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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인터뷰 > 사람이야기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1월24일 제6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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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김은지] ‘철수와 영희’들을 위한 책

▣ 이선옥 월간 <작은책> 객원기자 namufree@hanmail.net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세상의 중요한 것들은 다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는 광고가 있다. 의식주, 아침·점심·저녁, 육·해·공, 철수·영희·바둑이. 광고 덕을 봤냐는 질문에 출판사 ‘철수와영희 박정훈(39)김은지(39)대표 부부는 도리질을 쳤다.

‘철수와영희’라는 독특한 이름의 출판사를 알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출간된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라는 책 때문이다. 하종강, 홍세화, 정태인 등 진보 지식인들의 강의를 엮어내 제법 알려졌지만, 그 뒷얘기를 들어보니 3천 부까지의 인세는 월간 <작은책>에 기부하고, 3천 부 이상 팔리면 그때부터 인세를 주겠다는 ‘노예계약서’에 저자 6명 모두 흔쾌히 응해 나올 수 있었던 책이라고 한다. 다행히 인세를 주게 됐다며 기뻐하는 걸 보니, 말 안 해도 그간 마음 졸였을 이 부부의 초조함을 알겠다.

본디 ‘철수와영희’는 박씨와 친구 두 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출판사다. ‘책도둑’이라 지었다가 아이들책 내기엔 부정적이라 누군가 문득 떠올린 ‘철수와영희’로 결정을 보았단다. 교과서에 제일 처음 나오는 이름, 이제는 어른인 ‘철수와 영희들’에게 좋은 책을 만들어주자는 그럴듯한 의미는 나중에 부여됐다. 대신 ‘책도둑’은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라는 이 출판사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박씨의 친구들은 기획을 함께 하고, 편집·교열교정·디자인 등은 외주로 맡긴다. 영업·마케팅을 비롯해 발로 뛰는 일은 부부가 도맡는다. 무늬만 대표일 뿐이라고 한사코 사진 찍는 것도 조심스러워하지만, 책으로 번 돈은 모두 책에 투자한다는 원칙만큼은 꼭 지킨다.

‘철수와 영희’는 어른과 아이들을 위한 쉬운 인문사회 과학서를 펴내는 것이 목표다. 언뜻 무모해 보이기도 한 갓 1년 된 이 작은 출판사의 성적은 그리 나쁘지 않다. <우리는 말썽꾼이야> <엄마가 훔쳐보는 선생님 일기> <소심한 김대리 직딩일기> <철들지 않는다는 것> 등 펴낸 책 대부분 재판을 찍었다. 갓 펴낸 <10대와 통하는 정치학>도 30~40대 부모들의 구매 덕에 반응이 좋다. 세상의 모든 ‘철수와 영희들’에게 오래오래 좋은 책 만들어주시길, 독자 ‘영희’의 한 명으로서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