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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표지이야기 > 표지이야기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8월14일 제7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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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라, 인권OTL] “햇살같은 선언을 실현하고 싶다”

국가인권위원회 홍보대사인 소설과 공지영씨와 세계인권선언 감상문 공모전 수상자들의 만남

▣ 글 이상규 인턴기자 postdoal@hotmail.com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일어나라, 인권 OTL ⑬]

<한겨레21>과 국가인권위원회가 공동 기획한 세계인권선언 감상문 공모전의 열기가 뜨거웠다. 모두 348명이 응모해 6명의 수상자가 가려졌다. 최우수상에 김상규(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공익근무요원)씨, 우수상에 엄재은(푸른시민연대 상근활동가)씨, 가작에 방준호(서울고 2년)군·한솔(대원외고 3년)군·김푸른샘(한국외대 부속 외고 3년)양이 선정됐고, 초등학생인 박지연(경희초등 6년)양에게는 장려상이 주어졌다. 수상자들이 8월7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권위 홍보대사인 소설가 공지영씨와 만나 자신들의 작품과 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푸른샘양은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느라 참석하지 못했다.


△ 왼쪽부터 방준호군, 한솔군, 김상규씨, 안경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박지연양, 엄재은씨, 공지영 인권위 홍보대사, 김철준 인권위 사무총장, 박용현 <한겨레21> 편집장.

‘모든 사람’, ‘어느 누구’란 말의 감동

공지영(이하 공): 정말 놀랐다.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해 걱정했는데, 이런 젊은이들이 있다는 걸 알고 든든해졌다. 특히 김상규씨 글이 인상적이었는데, 제주 4·3 사건의 기록을 담은 글을 읽고 내가 글을 쓸 실마리를 얻었다.

김상규(이하 김): 친할머니 얘기다. 글에 등장하는 ‘다마짱’이라는 인물은 친일 경력이 있고, 해방 뒤에는 할머니의 가족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을 좌익으로 몰아 희생시켰다. 할머니는 그 모든 일을 겪고 나서 생명을 한층 소중하게 생각하셨다. 할머니의 그런 모습을 보고, 인권뿐만 아니라 더 넓게 생명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한솔(이하 한): 난민 문제에 평소 관심이 많았는데, 봉사 활동 중에 알게 된 ‘마쉴라’라는 소년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코트디부아르에서 내전을 피해 한국에 온 난민 꼬마다. 마쉴라를 만나면서 가장 와닿았던 말은 ‘예전에 먹을 것이 없어 도둑질을 했다’는 얘기였다. 생일날 햄버거를 먹고 싶다고 해서 사주려고 했더니, “형, 근데 돈 있어? 돈 있어야 해!”라고 하더라. 나도 자기처럼 도둑질하다 붙잡히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공: 돈 내고 사먹는 것 자체를 상상하지 못했다니 충격적이다.

한: 사회에서 이런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인권을 챙겨주지 못하면 결국 그렇게 훔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을 쓰고 싶었다.

박지연(이하 박): 꿈이 작가다. 나중에 작가가 되려면 인권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는 아버지의 권유로 공모했다. 세계인권선언을 읽어보니 햇살같이 따뜻한 내용이었다. 본래 ‘햇살이 된 인권선언’으로 표현하려다가 인권선언이 여전히 제구실을 못하는 것 같아서 ‘햇살이 되고픈 세계인권선언’으로 제목을 정했다.

공: 세계인권선언은 너무 당연한 얘기를 했을 뿐인데, 세상이 감동한다. 정말 필요하고 고마운 햇살에 잘 비유한 것 같다.

방준호(이하 방): 세계인권선언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구절은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권리들과 ‘어느 누구’도 빼앗겨서는 안 되는 인권들에 대한 표현이었다.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다’라고 알고 있었는데, 인권선언에서 본 이런 구절들은 인권이라는 것이 ‘예외 없이’ 존중받아야 할 가장 고귀한 가치 기준이라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 공지영씨와의 간담회는 수상자들의 작품과 인권에 대한 이야기로 시종일관 훈훈하게 진행되었다. (사진/ 인권위원회 홍보팀 조우혜)

엄재은(이하 엄): 한국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어야 했던 베트남 결혼 이민여성 후안마이를 생각하며 ‘그녀가 가슴속에 품고 떠난 말’을 썼다. 인권선언에는 행복한 가정을 꾸릴 권리, 자기 나라로 자유롭게 돌아갈 권리 등이 있는데, 그 아름다운 조항 어느 하나도 후안마이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웠다.

공: <별들의 들판>이란 소설을 쓸 때 독일로 이주했던 광부·간호사들을 취재했다. 이주노동자라 불이익을 받은 적이 없었냐고 그분들에게 묻자, 당시 서독은 완벽히 인권을 지켜줬다고 대답했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파견된 정보기관 사람들이 훨씬 자신들을 괴롭혔다고 한다. 젊은 분들이 쓴 글을 읽고 얘기를 들어보니 눈물이 날 것 같다. 요즘 세대들은 고시 보는 것이 목표고 꿈도 없고, 그런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는데, 젊은 분들이 이렇게 활약하는 것을 보니 감동적이다.

김: 할머니의 삶에 대해 정리하면서 4·3 사건을 다시 한 번 되살펴보게 되었다. 4·3 특별법이 통과됐다고 사건이 끝나는 게 아니다. 이후의 치유 과정이 앞으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할머니는 자신을 그렇게 괴롭혔던 ‘다마짱’이 죽었을 때 초상집에 들러 그 딸에게 부조를 했다. 할머니의 마음이 묵은지처럼 묵었던 것 같다.

한: 글에 썼던 ‘깜둥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마쉴라의 면전에 대고 그런 말을 하지는 않지만, 다른 친구와 얘기하다 보면 그런 얘기를 은연중에 하는 경우가 많다. 무의식중에 차별이 일어나는 것 같다. 사람들의 그런 인식을 자연스럽게 바뀌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이 더 쉬운 말로 나왔으면

박: 세계인권선언이 어린이 입장에서 읽기 쉽게 더 쉬운 말로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방: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사람’이라 말하면서도 아직 모든 사람을 포괄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특히 청소년 인권 문제와 관련해 기성세대와의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생각이다.

엄: 올가을 ‘다문화 어린이 도서관’을 열 예정이다. 도서관을 열게 되면 아이들이 손을 잡고 쉬운 말로 쓰인 세계인권선언을 같이 낭독하는 퍼포먼스도 기획해야겠다.

공: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모두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