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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경제 > 경제21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8월21일 제7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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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기업이 뛴다] 가속 페달 밟은 ‘베이징 현대’

올림픽 계기로 지난해 부진 만회할까… 준중형급은 물론 중형차 시장까지 적극 마케팅

▣ 베이징(중국)=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올림픽을 맞아 베이징을 찾은 관광객들의 눈에 가장 빈번하게 노출되는 자동차 브랜드는 ‘베이징 현대’다. 악명 높은 베이징의 대기오염도를 낮추기 위해 올림픽 기간 중 승용차 홀짝제를 강제한 까닭에 시내도로에서 택시들은 쌩쌩 달린다. 6만7천 대의 택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베이징 현대의 쏘나타와 엘란트라는 말 그대로 ‘움직이는 광고판’인 셈이다. 중국인들이 100년을 기다렸다는 올림픽 개최는 현대차가 ‘현대 속도’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2002년 현지 공장을 처음 설립한 이후 쏘나타와 엘란트라를 앞세워 빠른 속도로 중국 시장을 점령하며 ‘베이징 현대 스피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현대차가 지난해의 성장 정체를 극복하고 부활하기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 베이징시 경제기술개발구의 현대차 판매대리점을 찾아온 고객에게 판매사원이 ‘엘란트라 웨둥’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21 임주환 기자)

100만 대가 넘는 중국 내 생산 능력

8월12일 찾아간 베이징 북동쪽 임하공업개발구 내 베이징현대차 제2공장에서는 ‘친정가기’라고 이름 붙인 대규모 고객초청 행사가 열렸다. 중국 각지의 고객과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현대차 공장 견학과 올림픽 경기 참관의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을 기념하는 뜻에서 초청 인원도 2008명으로 정했다. 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아니기 때문에 올림픽을 활용한 직접적인 홍보활동은 할 수 없지만, 개최 도시에 터를 잡은 유일한 완성차 업체라는 강점을 활용해 ‘매복 마케팅’을 벌이는 셈이다.

현대차는 관광객을 위한 관광지도 제작, 자원봉사 차량 제공 등 간접적인 홍보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현지 공장이 위치한 순이구(順義區)에 자원봉사자들이 탈 차량 4대를 전달했고, 올림픽 개막 전에는 택시 이용객들에게 편의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택시에 대한 무상점검 서비스를 했다. 또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중국 유력 포털 소후닷컴(sohu.com)과 함께 베이징 안내지도와 경기관람 안내 수첩을 발간해 서점 등에서 판매 중인데, 각 지면에 현대차 엠블럼과 광고가 실리는 만큼 브랜드 노출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이징현대차 관계자들은 베이징 2공장 준공, ‘엘란트라 웨둥’이라고 불리는 아반떼HD의 현지형 모델 출시 등이 올 들어 자신감을 되찾게 한 핵심 요소라고 강조한다. 지난 4월 출시한 엘란트라 웨둥은 현대차가 지난 2006년 11월에 열린 베이징 모터쇼 이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개발한 중국형 모델이다. 당시 모터쇼에서 현대차의 현지 주력모델인 아반떼XD와 같은 준중형급인 도요타의 신형 ‘뉴코롤라’가 관람객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대응책을 서둘러야 했다. 13개월간 650억원의 비용을 투입해 개발한 중국형 아반떼는 도요타의 코롤라보다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하고, 후드와 차체 높이를 올리고 헤드램프도 볼륨감이 느껴지게 디자인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4월8일 연간 생산 30만 대 규모의 베이징 2공장을 준공하면서, 현대차 1공장(30만 대)과 기아차 1·2공장(43만 대)을 합쳐 100만 대가 넘는 중국 내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당시 준공식에 참석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60만 대 생산체제 구축은 베이징현대가 중국 최고의 자동차 회사로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중국형 아반떼를 계기로 중국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한 디자인과 사양을 갖춘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기술센터를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와 브랜드파워 제고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베이징현대의 최근 행보는 시련을 겪은 지난해의 위기 요인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2002년 설립된 베이징현대는 2년 만에 15만 대를 생산하며 현지 승용차 판매 10위권에 진입했고, 2006년에는 29만 대를 판매해 5위권까지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판매량이 23만 대로 추락하며, 기아차의 현지 합작법인인 둥펑웨다기아와 함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산업연구원의 조철 박사는 “2007년 승용차 판매 선두였던 상하이GM의 매출 대비 이윤율이 10%인 반면, 베이징현대는 4%대에 그쳤다”면서 “브랜드가치가 유럽·일본차에 비해 떨어지고 새 차종 출시가 지연된데다 현지 투자 파트너와의 관계에도 문제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도약이냐 추락이냐의 갈림길에 선 베이징현대에 대해 백효흠 중국법인 판매본부장은 “생산능력을 갖추기 위한 1차 5개년이 끝나고, 올해부터는 마케팅 능력을 본격 강화하는 2차 5개년에 새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지난 5년여 동안 품질과 생산물량 확보가 관건인 ‘공급자 중심 시장’이었다면, 올해부터는 판매조직을 확대하고 찾아가는 마케팅을 하는 원년이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의 판매대리점에서 만난 루시앙화 총경리는 “올해부터는 아파트촌 등에 차를 가져가 전시하고 팸플릿을 나눠주는 등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 차별화된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면서 “우리 판매대리점의 지난해 판매량은 1300대였지만 올해는 고유가와 올림픽 기간의 차량통제 등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상반기에만 898대가 팔렸다”고 설명했다.

베이징현대는 올해 12월엔 국내 NF쏘나타의 현지형 모델을 선보이는 등 매년 고급 차종을 추가해 기존에 강점을 보인 준중형급은 물론 중형차 시장에서까지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백 본부장은 “중국에서 한국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이 분명히 있지만, 급격히 늘어가는 젊은 소비층이 가격과 성능을 꼼꼼히 따지는 스마트 쇼핑으로 옮겨가고 있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신차 출시·브랜드 이미지에 힘 쏟아야

베이징현대차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 ‘연비가 나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부품 협력사들도 애를 쓰고 있다. 베이징현대에 프레스로 찍어 만든 차체 부품을 공급하는 성우하이텍 현지법인의 김회철 총경리는 “지난해에는 인터넷에 현대자동차 납품업체는 A급 품질은 한국·미국으로 다 보내고 중국에는 C급만 공급한다는 악성 비방글이 떠돌기도 했다”면서 “협력업체들끼리 악의적이거나 잘못된 소문에 대응하기 위해 일일이 댓글을 달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올해 중국 경제는 고유가와 잦은 자연재해 등의 영향으로 올림픽 특수를 이어가기는 힘들겠지만 자동차 판매는 전년보다 15% 정도 성장해 1천만 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림픽을 위해 도로를 개선했고, 관광을 비롯한 다양한 소비욕구가 확대되는 추세 등을 보면 ‘시장의 질적 변화’가 닥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한국자동차협회가 발간한 ‘한국의 자동차산업 2007’ 자료를 보면, 2006년 전세계 자동차 판매는 6598만 대로 2004년 대비 5.3% 성장한 반면, 중국에서는 같은 기간 507만 대에서 721만 대로 42.3%나 성장했다.

조철 박사는 “중국의 개혁·개방 이전에 진출해 일종의 ‘국민차’ 대접을 받는 폴크스바겐이나 최근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도요타·닛산 등의 경쟁자들을 고려하면,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 업체들에 쉽지 않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면서 “상·하위 소득격차가 극심한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올림픽 이후 신차 출시, 고급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특히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