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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특집 > 특집1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8월04일 제7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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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에서 9억, 활짝 웃는 장관님

내각의 ‘종부세 감세’ 이득 조사… 종부세 대상자는 2%인데 그들이 “중산층에게 이득” 강변하는 이유는

▣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 이상규 인턴기자 postdoal@hotmail.com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부자들의 나라. 그들만의 천국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인지 강남구 의원인지 모를 의원이 뜬금없이 2%의 최상위층만 내는 종합부동산세를 줄여주는 법안을 내놨다. 정부·여당도 종부세 감세의 군불을 땐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부자들의 ‘계급투표’가 확연히 나타났다. 결국 강남이 미는 교육감이 승리했다. 광복절을 앞두고 재벌들은 죄사함을 받을 것 같다. 부자들은 연대하고 단결하며 정부를 압박한다. 중소기업 사장과 자영업자, 서민들은 절박한 목소리로 “못 살겠다”고 외치지만, 누구도 이들을 돌아보지 않는다. 98%를 지켜줘야 할 정부는 오로지 2%만을 위한 정책을 쏟아낸다. 편집자


△ 부자와 가난한 이가 교차하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우뚝 솟은 타워팰리스는 구룡마을 판자촌과 대조를 이룬다.

상위 2%가 중산층인 나라. 아프리카의 짐바브웨를 말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당신이 살고 있는 이 나라다. ‘중산층을 위해’ 전체 가구의 2%만 내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깎아줘야 한다고 우기는 사람들이 정책을 만드는 나라, 바로 한국이다. 별 볼일 없는 98%의 사람들은 “부자들의 천국”이라며 냉소를 짓는다.

땅은 빼고 계산했는데…

종부세를 담당하는 강만수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월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종부세에 대해 강한 부정적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작할 때보다 (보유 중인) 아파트 가격이 3배 정도 뛰었다. 10년 동안 야인으로 있으면서 소득은 없는데 종부세만 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러더니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종부세와 재산세, 양도세 등 ‘부동산 감세 3종 종합선물세트’를 들고 나왔다. 월급쟁이들이 신경쓰는 근로소득세도 깎아준다고 분위기를 띄운다. 중산층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재산세와 양도세를 줄이더라도 중산층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종부세 감세는 다르다. 강남의 땅부자들은 짭짤한 수혜를 받는다. 한나라당이 만지작거리는 종부세 인하 카드는, 종부세 부과 대상을 공시지가 6억원 이상에서 9억원 이상으로 올리고 세대별로 합산해 부과하던 것을 사람별 부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2007년 종부세 대상자는 37만9천 가구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다. 이 가운데 소유 부동산 공시지가가 6억~9억원 사이에 걸쳐 있는 가구는 22만3천 가구다. 부과 기준이 바뀌면 이들은 종부세 대상에서 빠진다. 개인별 부과 방식으로 바꿀 경우 가족이 부동산을 분산 소유한 이들이 혜택을 보게 돼, 종부세 대상자는 더 많이 줄어든다.

한나라당의 종부세 감세안은 종부세 대상자들한테 구체적으로 얼마의 혜택을 줄까? <한겨레21>이 따져봤다. 종부세 감세 정책을 추진 중인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재정경제부 장관 등 MB 정부의 장관급 공무원 18명 등 총 19명의 종부세를 분석했다. 정부공무원윤리위원회의 공직자 재산공개 문서를 바탕으로, 땅을 뺀 주택만 대상으로 한 종부세를 계산했다. 안병만·장태평·전재희 장관 내정자는 내정 상태여서 분석에서 제외했다.

<한겨레21>은 재산 데이터를 세무사 1명과 회계사 1명에게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두 결과는 달랐다. 회계사가 보낸 자료는 오피스텔을 종부세 대상에서 뺐고, 아들과 딸의 아파트도 대상에서 제외했다. 업무용 오피스텔일 수 있고, 자녀들과 세대분리를 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연히 종부세 금액이 떨어졌다. 세무사는 이를 모두 포함해 분석한 결과를 보내왔다.

보수적으로 분석한 회계사의 분석 결과를 갖고 보자. 19명은 6억원 기준일 때 1억5432만원의 종부세를 낸다. 하지만 한나라당 안으로 변경되면 7689만원만 내면 돼, 모두 7743만원의 혜택을 보게 된다.

세금이 가장 많이 줄어드는 차례로 보면, 이윤호 장관(1554만원→339만원)은 1215만원이 줄어든다. 유인촌 장관(1526만원→941만원)은 585만원이 줄고, 이명박 대통령(3647만원→3091만원)은 558만원을 덜게 된다. 이밖에 이영희 장관이 396만원, 한승수 총리가 395만원, 강만수 장관이 368만원의 혜택을 받는다.

“중산층을 위해 종부세를 깎아준다”?

한나라당 안대로 바뀌면, 종부세를 안 내게 되는 장관도 3명이 나왔다. 김하중 장관(1185만원→0원), 원세훈 장관(41만원→0원), 이만의 장관(61만원→0원)이다. 김 장관의 경우 서울 서초구 반포4동 아파트가 기준시가 7억원대여서 빠졌다. 원 장관은 단독주택을 부인과 각각 3억3천만원씩 지분을 나눠갖고 있어, 개인별 부과를 하게 되면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장관도 집이 9억원대에 미치지 못해 빠졌다.

이들 고위 공직자(가족 포함)가 갖고 있는 부동산 총액은 299억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들이 내는 종부세는 1억5천만원 정도에 그쳤다. 그마저도 한나라당 안대로 바뀌면 절반은 내지 않아도 된다.


(크게보기)

세무사의 분석을 바탕으로 하면, 이명박 대통령과 장관들이 받는 감세 혜택을 더욱 커진다. 3억326만원을 내야 하던 것이 절반 가까운 1억4203만원으로 줄게 된다.

종부세를 낮추더라도 서민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이를 지켜보는 서민들의 가슴은 부글부글 끓는다. 치솟은 물가로 허덕이는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중산층을 위해’ 종부세를 깎아준다는 한나라당 주장은 서민들을 더욱 황당하게 만든다. 울고 싶은 서민들에게 뺨까지 때리는 격이다.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서울 강남 갑)은 최근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9억원 정도(주택 보유자)는 중산층 아닌가”라며 “중산층에 대해 가혹한 세금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종부세로 집값 폭등도 막지 못했고, 피해자도 많은데도 이분들(중산층)이 국가로부터 부당한 핍박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한겨레21>은 ‘중산층 논란’에 대해서도 따져봤다. 자신이 중산층이고 종부세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강만수 장관이 그 대상이다.

집이 한 채라도 있는 중산층들이 내는 재산세를 통해 강 장관이 중산층인지 아닌지를 따져보자. 2006년 주택분 재산세를 낸 사람은 1411만 명이었다. 이 가운데 86%에 이르는 1211만 명은 세금이 10만원 미만이었다. 세금이 50만원을 넘은 사람은 0.8%인 12만4천여 명에 그쳤다.

강만수 장관이 올해 낼 재산세는 500만원이다. 재산세를 내는 사람 기준으로 그는 상위 1%에 들어간다. 9억원에 못 미쳐 종부세 대상자에서 빠지는 장관들은 어떨까? 김하중 장관은 162만원, 원세훈 장관은 110만원, 이만의 장관은 138만원을 재산세로 내야 한다. 이들도 중산층이라기보다 고소득자에 가깝다.

신학용 민주당 의원은 “현 정권 들어 임용됐던 고위 공직자 105명 가운데 75명이 강남·서초·송파 등 버블 세븐과 재건축·재개발 지역에 부동산을 갖고 있다. 종부세가 완화되면 현 정권 실세들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종부세를 무력화하려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건설회사 부도 등으로 건설 경기가 급속도로 나빠지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남에 살고 있는 부유층 등 이른바 지지층을 챙기기 위해서라고 보인다.

공급주의 경제학에 집착하는 정부·여당 분위기도 이같은 감세 드라이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체로 성장주의자들은 공급주의 경제학을 신봉하는 경우가 많다. 세금을 줄여주면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 성장을 이끌게 되고 결국 걷어들이는 세금이 늘어난다는 게 공급주의 경제학의 핵심 이론이다.

세율 감면 레이건 행정부의 부작용

레이건 행정부는 1980년대 초 공급주의 경제학에 근거해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을 70%에서 28%로, 법인세율을 48%에서 34%로 크게 내렸다. 하지만 기대했던 세수 증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재정 적자만 키우는 부작용을 낳았다.


△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앞에 종부세와 양도세를 반대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사진/ 한겨레 김명진 기자)

세금은 민감한 이슈다. 국민의 지갑은 물론 복지와 직접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추진했을 경우 ‘부자를 위한 정부’라는 역풍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그래서 한나라당도 조심스럽다. 최경환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은 “당 차원에서 확정된 어떤 당론도 없으며 정부와 협의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정기 국회 이후 지속적으로 세금 부담을 낮추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한층 고차원적인 전략을 쓴다. 종부세를 ‘세금폭탄’으로 부르며 세금을 깎아주는 게 능사라는 생각을 국민에게 심는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한나라당이 과거처럼 무식하게 종부세를 인하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도 표 계산을 한다. 지지 계층을 위해 종부세는 어떻게든 내리겠지만, 재산세와 소득세 인하와 같은, 일반 서민들도 반길 만한 정책도 같이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생각은 이중적이다. 종부세는 내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재산세는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7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종부세 완화에 반대하는 의견은 46.2%로 ‘찬성’ 29.1%보다 높았다. 주택 문제에 관심도가 높고 주요 경제활동층인 30대, 40대에서는 반대 의견이 각각 51.8%, 58.1%로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재산세는 좀 다른 양상을 보인다. 7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0.7%가 재산세 인하에 찬성한다고 답했고, 36.2%는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한나라당은 이같은 계급(계층)적인 이익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보면, 감세론자인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백악관에 입성한 바로 다음날부터 감세 대신 ‘세금 구제’(tax relief)라는 용어를 흘렸다. ‘세금+구제’라는 단어 조합을 통해 사람들은 “세금은 고통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공화당은 상속세(estate tax)도 ‘사망세’(death tax)로 바꿔 부른다. 죽을 때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생각을 떠오르게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미국에서 ‘세금 구제’로 실제 혜택을 본 것은 상위 1%였다. 결국 감세를 통해 이익을 보는 것은 부유층이라는 얘기다.

법인세 인하안도 0.1% 대기업을 위한 것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에 낸 소득세법 개정안은 세율을 저소득층은 낮추고 고소득층은 올려 양극화를 극복하는 것으로 포장돼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저소득층 구간인 1단계(연소득 1200만원 이하)와 2단계(1200만~4600만원)에서 세율을 내려 24만~58만원가량 세금을 덜 낼 것으로 보인다. 대신 4단계(8800만원 이상)에선 세율이 오른다. 하지만 연봉 1억원을 받는 근로소득자의 경우에도 1200만원까지는 1단계 세율이 적용되고 다시 1200만~4600만원 사이는 2단계 세율이 적용되는 식으로 세금을 계산한다. 그는 4단계에서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1~2단계에서 세금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46만원가량의 감세 혜택을 받게 된다.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별 차이가 없다.

정부가 추진 중인 법인세 인하안 역시 0.1%의 대기업을 위한 감세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올해 상반기 안으로 법인세 최고 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내리고, 5년 안에 추가로 2%포인트를 더 내릴 방침이다.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감세 규모는 5년 동안 7조9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대기업 2843곳이 전체 법인세(26조5천억원)의 80.4%를 냈다. 연간 순이익이 1억원 미만인 17만여 기업이 낸 법인세는 세수의 1.8%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기업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면 여윳돈이 생겨 신규 투자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하지만, 추가 감세에 따른 투자 진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두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2005년 말 기준으로 국내 1천대 기업의 사내유보(현금)는 364조원에 이른다.

정부·여당의 ‘묻지마식’ 감세안이 시행되면 한 해 13조~16조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 적자를 막기 위해선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정부는 감세에 맞춰 복지 지출 증가를 억제할 방침이다. 서민과 중산층에 쓰이는 복지 예산이 그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취약한 조세의 재분배 기능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다.

지난 7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09년 정부 예산 요구안’을 보면, 사회복지·보건 분야 지출 요구액은 올해보다 한 자릿수(9.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두 자릿수 증가한 데 견주면 상당히 낮다.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질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현 정부가 아주 소수의 부유층을 위해 종부세를 깎아주려 하지만 서민·중산층과 경제적 약자를 위해서는 돈을 쓰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 교수는 “정부가 국민연금으로 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를 지원하려고 하는데, 일반 서민과 중산층들이 피땀 흘려 모은 돈으로 지원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기금을 만들어 신용불량자를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세안 시행 뒤엔 복지지출 줄어들어

사람들이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핵심은 서민 경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자영업자, 중소기업 경영자 등이 그 한파의 중앙에 서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올 2분기 실적이 최고치를 기록하며 ‘잘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은 힘없는 이들을 위해 비전과 철학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기원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는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감세정책은 일부 상류층 구미에 맞는 단기적인 발상이다. 현재 비정규직,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은 시장에서 뒤처지거나 경쟁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우파 정부라면 이들 업종을 구조조정해 새로운 먹을거리 사업으로 거듭나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복지 체계가 먼저 마련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