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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직이는 세계 ] 2000년12월20일 제339호 

[움직이는세계] 취업하라, 아니면 떠나라

연말마다 돌아오는 중국 대학생들의 취업전쟁… 베이징에 남기 위해 졸업예정자들은 지금 처절하다


(사진/베이징대의 강의모습.비좁은 강의실을 가득 메운 학생들의 열기가 대단하다)


중국 대학은 한국과 달리 7월이 졸업 시즌이다. 그러나 항상 이 맘 때가 되면 베이징에 있는 대학 졸업예정자들은 취업 문제로 몸과 마음이 급하기만 하다. 기업설명회 및 인재초빙회가 몰려 있는데다 늦어도 이듬해 5월 초순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베이징에 남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이 태어난 성(省)으로 되돌아가 그곳에서 직장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침내 졸업했어, IBM은 너를 필요로 해!” 발빠른 인터넷 회사가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만든 홈페이지에 이리저리 띄워놓은, 방문자의 시선을 자극하는 문구이다. 졸업예정자들은 지나(Sina), 소후(Sohu) 등 유명한 포털사이트들이 개설한 직업 정보란을 통해, 또 각 대학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직업 정보 사이트를 통해 직업 정보를 체크하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외국계, IT 기업이 인기 1순위

바쁘긴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교육부가 각 기업에 대학교를 직접 방문하여 기업설명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허락한 첫날인 지난 11월20일 베이징대, 청화대, 인민대 등 베이징의 유명한 대학교에는 다국적 기업, 중국 국내의 내로라하는 IT기업, 대형 국유기업들이 ‘인재’를 찾기 위해 줄줄이 몰려들었다. 중국의 각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대, 청화대 등은 이미 12월 말까지 기업설명회 일정이 꽉 차 있다고 한다. 베이징대 ‘학생 취업 지도 서비스 센터’의 한 직원은 기업의 설명회 개최 요구, 학생들 자문과 지도 등으로 “매일 전쟁을 치르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중국 대학생들은 취업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기업들은 어떤 요구를 제기하는 것일까.

우선, 취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베이징대 경영대학원 석사생 리번강(李本剛)은 간단하게 “임금 수준”이라고 밝힌다. 정치에는 아예 관심이 없어 국가기관에는 취직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그는 “초봉으로 4천∼5천위안 정도이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베이징대 전자감응연구소 석사과정에 있는 왕다청(王大成)은 “컴퓨터 기초 지식이 있어 취업에 유리하다. 이미 여러 기업설명회에 참석해보았고, 또 몇 기업으로부터는 구두로 입사 결정을 통보 받았다”며 “임금보다는 앞으로 나의 발전을 보장할 수 있는 직장을 더 고려한다”고 말한다. 농사짓는 부모와 대학생인 남동생을 부양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그는 “이미 어느 대학 강사직 제안을 받았다”면서 “앞으로 2∼3년 더 고생한 뒤 유학길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대 법학과 본과생 장신(張昕)은 “다국적 기업은 보통 영어 6급 이상, 석사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고 있어 취업하기가 어렵다”라며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는 자신의 전공에 해당되는 공안국, 검찰원, 법원에 취직하기 위해 내년 초에 개최될 공무원 시험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체계적인 통계자료는 나오고 있지 않지만, 고급 인력들의 업종별, 기업별 선호도는 분명하다. 임금 수준이 높고 업무 환경이 좋은 구미계 다국적 기업과 IT 기업 등이 단연 제1순위이다. 직장이 안정되어 있고 여러 특권이 뒤따르는 일부 국가 행정기관, 이른바 ‘페이 딴웨이’(肥單位, 기름진 단위)도 여전히 인기가 높다. 이들에 비해 임금 수준도 낮고 특권도 거의 없는 대학교, 연구기관, 전통적인 국유기업, 일부 국가 행정부 등은 상대적으로 평가도가 낮은 편이다.

취업전쟁이 치열해질수록 이른바 ‘좋은’ 직장들이 제기하고 있는 구직자 구비 요건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몇 차례 외국기업 인재초빙회에 참석했던 대학 졸업예정자는 “이력서를 제출하는 사람들 중 대학원 졸업생들이 많아 본과 졸업장으로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점점 높아지는 기업의 요구

사정은 국가 행정부도 마찬가지이다. “본과 이상 학력, 성적 우수자, 영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사람, 비영어 전공자, 대학 영어 6급 이상 취득자, 남성 170cm, 여성 160cm 이상….” 최근 국가의 모 행정부가 구직자들에게 요구하는 구비 조건들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조건일 뿐인 것 같다. 대학 졸업예정인 한 여학생은 “국가 기관에 이력서를 제출하러 갔다가 대학원 이상의 학력을 원한다는 말을 듣고 아예 이력서도 내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학력에 대한 우대는 점점 강화되는 추세고, 대학원 졸업예정자만을 위한 인재초빙회가 개최될 정도이다. 최근 베이징시 인사국이 중국건축문화센터에서 개최한 ‘2001년 졸업 대학원생 공급수요 쌍방 선택회’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6천여명의 석·박사 졸업예정자들이 몰려들었고, 180여개의 기업, 학교, 국가 행정부가 참여했다. 이날 베이징시 인사국의 한 간부는 “2000년 베이징시가 받아들인 대학원 졸업생은 3천명이 넘었다. 올해 수요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점차 높아지는 기업의 요구와 선택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취업을 뒷전에 두고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유학길에 오르는 학생도 적지 않다. ‘베이징대학 학생 취업 지도 서비스 센터’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2154명의 졸업생(본과생) 중 실질적 취업자 873명(40.6%)을 제외한 대부분은 대학원 진학(763명, 34.4%), 유학(458명, 21.3%)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중국이 한국처럼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가 어렵긴 하지만, 경기가 좋아 기업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대학 졸업예정자들이 취업을 걱정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 중국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올해 기업의 수요와 대학 졸업자의 공급 상황은 ‘대학원 졸업생의 경우 수요가 공급보다 많고, 대학 졸업생들은 수요와 공급이 비슷하며, 전문대 졸업생들의 경우 수요가 공급보다 적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베이징대 학생 취업 지도 서비스 센터 리궈중(李國忠) 주임은 올해 기업 수요의 특징으로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기업이 학교로 들어와 인재를 요구하고 있고 △IT 산업과 국내외의 금융기관의 수요가 대단히 많으며 △전반적으로 구직 요구가 지난해보다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밝힌다.

베이징 호구를 얻기 위해…


(사진/전통양식으로 지어 눈에 띄는 베이징대 건물.베이징대와 청화대등 명문대학들은 12월까지 취업설명회 일정이 꽉 차 있다)


좋은 경기의 바람을 타고 직업 선택의 기회가 많은 중국 졸업예정자들이지만, 그들을 짓누르는 압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계속 이 직장 저 직장의 문을 두드리면서 베이징에 남을 수 있는지 아니면 타 도시로 가야 하는지 그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졸업예정자들은 기업과 학교에서 제공하는 유경지표(留京指標, 외지인이 베이징에서 호구를 취득할 수 있는 표)를 받아야만 베이징에서 직장을 구할 수 있으나, 그 지표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시는 외지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각 대학과 기업에 제공하고 있는 유경지표를 대개 졸업예정자 수의 15∼20%로 제한하고 있다.

중국에서 베이징 호구는 일종의 신분과 계층의 상징이다. 베이징 호구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자녀를 유아원에 입학시킬 때부터 ‘찬조비’ 명목으로 베이징 호구를 가진 사람들이 내는 학비보다 수십배 이상 물어야 한다. 초등학교, 중등학교, 고등학교로 갈수록 그 부담은 더욱 커져 어지간한 직장의 월급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이다. 또 대학교도 신입생을 모집할 때 지역마다 한정된 수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베이징 호구를 가진 학생들은 비베이징 지역의 학생들보다 낮은 성적을 받더라도 베이징의 좋은 대학을 입학할 수 있는 혜택을 받는다.

이런저런 이유로 졸업예정자들은 베이징에 남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한 졸업예정자는 “대우가 좋지 않더라도 우선 호구를 해결해줄 수 있는 기업에 취업했다가 1∼2년 지나 대우가 더 좋은 곳으로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저런 ‘재주’가 없는 졸업예정자들은 아예 상하이, 심천, 광주 등지에 취업했다가 경력을 쌓은 뒤 ‘당당히’ 베이징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베이징 외의 지역으로 가는 경우에도 인재가 몰리는 지역별 격차가 매우 심하다. 정부의 ‘서부대개발’ 방침에 맞춰 서부지역으로 가는 학생에 대해서는 ‘영예 증서’를 발급하고 베이징 호구를 보류할 수 있는 특혜를 주고 있고, 서부지역의 기업들은 주택제공 등 여러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지만, 고급인력들은 주로 경제가 발전된 대도시와 연해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베이징=장영석 통신원yschang@public3.bta.net.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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