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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표지이야기 > 표지이야기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9월04일 제7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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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에 부는 ‘회개’의 바람

종교 차별 논란에 보수-진보 교파의 벽을 넘어 풀뿌리 현실참여운동 확산… 보수 교단 내부는 친정부 일변도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은 크리스천에게 축복인가 저주인가.

기독교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 취임에 환호하며 정-교 유착 발언을 거듭해온 개신교계가 강력한 맞바람을 맞으면서 고심에 빠져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로, 교계가 감싸주던 정권에 대한 민심이 이반했다. 일부 개신교도 공직자의 부적절한 종교 편향 언행이 잇따르더니, 종교 편향 정책에 항의하는 불교계의 강력한 반발이 가을 정국의 방향타로 떠올랐다. 이런 역풍은 친정부 지원 세력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개신교계 몇몇 보수 교단들이 스스로 불러들인 측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범불교도대회 개최를 계기로 교계가 이명박 정권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자성론이 높아진 배경이다.


△ 지난 7월1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교인들이 서울 청와대 부근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회개를 촉구하는 침묵 기도회를 열고 있다. (사진/ 한겨레21 윤운식 기자)

이명박, 축복인가 저주인가

특히 시국 사안에 대한 일반 신도나 목회자들의 비판적 발언을 사실상 봉쇄해온 보수 교단의 교단중심주의에 맞서는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다. 교파를 초월한 소장 신자들의 풀뿌리 현실참여운동이 온라인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확산됐고, 진보-보수 진영으로 양분됐던 개신교단의 지형도가 이명박 정권의 등장 이후 서서히 균열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8월27일 열린 ‘헌법파괴·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에 대한 개신교계의 대외적 반응은 대체로 반성을 촉구하는 쪽이다. 서경석·손인웅·인명진 목사 등 중진급 목회자 20명은 26일 먼저 다른 종교와 화평하는 자세가 부족했음을 반성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고, 범불교도대회에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의 김광준 신부(성공회)가 참여해 “종교 자유와 평등권이 보장된 나라에서 어떤 이유로든 편향적 종교 정책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연대사를 낭독했다. 진보인사인 류상태 목사는 개신교 인터넷 매체인 <당당뉴스>에 교단의 독선 등에 대해 불자들에게 사죄한다는 기고문을 싣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드러난 양상일 뿐 주요 보수 교단의 내부 기류는 거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국교회언론회가 8월29일 범불교도대회에 대해 “다른 종교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며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굴복시키려는 시도는 불온하다”고 뒤늦게 반박성명을 낸 것이 이를 대변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의 통합·합동, 순복음교회 등 보수 교단은 침묵 속에 불교계의 반발을 불편한 심정으로 주시하고 있을 뿐, 친정부 일변도 시국관의 변화는 거의 감지되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불교계가 지난 8월 초 종교 차별 정책에 항의하며 범불교도대회 개최를 공표한 뒤에도 보수 교단의 주요 간부 목회자들은 정권과의 밀착관계를 암시하는 발언을 굽히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속한 종파인 예장통합 교단의 부총회장 김삼환 목사(명성교회)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는 8월14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주최로 열린 광복절 기념예배 설교에서 “하나님이 이승만 장로님이 초대 대통령 되게 하시고, 60년 만에 이씨가 두 번째 대통령이 되게 하셨다. 놀랍고 감사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이 대통령은 잘할 거라 믿는다. 장로님이니까”라는 발언도 했다. 앞서 그는 지난 6월 명성교회 기도회에서 “촛불집회 배후에 북한이 개입되어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순복음교회의 정신적 지도자로 추앙받는 조용기 목사도 8월5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는 특별기도회에 나와 촛불세력 배후에 사탄이 있으며 “한국의 정치·경제·사회적 어려움은 마귀 때문”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9월에 열리는 주요 보수 교단 총회와 총회장 선거에서도 이런 친정부 기조는 더욱 공고히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예장통합 교단의 이근복 목사(KNCC 선교훈련원장)는 “장로가 대통령됐으니 밀어줘야 하며 정부가 어려우면 나서서 도와주자는 분위기가 교단 내에 기본적으로 깔려있다”며 “종교 편향도 교단 자체에서 비판이 나오면 훨씬 오해가 줄 것 같은데, 그럴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예장합동 교단의 다른 목사도 “불교계가 대통령을 고리 삼아 개신교를 싸잡아 비판하는 건 지나치다는 이야기들이 꽤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나 예장통합의 인명진 목사(갈릴리 교회)는 최근 <한겨레 21>과의 인터뷰에서 “기독교계가 반촛불 집회를 제일 두드러지게 했고, 기독교 인사들도 정부 두둔 발언을 계속했는데, 설득력이 없게 두둔했다”며 “결국 기독교가 정부에 짐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촛불 촉매로 독자적 여론 채널


△ 지난 8월5일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 환영 행사로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나라사랑 한국교회특별기도회. 행사장 위에 성조기와 태극기를 나란히 붙인 애드벌룬이 떠 있다. (사진/ 한겨레21 이종찬 기자)

교계 소장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 그를 감쌌던 교계의 저변에 역설적으로 변화의 씨앗을 안겼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안티’를 허용치 않는 교단의 폐쇄적인 소통 구조와 달리 교단 기층부의 목회자와 신자들 사이에는 지난 5월 이후 촛불 정국이 촉매가 되어 독자적 여론 채널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도드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진보-보수 교단의 이념적 구분에 갇혀 있던 교계 신도와 목회자들이 교단의 벽을 넘어 자율적 네트워킹을 하며 촛불시위 등에 동참하는 참여적 흐름이 부각되고 있다. ‘보수 교단=신앙운동, 진보 교단=사회운동’의 해묵은 도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단적으로 6~8월 촛불 정국의 주역이던 광우병기독교대책위원회에는 기독교장로회, 감리교 등 진보·중도 교단 목회자 외에도 예장합동을 비롯한 보수 교단의 목사들이 대거 참여해, 시국기도회와 촛불행진을 꾸렸다. 방인성·박원홍·김종환·최헌국·구교형 목사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역시 교계의 현실참여 세력과는 별개로 인식됐던 성서한국, 통일시대평화누리, 복음주의 클럽 같은 복음주의 성향의 단체·모임들도 두각을 드러냈다.

촛불시위가 절정으로 치닫던 6월8일 <경향신문> 1면에는 ‘대통령은 청계천으로 당장 나오시오’라는 5단짜리 광고가 실렸다. 젊은 교인들의 인터넷 공론장 구실을 해온 ‘복음주의 카페’가 회원들과 시민 200여 명의 성금 1300여만원을 모아 촛불집회를 지지하고 정권의 반성과 대화를 촉구하는 1면 광고를 낸 것이다. 보수 교단에서 예수의 영성과 순수한 복음정신을 강조해왔던 신자들이 십시일반해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 광고를 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았다. 이 광고 뒤 복음주의 카페는 600명 이상의 회원들이 앞다퉈 가입하면서 두 달 사이 회원 수만 2천 명을 넘어서는 ‘교계의 다음 아고라’가 됐다. 지금도 복음주의 카페에서는 촛불운동의 정체성과 전망, 보수 교단의 행태와 소통 부재에 대한 비판, 복음주의와 현실 참여의 문제 등을 놓고 연일 뜨거운 댓글토론이 펼쳐지고 있다. 이 카페의 운영자인 양희송 전도사는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이 된 뒤에도 의도적으로 정권 감싸기에만 치중하는 보수 교단들의 비신학적 행보와 교단 내의 막힌 언로에 대한 문제의식이 (복음주의 카페가) 공론장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된 것 같다”며 “아직 본격적으로 조직화하거나 규모를 키운 상태는 아니지만, 기존 교단의 벽을 넘어서는 새로운 기독인의 논의 구조가 형성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사회선교 복음주의 단체들의 허브를 표방하는 ‘성서한국’의 행보도 주목된다. 이미 촛불집회 등에 적극 참여하면서 신학적 맥락에서 현실 참여의 새 지평을 모색해온 이 단체는 지난 8월27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통일시대평화누리, 성경적 토지 정의를 위한 모임 등 15개 가맹 단체 관계자들을 모아 촛불 이후의 대안적 실천운동을 논의하는 등 본격적인 연대를 추진하고 나섰다. 성서한국의 사무총장인 구교형 목사는 “KNCC나 한기총 같은 기존 진보-보수 개신교 세력의 이분법적 구분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 신앙적 차원에서 현실을 바라보고 고민하려는 아래로부터의 흐름이 지난해부터 있었는데, 촛불집회가 그런 흐름을 집약시키는 구실을 했다”며 “아직 방향은 잡히지 않았지만, 이런 풀뿌리 신앙 실천 운동이 사회의 고난받는 영역으로 좀더 확장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 지난 8월26일 서경석 목사(왼쪽) 등 개신교 목회자 20명이 다음날 범불교도대회를 앞두고 교단의 반성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교권주의 반발도 높아져

교파와 이념을 초월한 교계 기층부의 풀뿌리 현실 참여가 확산되면서 교단의 교권주의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 또한 높아졌다. 특히 김홍도 목사를 축으로 하는 보수파가 전권을 행사해온 감리교단의 경우, 오는 9월25일 감독회장 선거를 앞두고 수구적 교단 운영에 대한 비판 여론이 회장 후보의 입후보 자격을 둘러싼 진통으로 표출됐다. 김홍도·김선도 목사의 동생인 김국도 목사의 명예훼손 벌금형 전력을 교단 선관위가 묵인하고 후보 등록을 강행한 데 대해 다른 출마자 3명과 교단의 개혁파 목사들이 부적격 후보 사퇴를 요구하며 후보등록 무효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낸 것이다. 외형상 선거를 둘러싼 내홍이지만, 그 이면에는 현실 참여의 신학정신을 외면하는 기존 교단을 개혁하라는 목소리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토착 교단인 대한복음교단의 경우 부산에서 노숙자 목회활동에 헌신해온 김홍술 목사가 지난 8월25일부터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앞에서 교단의 성장주의와 교권주의, 보수화에 반대하는 일주일 기한의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개신교계 지층부의 혁신 바람이 찻잔의 태풍으로 끝날지, 정말 태풍으로 번질지는 속단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등장이 숱한 교파의 분열과 갈등, 진보-보수 진영의 반목으로 점철됐던 국내 개신교 역사에 새로운 변화와 도전의 계기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5년 임기의 정권에 목을 매달면 개신교 또한 같이 추락한다는 소장 목회자들의 말 못할 위기의식 또한 깊어간다. 복음주의 카페의 양희송 운영자는 “지금 보수교단의 행보는 신학적으로도 합리적으로도 납득이 안되는 선택”이라며 이렇게 반문했다.

“이 땅의 개신교는 백년 넘은 역사가 있는데, 왜 5년짜리 정권의 운명에 교계의 미래 역사를 옭아매야 합니까. 일단 발부터 빼고 초연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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