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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경제 > 경제21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7월31일 제7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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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지주 출범 진통 심하네

국민은행 노조는 황영기 회장 내정자 반대, 주가는 폭락하고 외환은행 인수도 가물가물

▣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사무실에 못 들어갑니다. 휴대폰으로 일을 합니다. 차 안에서 보고를 받고 있어요.”

황영기 KB국민지주 회장 내정자는 이렇게 투덜댔다. 국민은행 노조는 회장 인사를 낙하산으로 규정하며 황 내정자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은행이 지주사 전환에 진통을 겪고 있다. 노조는 황 회장 내정자에 반대하고 있는데다 주가 역시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 국민은행노조가 7월24일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노동계, 정당 및 재야단체 대표 등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황영기 회장 내정자를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며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낙하산’ 거부엔 ‘은행 찬밥’ 불안감도

KB국민지주는 오는 9월 출범할 예정이었다.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7월3일 초대 KB지주 회장으로 내정됐지만 노조는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황 회장 내정자는 노조 반발로 국민은행에 출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황 내정자의 지주회사 추천위원회 사무실 출근도 막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 간부는 “황 회장 선임은 이명박 정부의 나눠먹기식 대선 낙하산 인사다. 이른바 금융권 알박기다. 내정자가 자진 퇴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 내정자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노조에 대해 할 멘트가 없다”고만 했다. 노조와 타협하기보다는 정면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노조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정부 지분이 없는 민간 은행에 정부 입김이 어떻게 작용하느냐”며 펄쩍 뛴다.

국민은행 노조가 황 내정자 선임을 강하게 반대하는 또 다른 배경에는 “앞으로 은행이 찬밥이 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도 한몫하고 있다. 한 노조 간부는 “황 회장 내정자는 우리금융 회장 때부터 공격적인 경영을 해왔다. 앞으로도 비은행 부문에서 그렇게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은행 쪽은 찬밥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인사 등에서 비은행 부문이 물을 먹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황 회장 내정자는 비은행 부문 강화로 은행 건전성이 떨어진다는 노조 주장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비쳤다. “은행 성장 돌파구를 비은행 부문에서 찾아야 한다. 그렇다고 은행 돈을 갖고 비은행 부문을 강화시키는 게 아니다. 은행이 언론한테 매일 비판받는 게 예대마진(대출로 받은 이자에서 예금에 지불한 이자를 뺀 은행 수익) 갖고 영업한다는 거다. 투자은행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은행 지주회사추진위원회는 지주회사의 조직구도를 비즈니스 유닛(BU) 형태로 새로 짰다. 이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은행 BU·비은행 BU·코퍼릿센터(지원 부문)의 3대 조직으로 꾸려진다. 황 회장 내정자가 비은행 BU장을 겸임하고,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은행 BU장을, 김중회 사장 내정자(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는 코퍼릿센터장을 맡을 예정이다.

황 회장 내정자가 지휘할 비은행 BU에는 증권·자산운용·생명 등 대부분 계열사가 소속된다. 강 행장의 은행 BU는 국민은행과 은행 해외 자회사 위주로 구성된다. 김 사장 산하 코퍼릿센터는 지주회사 전략과 재무·인사·홍보 기능을 맡는다. 황 회장 내정자가 비은행 BU장을 겸임한 것은 회장이 주도적으로 비은행 부문을 육성하기 위해서라고 풀이된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비율 높아질 듯

지주회사 전환에 앞서 주가 하락이라는 벽에 부딪힌 것도 국민은행으로선 고민거리다. 국민은행은 7월17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비율이 총 주식의 15%를 넘으면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4월 지주회사 전환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 가격을 주당 6만3293원으로 공시했다. 그러나 지난 7월25일 주가는 5만7400원으로 주식매수청구 가격보다 낮다.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면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유혹이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15%라는 단서를 단 것은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소요자금을 적정화하기 위한 조처였다. 애초 국민은행은 주식매수청구에 드는 비용을 최대 3조2천억원가량만 투입하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익실현을 위한 매수청구권 행사가 급증할 경우 최대 7조원가량이 들어간다.

하지만 시장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민은행이 조건부 지주회사 전환 추진으로 지주회사 전환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목표 주가를 9만7천원에서 6만5천원으로 낮춰 잡았다. NH증권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비율 15% 초과 가능성과 이에 따른 지주회사 전환 시기의 지연 가능성이 남았다며 국민은행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평균으로 유지했다.

지주회사 전환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는 오는 8월25일 열린다. 매수청구권은 8월26일부터 9월4일 사이에 행사할 수 있다. 반대 주주 비율이 15% 이내여야 하고 발행 주식의 3분의 1 이상이 주식 교환에 찬성해야 한다.

이 때문에 황 회장 내정자와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주요 주주 설득 작업에 함께 나선다. 국민은행은 7월29일부터 주식 1% 이상을 보유한 국내외 주요 주주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기업설명회(IR)를 연다. 이어 8월3~6일에는 황 회장 내정자와 강 행장이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11~13일에는 런던과 뉴욕에서 은행 전체 지분의 75%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IR를 열기로 했다.

황 회장 내정자는 주식매수청구권에 대해 강한 불만도 드러냈다. “주식매수청구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4월30일 결정을 9월4일에 실행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이사회 결의가 있었을 당시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한테 청구권을 주는 게 맞다. 현 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심사도 부담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외환은행 인수 심사가 재개되는 것 역시 국민은행한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국민은행은 그동안 약점으로 평가받았던 기업금융을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만회할 계획이었다. 오랜 숙원인 외환은행 인수가 결국 HSBC에 밀려 무산될 경우 황 회장 내정자와 강 행장이 도약의 기반을 놓치는 한편 신한·우리은행의 추격전도 부담스럽다.

강 행장은 그동안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밝혀왔다. 일부 지인들한테는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를 하는 데 꼭 도와달라”라는 말로써 강한 인수 의사를 내비쳤다. 황 회장 내정자도 KB지주 회장으로 선임된 뒤 “외환은행 인수전 참여 등 인수·합병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황 회장 내정자는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에 대해 묻자 “노코멘트”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말을 하게 되면 국민은행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속마음은 인수에 나서고 싶지만 정부(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일이어서 대 놓고 말하기가 곤혹스럽다’는 뜻으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