 살충제 성분은 원료인 물에 대한 것이지 완제품에 대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민들의 의혹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시민들은 두 음료의 유해성뿐 아니라 다국적 기업들이 흔히 보여주는 이중기준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CSE는 미국에서 채취한 두 회사 제품에는 어떤 살충제 성분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 앙숙인 파키스탄의 뒤를 봐주는 것 때문에 반미 감정이 생기면서 인도에서는 ‘반 콜라 감정’이 빈번하게 표출된다. 지난 이라크전에는 인도 마오쩌둥주의자들이 코카콜라 공장을 폭파하는 일이 발생했다. 1999년 인도가 핵실험을 했을 때 미국이 인도와의 기술협력과 산업투자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자 인도 정부는 코카콜라와 펩시사 제품에 판매금지 조처를 내리기도 했다.

“검은돈이 얼마나 오갔느냐”

올 초에는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 위치한 코카콜라 공장에서 유해한 폐기물 진흙을 방출한 일이 문제가 됐다. 영국 방송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코카콜라쪽은 그 진흙을 좋은 비료라며 ‘인도적 차원’에서 부근 지역 농부들에게 배포했다. 가 채취한 샘플에는 암, 신장 이상, 호르몬 이상, 폐손상 등의 원인이 되는 카드뮴과 임산부와 어린이에게 특히 위험한 납 등의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 함유되어 있었다. 이 지역의 지하수와 우물물에서도 세계보건기구(WHO) 허용치 이상의 오염물질이 함유되어 있었다. 그린피스의 조사결과 역시 허용치 이상의 중금속이 그 폐기물에 함유되어 있음을 밝혀냈고, 케랄라공해관리부 역시 납의 경우는 기준치 아래지만 위험한 수치의 카드뮴이 함유되어 있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코카콜라 포스터가 부착된 델리 시내 상점 풍경.(우명주)


하지만 코카콜라쪽은 이들의 주장을 부인하며 문제의 진흙은 무해하며 농부들의 요청에 따라 배포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또 자신들은 케랄라에 21억원을 투자해 인도에서 가장 실업률이 높은 주에서 약 5천명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했다고 오히려 큰소리치고 있다.

하지만 판차야트라고 불리는 지역자치기구에서는 코카콜라 공장의 면허를 취소했고 코카콜라는 이 결정을 취소해줄 것을 지역 최고법원에 항소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해당 지역 코카콜라와 펩시 공장의 지하수 과다 추출로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도 공장이 생긴 이래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은 공장을 가동하자마자 물부족이 시작되었고 심지어 우기에도 물부족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두 회사는 이 문제의 원인 역시 강수량 부족으로 돌려서 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한층 커지고 있다.

한편, 8월21일 수시마 스와라지 보건부 장관은 국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스와라지 장관은 “조사를 실시한 12개의 표본이 모두 CSE가 주장한 것과 같은 높은 수준의 살충제 성분을 함유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도 “일부 경우에 살충제 성분은 유럽연합(EU) 기준보다 훨씬 낮았고, 다른 일부는 EU 기준보다 몇배 높았다. 자신들 제품이 EU 기준치 아래에 있다는 청량음료사의 주장은 정확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검은돈이 얼마나 오갔느냐”면서 다국적 기업과의 뒷거래 가능성을 제기하며 비난했다. 또 정부쪽 조사에 대한 의구심을 표출했다. 스와라지 장관은 자신의 성명은 전적으로 마이소르에 있는 중앙식품기술연구소와 캘커타에 있는 중앙식품연구소의 검사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결국 이 문제의 조사를 위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단이 꾸려졌다. 야당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15명의 조사단은 야당 의원 중심으로 꾸려졌으며 조사단장 역시 제1야당인 국민회의 의원이 맡고 있다. 하지만 보건부 장관은 국회 내 코카콜라와 펩시 제품 반입 금지 조처는 조사단 보고서가 제출될 때까지 유효하다고 밝혔다.

청량음료의 안전기준부터 세워야

이 문제와 관련해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현재 인도에 적절한 청량음료의 안전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CSE 역시 이번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려는 목적은 단지 코카콜라와 펩시를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도에 적절한 음료관리법을 제정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인도 식품 불순물 예방법 제65조는 식품의 살충제 함유 여부를 규제하지만, 음료를 제외하고 있다. 이 법은 또 비알코올성 음료의 질을 규제하지만, 살충제는 별도로 다루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과실제품 조항은 과일주스나 과육이 함유되지 않은 감미탄산수나 함유율 10% 미만의 과일주스나 과육 함유수는 음료로 적합한 물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이 다만 “음료에 적합한 물을 사용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인도 표준국의 청량음료 성분으로서 막연하게 물의 품질 기준을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인도 현실에 맞는 새로운 법 제정이 절실하다. 일부 환경주의자들조차 EU 기준은 대부분의 인도 식품과 농산물이 통과할 수 없는 너무 엄격한 규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건부 장관은 “만약 그것이 실행된다면 우리는 모두 목말라 죽을 것”이라며 인도의 모든 것을 EU 기준으로 판단하는 데 대해 경고했다. 정부는 “청량음료와 생수의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혀 새 지침이 내년 1월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델리= 우명주 전문위원 greeni@orgi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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