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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문화&과학 > 문화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8월28일 제7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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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전문성과 대중성을 횡단하는 저술가들 이야기 <한국의 글쟁이들>

▣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매혹적인 글을 쓰려는 사람은 이 책을 볼 필요가 없다. 책에 나오는 글쟁이 가운데 소설가와 시인은 한 명도 없다. 전문적인 지식을 찾는 진지한 사람이나 얄팍한 읽을거리를 찾는 사람도 이 책을 볼 필요가 없다. 이 책은 전문성과 대중성의 중간을 걷는 글쟁이들을 다루고 있다.

한비야·김용옥의 눈높이 맞추기


그럼, 어떤 사람이 이 책을 잡아야 할까? 인터넷에 블로그를 하나라도 만든 사람이라면 이 책을 선택해봄직하다. <한국의 글쟁이들>(구본준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만1천원)은 지은이가 각 분야의 대표 저술가 18명을 만나 기록한 인터뷰집이다.

책에는 각자의 분야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갖고 글을 쓰는, 알아주는 글쟁이들 18명이 나온다. 한비야 월드비전 국제구호팀장, 김용옥 동양철학자, 이주헌 대중미술 저술가, 이원복 만화가, 이인식 과학칼럼니스트 등등이 그들이다.

블로그가 있는 사람들은 왜 이 책을 봐야 할까? 사람을 끌어당기는 글쓰기 전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글쟁이들의 글쓰기 전략을 관통하는 큰 흐름은, 바로 독자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이다.

도올 김용옥의 글쓰기 전략은 젊은이들과의 대화다. 그는 책을 쓸 때 대상을 25~35살로 잡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 나이대에 맞춰 스스로 젊어지는 것이 저술가의 의무이자 철칙이라고 확신한다. “어떻게 하면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 끈을 놓치지 않느냐, 그게 삶에서 끊임없이 벌여야만 하는 사투라고 할 수 있어요.”

중고생들이 좋아하는 글쟁이 가운데 한 명인 한비야씨도 그렇다. 유명 연예인이 아님에도 중고생들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독자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때문이다. “나이 들면 사람들은 세상 다 산 것처럼 ‘돌아보니 이렇더라’고 쓰기 십상인데 저는 한 발짝 앞에서 제가 목격한 세상을 보여주면서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거예요.”

또 다른 글쓰기 전략은 책 내용을 차별화하는 것이다. 이덕일은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에서 역사의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주제의식을 보여준다. 고정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우암 송시열이라는 신화를 거침없이 비판했다.

18명 가운데 정민·주경철·정재승·임석재는 교수 글쟁이들이다. 자신의 연구 성과나 전공 분야의 최신 정보를 책으로 펴내고 있다. 이덕일·주강현·노성두·허균·공병호씨 등은 프로 저술가들이다. 이들은 박사학위 소지자나 유학파로, 학문적 지식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

엔지니어 출신 과학저술가 이인식씨, 대기업에서 변화경영을 담당하다 자기계발 저술가로 변신한 구본형씨 등은 학자 출신이 아닌 전문가 글쟁이들이다. 이들은 특정 분야 전공자는 아니지만 저널리스트적 감각과 관점으로 새 흐름을 보여준다.

2진급으로 평가받는 아픔

책에 나오는 글쟁이들은 모두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독자 지향적인 기획력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글쟁이들은 글을 ‘술술’ 잘 쓴다. 학자들의 글쓰기처럼 딱딱하지도 않고, 언론인들의 글쓰기처럼 전문성이 부족하지도 않다. 이들은 전문성을 살리고 전달력은 높이는 글을 썼고, 독자들은 이들을 선택했다.

지은이는 “교수가 아닌 저술가들의 경우, 독자들에게 높은 평가와 인기를 얻고 있는데 정작 언론에서는 학자들보다 못한 2진급으로 평가받는 아픔을 겪고 있었다”고 씁쓸해한다. 지은이는 마지막으로 “확실한 콘텐츠를 담아내면 생소한 분야라도 독자들은 화답한다”고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