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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특집 > 특집1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8월21일 제7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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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덕에 동지가 됐다

문화방송PD협회 사무국장 한학수 PD와 김현석 한국방송기자협회장 좌담

▣ 사회·정리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두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이명박 정부의 공격이 쉴 틈 없이 전개되고 있다. 방송사 내부에서도 이에 대항하기 위한 투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어 여의도 방송가에는 긴장감이 높아만 가고 있다. 문화방송PD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한학수 PD와 투쟁을 위해 2주 전 <미디어 포커스> 진행을 스스로 그만둔 김현석 한국방송기자협회장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두 사람은 경쟁관계에 있는 두 방송사가 현재 국면에서 ‘공영방송 수호’라는 공동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연대할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좌담은 8월14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이뤄졌다.


△ 김현석 한국방송기자협회장

사회 YTN, 한국방송, 문화방송까지 방송 장악을 향해 정권이 일련의 계획을 가지고 큰 틀에서 움직인다는 느낌이 든다. 현장에 있는 방송인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김현석(이하 김)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은 평소 공중파로서 라이벌 의식이 있다. 애정도 있지만 서로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이런 두 방송사에 동지적 유대관계를 높여준 이명박 대통령이 고맙다.

한학수(이하 한) 맞다. 일선의 PD·기자 입장에선 상대 방송사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한국방송에서 좋은 다큐가 나오면, 우리도 나은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PD로서 제작상의 위축, 상상력의 제약이 피부에 와닿는다. (〈PD수첩〉 수사처럼) 이렇게 프로그램에 대해 형사적 판단을 하면 상당히 부담스럽다. 정말로 정권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가.

사회 정권이 노리는 게 형사적 압박까지 해서 방송 제작하는 사람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고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

이 정권은 ‘설마 그렇게 하겠나’ 싶은 것을 한다. 정말 뻔뻔하다. 단순히 자기 검열을 하도록 하는 수준을 넘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사장에 앉혀 국정철학을 실현하려고 한다. 최소한의 염치나 체면이 없다. 이 정권은 인사권 등 모든 것을 동원해 실질적으로 기자·PD에게 영혼을 팔 것을 강요할 거라는 느낌이 든다.

한국방송 사태를 보며 받는 느낌은 최소한의 양심, 민주적 절차를 팽개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혹스럽다. 집권당이 다수당이니, 임명권 문제가 있으면 국회에서 법을 정비한 뒤 사장을 바꿔도 된다. 19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사회가 가져온 절차적 민주주의가 있고 최소한의 공감대가 있는데, 역사가 갑자기 너무 뒤로 가버린 느낌이다.

사회 한국방송의 경우 직능별 대립 등 구성원의 의견 차이가 내부적 단합을 방해해왔다. 조직이란 게 밖에서 때리면 안이 공고해지는데….

지금 뭉치는 이유는 하나다. 정권이 경찰을 동원해 한국방송을 짓밟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분노에는 모두 동의한다. 기자협회 총회에서 리본을 달고 방송하자는 데 대해 단 한 명도 반대하지 않았다. 기자들이 바빠서 모이기 힘든데, 150명 이상이 모였다. 한국방송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방송이 다소 분열돼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8월8일 공권력 투입 이후 그런 차이를 좁히고 하나로 싸우자는 분위기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금부터 해볼 만하다.

사회 〈PD수첩〉은 문화방송 안에서도 논란의 진원지란 평가가 있다. 예능 PD나 기자들 쪽에선 “〈PD수첩〉이 외부 세력이 문화방송을 치고 들어오게 만드는 취약성을 갖고 있다”고도 한다.

이번에 PD협회, 방송경영인협회, 기술경영인협회 등 문화방송 전 부문에서 성명을 냈다. 제작, 보도, 경영, 기술 전 부문에서 〈PD수첩〉 사과방송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경영진에 대한 실망도 있지만 정권에 대한 분노와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다. 개별적으로는 사과방송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일부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전 부문의 구성원이 ‘문제가 있다’는 분위기다. 상당히 단결된 목소리가 나온다.

사회 한국방송은 처음부터 노조가 적극 대응을 했더라면 더 나은 결과가 나왔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 한학수 문화방송PD협회 사무국장

일단 노조의 다소 어정쩡한 스탠스가 있었다. 8월8일 경찰력이 투입됐을 때 5시간 동안 몸싸움을 벌인 사원의 열기를 노조가 받아안지 못했다. 그래서 조직된 것이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사원행동’이다. 노조도 그런 부분을 반성하고 있다. 사원행동을 실체로 인정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공동으로 싸울 여지가 넓어졌다. 사원행동은 한국방송 노조가 낙하산 사장을 막고 정권의 방송 장악을 막는 투쟁을 한다면 함께할 것이다.

한국방송 사원이 갖는 훌륭한 전통이 있다. 건강함이 프로그램에 누누이 쌓여왔다. 잠시 역사를 후퇴시키려는 시도가 있어도 한국방송 직원이 쉽게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힘이 모아질 것으로 낙관한다. 지금 방송 장악은 개별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YTN부터 연결돼온 것이다. 한국 시민사회가 쉽게 역사의 후퇴를 용인하진 않을 것이다.

유재천 이사장에게 감사한다, 침탈을 해줘서.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방송 내부가) 단결하게 해줬고 싸울 투지와 단결할 힘을 줬다.

사회 문화방송이 사과방송에 이어 송일준 PD와 조능희 책임PD를 인사 조처한 것은 이 정도로 논란을 떨구고 가자는 걸까, 아니면 정권에 저항할 뜻이 없다는 의사 표시일까.

정권이 얼마나 강하게 압박을 했을까, 심지어 위협하지 않았을까 피부로 체감한다. 그럼에도 경영진이 이 문제에 대해 나이브하게 판단한 것 같다. 보직 해임에 대해서 당연히 유감이다. 그런 것이 앞으로 제작을 하는 PD, 보도를 하는 기자에게 얼마나 영향을 끼칠까에 대해 심도 있는 사려가 필요했다.

기자들이 리포트에 얼굴을 내밀어야 하는데 투쟁을 하다 보니 방송 뉴스 자료화면으로 얼굴이 나가는 상황이다. 취재원이 됐다.

문화방송 노조 특보에 ‘공정방송 사수대’ 얘기가 나왔다. 사수대라니. 몇 년 만에 들어보는 말이냐. 80년대에나 나올 법한 말들이 지금 나온다. 웬 데자뷔냐. 현대사 자료화면으로 나올 장면에 오늘 기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10년 뒤에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자료로 사용하면 되겠구나 싶다.

전 방송사가 공동 파업으로 맞서는 방송의 새로운 역사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고립된 투쟁보다 공동 투쟁을 조직해야 할 때가 아닌가. 처음에 문화방송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만들었고 한국방송이 어정쩡하게 묻어가다 어느 순간 정연주 사장 문제로 한국방송이 중심이 되고 다시 문화방송으로 가고 있다. 결론은 ‘시차가 있고 왔다갔다 할 뿐이지 없어지는 칼이 아니구나’라는 것이다. 공동의 인식이 생긴다. SBS도 그에 준하는 공동 투쟁을 하겠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잘하면 공중파 총파업도 가능하다. 싸움이 우리한테 힘들지만, 이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역사의 진보다. 승리하면 소중한 자산, 깨지면 역사적 범죄가 된다. 타협할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