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목차 지난호보기 독자마당 기사에대한의견

한겨레21 구독신청 sitemap

e-Book
표지이야기 특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문화/과학 인터뷰 스포츠/건강 사진/만평 칼럼 독자마당
Home > 표지이야기 > 표지이야기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8월25일 제725호
통합검색  검색
보수의 복수

정권-사정기관-보수언론 어깨 겯고 공안 드라이브… 민주주의는 파괴되고 분열은 고조된다

▣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온 국민이 베이징에서 들려오는 금메달 소식에 환호하고 있을 때 국내에서는 앞으로의 정국 흐름을 예고하는 몇 가지 사건이 ‘처리’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8월11일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을 해임한 데 이어, 경찰이 8월15일 열린 100번째 촛불집회를 유례없이 강경진압한 것이다. 검찰은 정 전 사장을 강제 구인해 조사하고 불구속 기소하더니, 조·중·동 광고거부 운동을 주도한 누리꾼 2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또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 참여정부 시절에 생산된 청와대 기록물 열람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으려는 ‘보수의 복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일까?


△ (사진/ 한겨레21 윤운식 기자)

파란물감 묻으면 아무나 연행

지난 8월15일 저녁 100번째 촛불집회 현장.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촛불집회를 마치고 서울시청 방향으로 이동하던 시민들이 진로가 봉쇄되자 회현동 한국은행 앞 사거리로 모여들었다. 경찰은 시민들이 모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해산 경고방송을 시작했다. “색소가 묻은 사람은 반드시 검거토록 하겠습니다.”

저녁 7시47분에 시작된 해산방송은 검거작전의 신호탄이었다. 서울시청과 숭례문 방면에서 세 차례 경고방송이 나오더니, 방송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녁 8시10분께 숭례문 방면을 시작으로 사방에서 파란 물감이 든 물이 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 7월 창설된 경찰관 기동대가 사복 체포조로 현장에 투입됐다. 당시 상황을 녹화한 한 사용자제작콘텐츠(UCC)에는 “다 잡아라!”라는 외침과 더불어 “아~!” 비명이 뒤섞인 현장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윽고 경찰관에게 목을 붙잡히고 사지를 들린 시민들이 하나둘 끌려갔다. 여성 위주의 8·15 평화행동단은 도로에서 연좌를 했지만, 경찰은 그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았고 울먹이며 애국가를 부르는 여성을 연행했다.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현장이 된 도로에 푸른색 물감이 흥건하게 번졌다.

이같은 상황은 종로 탑골공원과 명동성당 앞 등 서울시내 곳곳에서 벌어졌다. 촛불집회와 무관한 시민들도 피해를 봤다. 이날 저녁 9시께 명동성당 들머리 근처의 편의점에 앉아 쉬고 있던 임아무개(31)씨는 30~40m 떨어진 곳에서 전경들이 누군가를 연행하는 소리를 듣고도 별 생각 없이 앉아 있다가 연행된 경우다. 임씨는 “전투경찰 지휘관 같은 사람이 우리 쪽으로 왔지만 개의치 않았는데, 갑자기 전경들이 몰려와 에워쌌다”고 말했다. 속절없이 연행된 그는 “도대체 왜 그러냐”고 항의했지만 허사였다. 옷에 몇 방울 파란 물감이 묻었다는 이유였다. 그는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꼬박 30시간을 보낸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심지어 고등학교 1학년 정아무개(18)군은 연행된 다음에 경찰이 휴대용 살수총으로 물감을 쏘았다고 주장했다. 8월16일 새벽 1시20분께 종로2가에서 도로 건너편 패스트푸드점에 있던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는 정군은 갑자기 전경 수십 명이 뛰어오자 자신도 모르게 함께 뛰다가 사복 체포조에 붙잡혀 목을 완전히 제압당했다고 했다. 그는 “전경들이 밖에서 내가 보이지 않도록 에워싸더니 휴대용 물대포를 몸에 쏘았다”고 말했다. 그 또한 경찰서에서 이틀을 보내야 했다. 고교생이라고 호소해도 풀어주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웃옷은 찢어져 있었고 목에는 상처가 났고 다리엔 멍이 들었단다.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 미류씨는 “명백한 증거 조작이자 불법 체포”라고 지적했다.

인권침해감시단과 의료봉사단도 연행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프리랜서 언론인 최정면씨는 이날 연행되는 과정에서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그는 “전경들이 방패로 에워싸고 강제로 연행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도 물대포에 맞고 연행될 위기에 처했지만 가까스로 모면했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그나마 위안을 찾자면, 법 앞의 평등이 달성됐다는 점 정도다. 국회의원, 변호사, 의사 등도 예외 없이 경찰의 색소 물대포를 맞았고 평등하게 연행됐기 때문이다.

이날 이렇게 경찰에 연행된 사람은 모두 156명. 이로써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연행된 사람은 1458명에 이르렀다. 대검찰청 <범죄백서>에 나오는 집시법 위반 혐의 검거자가 △2007년 1316명 △2006년 1497명 △2005년 1354명 △2004년 110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대단한’ 성과였는지가 명확해진다. 더구나 연행자가 촛불집회 중반을 넘어서며 집중해서 나온 점을 감안하면 7~8월은 ‘연행의 계절’이라 불릴 만하다. 그 가운데서도 파란 물감이 처음으로 사용된 8월15일은 ‘피의 광복절’, 아니 ‘파란 광복절’로 기억될 날이었다. 경찰이 연행된 여성들을 수감하면서 속옷을 강제로 벗게 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이날 이뤄진 인권침해의 작은 일부분일 뿐이었다.

이렇듯 경찰이 촛불집회 강경진압의 정도를 높여가는 사이, 검찰은 정권의 반대편에 선 이들을 압박하는 수사를 차근차근 진행해가고 있었다.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배임 혐의 수사 △〈PD수첩〉 오보 논란 사건 수사 △조·중·동 광고거부 운동 관련 누리꾼 수사 △노무현 전 대통령 기록물 유출 사건 수사 등이 대표적이다.


△ 행정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까지 모두 장악한 이명박 정부가 검찰과 경찰, 국세청, 감사원, 방송통신위원회 등 국가기관을 전면에 내세워 강압적인 통치를 시도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 6월23일 한국방송 본관 앞에서 ‘공영방송 지켜내자’며 1인 시위를 하다가 보수단체 회원 10여 명으로부터 집단 구타당한 박아무개(50)씨와 8월15일 건국절 기념 행사에 반대하는 누리꾼들의 퍼포먼스.(사진/ 왼쪽부터 한겨레 신소영·김봉규 기자)

이렇듯 정권의 눈엣가시였던 촛불과 누리꾼, 방송사 등을 길들이기 위해 사정기관들이 총동원됐는데, 이 과정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촛불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조·중·동에 광고를 실은 기업들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자, <조선일보> 등은 “누리꾼들이 정당한 경제활동을 하는 신문사와 광고주의 권리를 짓밟는 명백한 폭력 행위로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며 광고주 압박 행위가 중단되지 않으면 민·형사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그 며칠 뒤엔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서 “인터넷이 독이 될 수 있다”(6월17일)고 발언하더니, 6월20일에는 검찰이 갑작스레 김경한 법무장관의 특별지시라며 전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런 흐름을 종합해보자면, 청와대와 검찰·경찰로 대표되는 사정기관, 조·중·동이 삼위일체가 돼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행동’에 나선 양상이다.

30% 진보개혁 버리기

정권과 사정기관, 보수언론의 공조를 바탕으로 강경한 공안 드라이브가 힘을 얻어가는 것에 대해 뉴라이트 등 보수층은 환호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강경 드라이브’란 표현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정부가 진작 취했어야 하는 ‘원칙적인 태도’를 뒤늦게 들고나왔을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은 “촛불집회는 김정일을 추종하는 세력이 우파인 이명박 대통령을 흔들고 5년 뒤 다시 좌파가 정권을 쟁취하려는 음모에 의한 것”이라며 “이제라도 (이 대통령이) 엄정히 법집행을 하겠다고 하니 우리로서는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변철환 대변인도 “원래 했어야 할 일들을 이제야 하는 것 아니겠냐. 정부가 출범 초기에 (촛불집회에 대해) 유연성을 가졌는데, 유연한 대처가 사태를 더 악화시키자 결국 원칙대로 하게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실 이명박 정부의 강경 드라이브에 동조하는 이들은 유명한 보수우익 인사들뿐만이 아니다. 평범한 국민들 가운데서도 이 대통령의 강경 드라이브에 지지의 뜻을 밝히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의 8월14일치 조사 결과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는 전 주에 비해 6.9% 상승한 30%로 나왔다. 응답자의 지지정당에 따라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변화가 뚜렷했다. 민주노동당 지지층과 창조한국당 지지층의 이 대통령 지지율은 각각 8.0%p와 14.9%p 하락했지만, 친박연대 지지층과 자유선진당 지지층의 이 대통령 지지율은 30%p와 16.4%p 급증한 것이다. 진보·중도 쪽의 이탈은 더욱 심화되는 가운데 보수층 결집 효과로 인해 이 대통령 지지율이 넉달만에 30%대로 올라선 셈이다. 이는 지역적으로 영남, 정치적으로 범여권 지지층, 종교적으로 보수 기독교 색채가 강한 이들이 결집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8월15~17일 연휴 때 경북 포항 고향집에 다녀온 이아무개(32)씨는 “‘대통령이 일을 해야 하는데 시민들이 만날 촛불만 켜고 도와주지는 않는다. 대통령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저렇게 된 것 아니겠냐’며 이 대통령이 불쌍하다는 게 대체적인 고향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는 또 “8월15일 가족들과 함께 TV 앞에 앉아 있다가 촛불집회 참가자 10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는 뉴스를 보게 됐는데, 아버지가 갑자가 ‘나라가 이 꼴인데 언제까지 촛불만 들 것이냐’며 버럭 화를 내시더라”며 “그쪽 어르신들이 대부분 그렇듯, 평생을 그런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아오신 분이기에 그냥 그러려니 했다”고 덧붙였다.

강경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청와대나 검찰은 공식적으로는 “엄정한 법집행”을 얘기하고 있다. 이를 지지하는 보수층 또한 ‘법질서 확립’을 근거로 촛불을 비난하며 정부의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층은 이 과정에서 정권 쪽에서 저지르는 불법이나 편법 논란에 대해서는 애써 침묵하고 있다.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을 강제로 퇴진시키는 과정에서 △감사원이 억지스런 감사 결과를 내놓고 △18년 만에 한국방송에 경찰력이 투입된 가운데 사원 수백 명의 반대 속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정 전 사장 해임 제청이 의결되고 △대통령에게 한국방송 사장 해임권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이는 등 많은 절차상의 문제점이 있었지만, 보수 쪽은 이런 문제에 아예 입을 다물었다.

일관되지 못한 보수층의 이런 태도는 진보·개혁 진영이 보수층을 불신하고 대화가 단절되는 핵심적인 이유이다. 영화사 ‘봄’의 조광희(변호사) 대표는 최근 <창비주간논평>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라는 ‘게임의 규칙’만 준수한다면 어떤 보수적인 견해에 대해서도 함께 토론하고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들이 약자라서 불리할 것 같은 때에만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권력을 쟁취한 후에는 그것을 사유화하는 자들, 국민들에게만 법의 지배를 받으라 하고 막상 자신들은 힘의 지배가 사회의 냉혹한 규칙이라고 믿고 실천하는 자들과는 한 세상에서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그들은 국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제 배를 불리고 공공의 이익을 말하는 척 패거리의 이익을 추구하는 공공의 적이며, 민주주의의 파괴자다”라고 지적했다.

자포자기냐 정권 반대 투쟁이냐

이런 집권 세력의 태도를 두고 이택광 경희대 교수(영미문화)는 “복음주의 신생활주의자들, 19세기 미국 우파의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들은 자신들은 검소하게 사니까 정당하고 남의 쾌락은 결코 용인하지 않았다”며 “이명박 정부도 불온세력은 척결하면 된다는 식의 위생학적 마인드”라고 말했다. 국방부 불온서적 선정이 단적인 예란 것이다.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법대로 대응”을 외치는 보수파는 정권이 방송사 사장 한 명을 퇴진시키기 위해 국가기관을 총동원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며 8월5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개최한 ‘나라사랑 한국교회 특별기도회.’ (사진/ 한겨레21 이종찬 기자)

보수건 진보건 양쪽의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리고 그 문제점을 따끔하게 지적해 ‘룰’을 깰 수 없도록 하는 ‘건강한 중간층’이 적다는 것에 더욱 큰 문제의식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언론정보학부)는 “국가의 일반적인 속성을 생각하면 여당 쪽 한국방송 이사들이 정연주 전 사장을 해임 제청하고 대통령이 그를 해임하는 한편 검찰이 정 전 사장을 잡아다 조사하는 일이 전혀 생소한 것만은 아니다”라며 “그런데 국가의 명백한 침탈에 적지 않은 공영방송 종사자들이 침묵하거나 방관·방조하는 상황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실망을 넘어 절망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제 집권 세력은 30%의 진보·개혁 시민을 ‘비국민’으로 간주하는 듯이 보인다. 노명우 아주대 교수(사회학)는 “정권에 반대하는 30%의 진보·개혁세력을 버리고, 보수파 30%에 플러스 알파를 더하면 된다는 판단이 확실히 보인다”며 “촛불집회를 방치했다가 30%의 적들이 플러스 알파인 중도파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고 보고 강경 드라이브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국민을 나누는 ‘두 국민 전략’”이라며 “서구에선 그나마 5 대 5로 나누는 전략이었지만, 한국에선 1 대 9로 나누어 소수를 위하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적 양극화에 사회문화적 통합 자원마저 고갈시키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그리하여 국민을 정치적 견해에 따라 나누어 파란 물감 묻은 국민을 ‘불가촉 천민’처럼 다루는 한국판 카스트 제도가 나온다. 저항하는 30%에겐 독재가 추상의 이데올로기가 아닌 현실로 다가온다. 그럴수록 시민사회단체들과 민주화운동 진영은 민주주의의 퇴보를 막기 위한 운동에 나설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며 발전해온 절차적 민주주의가 명백히 퇴보하는 중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한국방송 사태와 〈PD수첩〉 수사, YTN 사장선임 등 이명박 정부의 방송관련 정책에 대해 박명림 연세대 교수(국제학대학원)는 “경제, 언론, 교육 등 시민사회 영역이 점점 더 중앙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율화돼가는 것이 큰 추세였는데, 현 정부가 예전 권위주의 정권 시절처럼 방송을 일률적으로 편제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이같은 행태가 강화되면 상당수 국민들은 자포자기 또는 정권반대 투쟁이라는 선택지에 내몰리고, 이 가운데 후자를 선택한 이들에 대한 탄압과 반발은 더욱 격렬해져 사회적 갈등의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명박 정부의 일방주의에 대한 반발은 종교계에서도 터져나오고 있다. 종교 차별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다다른 불교계는 8월27일 대규모로 ‘헌법파괴·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 대회’를 개최한다. 화계사 주지인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는 이명박 정부의 행태를 ‘국가적 위기상황’으로 규정하고, 다음달 오체투지 삼보일배를 하며 국토를 종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의 일본화’가 걱정된다

안타까운 점은 정부의 강경 드라이브와 그에 따른 반발 속에서 갈등과 분열이 심해질수록 이는 우리 사회 전체에 손해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노명우 교수는 “현재의 악순환이 계속되면 정권을 장악한 보수와 그에 반대하는 깃발만 남는다. 그 가운데 다수의 사람은 정치에 피로를 느낀다. 피로감이 구조화되면 국민 다수가 공공의 이슈에 무관심한 일본식 사회가 된다. 그러한 결과로 투표에 민심이 반영되지 않는 시스템이 안착된다”고 우려했다.

그리하여 역사의 시계추는 거꾸로 돌아가고 과거의 시는 현재의 의미를 갖는다. “나치는 우선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유대인을 숙청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노동조합원을 숙청했다/ 나는 노조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가톨릭 교도를 숙청했다/ 나는 개신교도였음으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 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20세기 중반 독일 신학자 마르틴 니묄러의 이러한 고백이 21세기 한국에서 절절하다.


인터뷰/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

좌파 정권 끝낸 건 무혈 쿠데타

▣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국민행동본부 서정갑(67·사진) 본부장은 촛불집회와 관련해 가장 강경한 대처를 주문해온 보수주의 운동가이다. 경찰이 촛불집회에 물렁하게 대처한다며 위수령(육군 부대가 해당 지역에 주둔해 경비와 질서 유지, 시설물 보호 등을 맡는 것) 발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예비역대령연합회 회장 출신인 그는 “나같은 사람이 경찰이었으면 (촛불집회) 현장에서 사살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명박 정부나 촛불집회에 대한 생각은?

- 이 대통령이 초창기에 조금 서둘러서 그렇지, 쇠고기는 사실 문제될 것이 없었다. 미국산 쇠고기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것 아니냐. 그런데 문화방송과 한국방송의 선동 방송에 의해 이렇게까지 됐다. 국가 공권력에 도전하는 세력은 우익이건 좌익이건 법대로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기강이 안 선다.

이명박 정권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나.

= 이 대통령이 취임식 때 이념도 초월했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안 된다. 남북이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이념적 대립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의 주적은 엄연히 북한이다. 촛불집회 초동 단계에서부터 색소가 담긴 물대포도 사용하고 했다면 더 큰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이제라도 법집행을 바로 하겠다니 우리에게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법질서를 강조하는데, 한국방송 정연주 전 사장 해임 과정에 권력기관이 총동원된 것은 어떻게 보나.

= 그것은 우리 국민행동본부가 감사원에 시민감사 청원을 했고 이게 받아들여져서 이뤄진 것이다. 정 전 사장이 일반 사람이었다면, 노무현 정권과 관계 없는 사람이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북한에 퍼주기만 하고 김정일 콧대만 세워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코드 인사로 심어놓은 사람 아닌가. 정 전 사장이 노무현 나팔수 역할을 했다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상식이다. 탄핵 때도 그렇고, 병역 관련 김대업 보도 때도 한국방송은 공익 방송이 아니라 정권의 방송이었다.

김대업씨 관련 보도는 정 사장이 임명되기 전의 일인데.

= 하여튼 정권 나팔수 역할을 했으니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총성이 없었을 뿐, 이번 정권이 들어서며 좌파 정권은 종식됐다. 선거로 심판했을 뿐이지, 군이 무혈쿠데타로 정권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스스로가 대통령 이전에 깽판 세력이다. 옛날 같으면 쿠데타를 해서 목을 쳐야 하는데, 국민들이 많이 인내하고 선거로 심판한 것이다.



인터뷰/조광희 변호사

보수는 게임의 규칙을 안 지킨다

▣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장화, 홍련>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너는 내 운명> 등을 제작한 영화사 ‘봄’의 조광희(41) 대표는 본업이 변호사다. 영화진흥법 등급보류조항 위헌 판결을 이끌어내는 등 영화 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그는 8월부터 <창비주간논평>에 기고하고 있는데, 최근 집권 세력과 보수층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썼다. “한국의 보수들은 ‘게임의 룰’을 어기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촛불에는 법 질서를 강조하며 정작 자신은 법과 절차를 무시한다고 했는데.

= 측은지심과 수오지심이란 말이 있다. 인(仁)에 기인하는 측은한 마음인 측은지심이 진보에 가깝다면, 의(義)에서 일어나는 부끄러운 마음인 수오지심은 보수가 가져야 할 덕목 아닌가? 자기가 하는 행동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우리나라 보수엔 그게 없다.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법을 지키라고 강조하면서, 정작 자신은 판사가 제시한 조정에 응한 것을 두고 배임이라며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을 기소하고, 도주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람을 출국 금지해 괴롭히고, 해임할 빌미를 찾기 위한 감사원 감사를 진행했다. 진보건 보수건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수는 그렇지 않다. 한쪽에만 법을 지키라고 한다. 효율성이냐 연대냐, 실리냐 명분이냐 등등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기준이 몇 개 있지만, 우리나라 보수는 그에 해당하지 않는다.

현 정권은 왜 그럴까.

= 이명박 대통령과 그 주변에 포진한 사람들을 ‘고소영’이라는 말로 가리키던데, 실제 이들은 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해오던 이들이 아니잖나. 공동체를 고민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 갑자기 고민한다고 제대로 되겠나.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어떤 면에서 김용갑·정형근·조갑제씨 등은 그런 고민을 해온 사람들 아닌가.

보수의 10년에 대한 보복, 앙갚음이 시작됐다는 말도 있다.

= 누구든 자기가 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난 10년이 잃어버린 것이고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 텐데, 순수한 의미의 보복이라기보다는 성찰 없이 비난만 하는 것 아니겠나.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 내 얘기의 요점은 우리나라 보수가 게임의 규칙을 안 지킨다는 것이다. 따뜻한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게임의 질서를 지키며 선의의 경쟁을 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는데, 요원한 것 같다.


[한겨레21 관련기사]

▶악법들이 몰려온다
▶노무현은 이명박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