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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표지이야기 > 표지이야기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7년08월09일 제6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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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 위키백과의 세상으로

누가 쓰고 누가 편집해도 지식이 된다… 지식 없는 지식인, 열리지 않는 오픈 검색의 인터넷 강국에서 당신이 당장 할 일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다른 건 재미없어서! 2000년 겨울, 지미 웨일스는 인터넷 사이트 ‘누피디아’(Nupedia)에 글을 쓰고 있었다. 누피디아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체계적인 방식으로 온라인 백과사전을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누피디아가 다른 백과사전과 다른 점은 ‘GNU’ 프로젝트라는 것이었다. ‘GNU’ 문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실행, 복사, 수정, 배포’할 수 있다. 누피디아라는 이름도 ‘GNU’에서 왔다. 그런데 문제는 글을 쓰는 당사자가 재미를 붙이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그 겨울의 지미 웨일스는 “따분해. 이거 정말 재미없잖아”라는 말을 계속해서 내뱉고 있었다. 그(그리고 프로그래머 래리 생어*1 -기사 하단에 주석 달렸음 )는 ‘위키’*2라는 방식을 알고 있었다. 방문하는 모든 사람이 정보를 추가할 수 있고 정보가 어떻게 바뀌든 상관하지 않도록 코딩하는 것이었다. 2001년 1월15일 ‘누피디아’는 ‘위키’ 방식을 채택한 사이트로 출발했다. 효과는 두 주 만에 확실하게 나타났다. 2년 동안 쓴 글보다 더 많은 항목이 사이트에 올라왔다. ‘위키피디아’(Wikipedia)는 이렇게 탄생했다.*3다른 건 재미없어서!


△ 위키백과는 2000년 겨울 지미 웨일스에 의해 탄생했다. 새로운 백과사전을 구상하고 있던 그는 ‘위키’ 방식을 여기에 도입함으로써 획기적인 전환을 했다.(사진/ 연합)

위키홀릭, 한번 맛들이면 헤어나기 힘들다

2007년 7월21일 한국에서 이 ‘재미’를 먼저 안 사람들의 모임이 있었다. 토요일 오후 4시 용산역 4층 KTX 별실, 한국어 위키백과*4 첫 번째 오프라인 모임이 열렸다. 참석자가 ID와 이름이 적힌 방명록에 사인을 하자 입구에 서 있던 뷰로크랫*5정경훈씨(위키백과 ID puzzletchung)의 얼굴에 ‘아하’ 하는 표정이 스친다. ID의 실체를 처음 확인하는 것이다. 그는 뷰로크랫인 박종대씨(위키백과 ID ChongDae)의 얼굴도 처음 본다고 했다. 40여 명의 사람들이 자리에 모였다. 시간이 되자 박종대씨가 ‘위키백과’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에 나섰다. ‘위키’를 알기에 좋은 ‘수업’이었으나 30분쯤 지나자 한 위키피디언이 손을 들었다. “위키의 오프라인 모임이니까 위키답게, 위키적으로 진행했으면 합니다.” 프레젠테이션이 곧 끝나고 위키피디언들의 ‘위키’적 토론이 이어졌다.

잠시 쉰 뒤 정경훈씨가 위키백과 편집의 중요한 개념인 ‘중립적인 시각’에 대해 발표했다. 발표의 중간중간 자유롭게 토론이 만개했다. “글을 올려서 자료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중립적인 시각에 너무 얽매이지 말자. 중립성이라는 것이 그냥 테크닉에 불과하지 않은가.” “맨 처음부터 객관적인 것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사람이 편집을 하면서 점점 더 객관성을 띠게 된다.” …대실 시간을 넘겨 이어지던 이야기는 저녁식사로 옮겨졌다.

참여한 위키피디언들은 자신이 ‘위키 중독’임을 고백한다. 정안영민(위키백과 ID 정안영민)씨는 “요즘은 내가 ‘위키홀릭’이 아닌가 걱정하기도 한다. 매일 꼬박꼬박 들르고 일주일이면 스무 시간 이상을 할애한다. 업데이트되는 문서에 문제가 없나 살펴 문서를 수정하고 토론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한국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서비스사업본부 차장이자 공학박사인 이영곤(위키백과 ID Atlas)씨도 위키홀릭이다. “될 수 있는 한 많이 하려고 한다.” 2001년 5월 초창기의 영어 위키백과 활동에서부터 시작해 현재는 한국어 위키백과로 넓힌 뒤에도 검색 및 문서편집에 일주일 중 평균 8시간 정도를 투자한다.

한번 맛들이면 쥐 풀방구리 드나들 듯 헤어나기 어렵다. 위키피디언이 정리한 ‘위키백과 중독 증상’은 다음과 같다. “위키백과 때문에 사교, 공부 등 자신에게 소중한 것에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위키백과 때문에 잠 잘 시간이 없다. 밤중에 위키백과에 몰두해서 낮에 항상 피곤하다. 위키백과가 성장하는 것에 대해 감명을 받았다.”

한국어 위키백과 모임은 NHN에서 후원했다. 모임을 공지할 때 ‘후원자’를 밝히지 않았는데 입구에 들어서자 네이버 기념품과 함께 ‘네이버 모자’가 나눠졌다. 박종대씨는 “대실료와 식사를 후원받았다”고 밝혔다. 후원금도 함께 밝혔다. 그는 후원금과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위키미디어 재단*6 의 정책을 덧붙였다. 전세계 서버 증설과 운영비가 모두 이 기부금과 후원금으로 충당된다. 한국어 위키백과도 이 서버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새로고침 두 번 만에 ‘FOOL’이 사라지다

위키백과는 수많은 사람의 손이 가면 최선의 결과가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이른바 ‘집단지성’*7 의 힘이다. 그것을 구현하는 위키백과의 방식은 ‘완전 오픈’이다.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는 누구나 글을 쓰고 고칠 수 있다. 이런 방식에 대한 첫 반응은 대개 ‘어리둥절’이다. 내가 쓴 글을 다른 사람이 편집한다고? 멋대로? “들어가서 지워버리면 어떡해?” “좋은 글인데 엉뚱한 문장으로 바꿔버리면?” “자기 자신에게 득이 되도록 만들면?” 등 ‘걱정’은 끝이 없다. 위키백과는 이런 ‘우려’를 몰라서가 아니라 ‘우려’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졌다. 이러한 ‘우려에 대한 보완책’은 ‘위키’에 내재돼 있다. 위키백과 등 모든 위키는 편집 내용을 모두 보관한다(역사·history). 편집자는 바뀐 문서를 보고 그전과 비교할 수 있다(차이·difference). 앙심을 품고 휘젓고 다녀도 먼젓번 글로 돌아갈 수 있다(편집 취소).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위키백과는 세계인이 가장 먼저 ‘정의’를 구하기 위해서 찾는 사이트가 되었다. 물론 신뢰성은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영어 위키백과 대문에〈USA 투데이〉의 기자 존 시겐셀러가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범으로 묘사된 문서가 올라와 문제가 된 것은 대표적인 사례. ‘조지 W. 부시’는 표적이 되기 쉬운 공격 대상이다. 한때 ‘조시 부시’ 문서가 성기 그림으로 도배되기도 했다.


△ 7월21일 용산역 KTX 별실, 위키피디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시간 날 때마다 들르고 되도록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위키홀릭들이다. 8월2일에는 문서 항목 4만 개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자율’을 택한 위키백과는 ‘자정 능력’을 믿는다. 한 네티즌은 2005년 12월께 영어 위키백과를 상대로 실험을 했다. 조지 부시의 이름 사이에 ‘바보’(fool)를 집어넣은 것이다. 그는 자신의 행동의 극악무도함을 알고 있었다. “새로고침을 누르면서 지켜봤다. 1분에 한 번씩 새로고침을 누를 작정이었다. 두 번째 눌렀을 때 이미 표제어는 정상적으로 바뀌어 있었다.” 위키백과의 정보 오류는 브리태니커의 것에 비하면 약과였다. <네이처>는 2005년 12월호에서 과학 카테고리 문서에 대해서 브리태니커와 위키백과의 오류를 비교했고 위키백과의 손을 들어주었다. 브리태니커는 반박문을 내고 엉터리 기사를 철회하라며 반발했다. 문제는 위키백과의 오류는 지적된 순간 편집자에 의해 수정되지만 브리태니커는 다음 개정판까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위키백과는 브리태니커의 오류를 지적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8그중에는 클린턴의 생일 오류도 있었다.

‘진실 또는 거짓’이 명확한 것은 쉽다. 정치적 관점이 서술에 개입된다면 좀더 복잡해진다. 영어 위키백과에서 ‘일본해’와 ‘동해’의 표기 문제는 편집자들의 세 싸움으로 왔다갔다 했다. 현재는 ‘일본해’로 등록돼 있고 내부 링크로 ‘명칭 문제’ 링크가 걸려 있다. 위키백과는 ‘중립적 시각’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이 정책은 위키백과를 유지하는 다섯 가지 기둥 정책*9 중 하나이며 세 가지 콘텐츠 정책*10 가운데 하나다. 뷰로크랫 정경훈씨는 “중립적 시각이라는 것은 객관적 시각이 아니다. 객관적 시각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중립적 시각이라는 것도 시각의 하나라는 것도 인정한다”고 말한다. ‘중립적 시각’에 대한 또 다른 오해도 있다. 정경훈씨는 덧붙여 말했다. “충돌하는 의견이 있을 때 50 대 50으로 기술하는 것이라고 중립적 시각을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지구가 평평하다’라는 가설을 ‘지구는 구(球)다’라는 것과 같은 비중으로 실을 수는 없다.”*11

검색에 오픈되지 않은 ‘오픈백과’

통제냐, 자율이냐. 어느 쪽으로든 백과사전은 만들어질 수 있다. 한국 인터넷 콘텐츠는 ‘통제’ 쪽에 기울어져 있다. 네이버 오픈백과의 예를 들어보자. 글을 등록하면 검수자의 사전 검수를 통과한 뒤 웹상에 등록된다. 최소 500자 이상 입력해야 하며(내용의 희소가치가 있는 경우엔 제한 없음), 출처가 부정확하거나 내용이 미흡하면 ‘등록 보류’된다. 홍보팀은 하루 1천 건 정도 등록되며 그중 500건 정도가 웹상에 등록된다고 했다. 원칙적으로 글의 수정은 등록자가 할 수 있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홍보팀에서는 “웹상에 등록되면 프로그램으로 내용을 자동 수정해 불법적인 홍보 활동을 하는 사례가 빈번해 웹상에서 직접 수정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별도로 요청을 하면 관리자가 수정을 반영해준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집필자조차도 수정할 수 있는 길은 멀다. 한 정보기술(IT) 업체 홍보 담당자는 “회사에 대한 설명이 등록된 뒤 바뀌는 내용이 있어 수정이 필요할 때마다 애를 먹곤 한다”고 말한다.

검색 문제로 오면 포털 콘텐츠의 ‘통제된 성역’ 문제는 커진다. 포털의 콘텐츠 검색은 포털 내에서만 가능하다. 예를 들어 네이버 ‘오픈백과’는 네이버 내에서만 ‘오픈’된다. 엠파스가 ‘열린 검색’을 내세우며 네이버 내용에 다가가려 했지만 ‘숨바꼭질’ 끝에 ‘장외 지역’이 되었다. 구글과 야후, 다음 등에서도 네이버의 오픈백과에 접근할 수 없다. 역으로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네이버 홍보팀은 “오픈백과 콘텐츠에는 네이버의 검수 및 편집 노력이 상당 부분 투입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노력의 보호 조치로 검색로봇 규약상에 크롤링을 배제하는 원칙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보호’ 조치는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 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검색’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콘텐츠의 효과는 의문이다. 미디어연구가 김낙호씨는 “검색 불가능한 콘텐츠는 콘텐츠가 아니다. 검색이 불가능한 것은 고립을 자초한다. 이런 식이라면 옛날의 하이텔, 나우누리 시절과 다를 바가 없다”고 단언했다.*12

위키백과 문서는 GNU 자유 문서 사용 허가*13에 따라 통용된다. “명시된 규준을 따르기만 한다면, 위키백과의 문서를 어떠한 목적으로든 사용할 수 있으며, 특정한 저작권자의 허가가 필요하지도 않다.” 위키백과는 출처를 밝히면 인용 가능하다. 복제와 배포의 자유 외에 수정의 자유도 포함된다. 접근성 또한 좋다. 주소창에 ‘ko.wikipedia.org/wiki/’를 치고 자신이 찾고 싶은 항목을 치면 그대로 연결된다.*14

네이버에서도 ‘위키백과 - 찾고 싶은 항목’을 치면 항목이 검색된다.

‘내’가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 네티즌

2002년 10월 문을 연 한국어 위키백과는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성장했다. 랭키닷컴(www.rankey.com)의 통계에 따르면 영어 위키백과와 한국어 위키백과는 한 번도 순위가 내려온 적이 없다. 등록 문서 4만 개라는 ‘위업’도 8월2일 오후 3시59분경 달성됐다. 8월이 가기 전에 포털 사이트 다음은 백과사전 서비스에서 위키백과를 제공할 계획이다. SK 역시 무선 인터넷으로 위키백과의 내용을 제공한다.

하지만 활성화를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근본적 문제 하나는 ‘진입장벽’이다. IT 전문가 김국현씨는 “위키백과의 단점은 역시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개념도 생소하고 초기 학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의 위키백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정철 다음 검색포털본부 사전 TFT 팀장도 동의한다. 그는 한국어 위키백과의 편집자(위키백과 ID 거북이)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위키백과의 장점을 인정하지만 대중을 위한 포털에서 위키 방식을 사용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이번 다음의 위키백과 서비스는 백과사전 내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백과사전 항목을 치면 위키백과를 명기한 페이지가 뜬다. ‘편집’을 원하면 위키백과로 이동하게 했다. 2004년 3월 포털 사이트 야후에서도 백과사전 내에 위키 방식을 도입했다. 홍보팀의 박선희씨는 “네티즌들에게 다소 사용이 어렵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현재는 더 쉬운 참여 방법으로 전환했다”고 말한다. ‘위키지식’ ‘위키백과’는 현재 ‘오픈지식’과 ‘오픈사전’으로 서비스명이 바뀌고 ‘관련 지식 올리기’를 통해 지식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높은 진입장벽만이 이유는 아니다. 김국현씨는 “도구의 까다로움도 있지만 의사 조율 같은 행동의 까다로움도 크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문화에 있다. “곳곳에 ‘불펌’(불법 다운로드)이 아무 죄책감 없이 이루어진다. 오리지널의 지식을 내세우고 소스를 찾아가는 문화, 지식을 중요시 여기는 문화가 없다. ‘나의 세계관이 세상을 지배한다’와 ‘내가 세상을 지배한다’의 차이가 나는데 한국 사람은 후자 쪽이다.” 정철씨는 “참여도가 낮은 가장 큰 이유는 ‘토론 문화의 부재’다. 토론에 익숙지 않다 보니 남들이 자기의 글을 지우고 고치는 것을 용납할 수 있는 사람이 적다. 우리 주변에 언제나 개론서만 있을 뿐 제대로 정리된 정보가 별로 없다는 것도 약점이다. 위키백과는 딱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넘치는 콘텐츠 소비자, 귀한 콘텐츠 생산자

박종대씨는 강력한 저작권 보호도 문제라고 했다. 한 예로 한국어 위키백과 편집자들의 그림 사용은 그 엄격하다는 일본보다 힘들다. 박종대씨는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에도 영어 위키백과의 부시와 만난 사진에서 노무현의 얼굴을 오려냈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교육을 위한 자료는 ‘공정 사용’*15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위키위키’한 인터넷 환경은 ‘위키’ 콘텐츠와는 별개다. 한국 정보통신부의 국책 과제는 주로 인터넷 환경에 쏠렸다.*16 인터넷 이용자 수가 3412만 명, 이용률이 74.8%에 이른다.*17 한국은 인터넷 사용자 수*18언어별 인터넷 사용자 수*19 모두 세계 8위인 ‘인터넷 강국’이다. 한국의 한국어 위키백과는 언어별 위키백과 중 31위*20다. 서울 북부지원 윤종수 판사는 ‘당장 위키백과로 달려가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엄청난 인터넷 이용자와 세계 최고의 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에 비해 너무나도 빈약한 콘텐츠, 유수의 포털에 비해 초라한 개방적·자율적 커뮤니티의 현실, 강력한 저작권에 대한 격렬한 비난의 목소리에 비해 너무나도 초라한 공유 문화, 엄청난 양의 UCC(User Copied Contents)에 비해 너무나도 드문 UCC(User Created Contents), 넘치는 콘텐츠 소비자에 비해 너무나도 귀한 콘텐츠 생산자들. 이것이 우리의 인터넷 문화, 더 나아가 우리의 정보사회에 존재하는 심각한 불균형이다. 바로 그러한 불균형에 대한 반대편으로서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위키백과의 문화적 의미이다. 위키백과는 균형을 향한 여러 첫걸음 중 하나라는 것. 그것이 오늘 당장 위키백과로 달려가야 할 이유이다.”*21


웹2.0도 모르겠는데 웹3.0?

자랑하지 않는다는 웹2.0을 우리는 광고에서 왜 그렇게 많이 봤을까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인터넷 성공 기업은 제품을 구태여 광고하지 않는다. 성공 기업의 제품은 사용자의 입소문으로 퍼진다. 한 사람의 사용자가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것이다. 널리 알리기 위해 광고에 의존하는 사이트나 제품이라면 웹2.0은 아니다. 틀림없다.” 팀 오릴리는 2005년 9월 ‘웹2.0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오릴리는 오릴리&어소시에이츠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표준 운동가이다. 그런데 왜 우리의 이마를 치며 웹2.0을 각인시킨 것은 ‘마빡이 동영상’ 광고였을까.

웹2.0은 원래 폐허 속에서 태어났다. ‘웹2.0’이란 단어를 최초로 쓴 것은 오랄 미디어의 부사장인 데일 도허티다. 그는 닷컴 붕괴 이후 살아남은 기업들의 공통점에서 웹2.0 개념을 뽑아냈다. 쌍방향이 강조되고, 자료를 중요시하고, 장점이 발전할 수 있는 사이트 플랫폼이 생존 기업들의 공통점이었다. 웹2.0은 오랄 미디어가 2004년 10월 5일부터 일주일간 개최한 ‘웹2.0 콘퍼런스’를 통해서 퍼져나갔다.

국경이 없는 인터넷에 한국이라고 웹2.0을 몰랐을 리는 없겠지만, 화두로 떠오른 것은 2005년 말이다. 미국 유학 중에 한국에 들른 ‘컴퓨터 의사’ 안철수씨는 “소프트웨어의 서비스화를 앞서가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웹2.0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고 기자회견장에서 밝혔다. 곧이어 김범수 (주)엔에이치엔 사장은 “인터넷을 통한 지식 공유와 네트워크 강화라는 웹2.0의 지향점은 빠르고 충실하게 현실화될 것”(‘인터넷의 미래’, <전자신문> 2006년 1월1일 특별기고)이라고 전망했다. 2006년 2월에는 인터넷 서비스업체 개발자들이, 3월에는 정보통신부가 주최하는 웹2.0을 문패로 내건 콘퍼런스가 잇달아 열렸다.

한국에서 웹2.0의 전개 양상은 ‘폐허’ 이후와는 거리가 멀다. IT 기업의 각축장에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성공을 이어가던 기업들이 웹2.0을 표방하며 서비스를 확대해나갔다. 블로그와 UCC를 제공하던 기업이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포털 사이트가 블로그와 UCC 서비스를 내세우며 영토를 확장한 것이다.

오히려 웹2.0을 걷어내고야 웹2.0의 개념이 보인다. 한국의 웹2.0 개념 서비스들은 이미 세계에 유례없는 사례들을 만들며 진행돼왔다. 1999년에 문을 연 싸이월드는 ‘일촌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무섭게 확산됐다(2002년 SK에 통합). 2000년에 <오마이뉴스>가 창간되면서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개념이 퍼진 것도 웹2.0의 참여정신으로 볼 수 있다. 파워 블로거와 파워 커뮤니티가 생겨나면서 이들이 생성한 콘텐츠의 신뢰도가 높아졌다.

그렇다면 웹2.0 이후의 인터넷 세상은 어떨까. 현재 미국에 있는 안철수씨는 <한겨레21>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분명한 것은 탈권위주의는 계속되며, 인터넷도 그것을 수용하기 위해서 계속 변화, 발전해나갈 것이라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것이 웹3.0일까? 얼마 전 방한한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를 비롯해 IT 전문가 사이에서는 웹3.0이 화두가 되고 있다. 안철수씨는 웹3.0은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지독한 장사꾼 냄새가 난다.” 웹3.0은 폐허라는 실재가 아니라 ‘미래학자’들의 전망일 뿐이다. 다들 웹3.0이라고 말하니 새로운 웹4.0을 이야기해보자. 웹5.0인들 어떠랴. 다음은 웹이 아니라 왑(World Aid Web)이다, ‘왑2.0’은 어떤가. 뭐든 실체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1 래리 생어: 래리 생어는 누피디아와 위키백과의 공동 설립자다. 그는 올 3월25일 시티젠디움(Citizendium·시민 컴펜디움(citizens’ compendium of everything)의 줄임말) 사이트를 열었다. 시티젠디움은 위키백과처럼 일반인이 편집할 수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이다. 하지만 다른 점은 전문가의 ‘편집감독’을 받는다는 점이다. 편집감독은 학사 학위를 가진 25살 이상의 사람들이며, 이외에도 편집을 책임지는 자원봉사자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이전 ‘디지털 유니버스’로 알려졌다.

2 위키: ‘위키위키’(wikiwiki)는 하와이어로 ‘빨리빨리’라는 뜻이다. 워드 커닝햄이 1994년 위키 개념을 만들고 이름을 지었으며 위키를 적용한 사이트를 만들었다.

3 글의 출처: <뉴사이언티스트> 2007년 2월3일치 지미 웨일스와의 인터뷰

4 한국어 위키백과: http://ko.wikipedia.org. 위키백과는 위키피디아의 한국 번역어이다. 언어별로 구분돼 있는 위키백과의 한국어판은 ‘한국어 위키백과’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고 한국어만 알면 누구나 편집도 가능하다. 2007년 8월1일 현재 253개 언어의 위키백과가 있다.

5 뷰로크랫: 기본적으로 관리자 권한을 가지면서 사용자에게 관리자나 뷰로크랫 권한을 줄 수 있다. (요청이 있을 때) 사용자 이름을 변경할 수 있다.

6 위키미디어 재단: 위키미디어 재단(Wikimedia Foundation Inc.)은 위키백과, 위키낱말사전, 위키인용집, 위키책 등을 관리하는 비영리 재단이다. 위키미디어 재단은 미국 플로리다 세인트피터즈버그에 있으며, 플로리다주의 법률에 의해 조직됐다. 2003년 6월20일 지미 웨일스가 창립했다.(한국어 위키백과, 2007년 8월1일치)

7 집단지성: Collective Intelligence. 많은 개인들의 협력과 경쟁에서 탄생해 고유의 지성을 가지게 된다. 박테리아, 동물, 인간, 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의 의견 결정 과정에서 나타난다. 사회학, 컴퓨터과학, 군중행동 연구의 하위 분야로 쿼크 단위에서 박테리아, 식물, 동물, 인간 사회의 행동까지 넓은 대상을 포괄한다. 곤충학자 윌리엄 모턴 휠러가 개미를 관찰하면서 제기했다(1911). 피터 러셀의 저작에서 사회학적 정의가 이뤄졌으며(1983), 이후 피에르 레비가 사이버 공간에서의 집단지성(L’intelligence collective) 개념을 정리했다. 웰스의 세계두뇌(world brain), 하워드 블룸의 지구촌두뇌(Global Brain), 하워드 라인골드의 참여군중(Smart Mobs), 공공지능(public intelligence) 등도 비슷한 개념으로 쓰인다.(위키백과, 2007년 8월1일 등에서 정리)

8 오류 지적: 영문 위키백과 ‘Wikipedia: Errors in the Encyclopedia Britannica that have been corrected in Wikipedia’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9 다섯 가지 기둥 정책: 백과사전, 중립적 시각, 자유 콘텐츠, 상호 존중, 규칙 없음.

10 세 가지 컨텐츠 정책: 중립적 시각(NPOV), 검증 가능성(verifiability), 자체 조사 금지(no original research).

11 중립적 시각: 이 문제는 위키백과의 ‘미국 중심주의’적 시각도 함께 지적돼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 글에 따라오는 38쪽~39쪽의 데니스 하트 교수의 글을 참조할 것. 위키백과의 사용자 권한 제한도 문제로 떠오르곤 한다. 코미디언 스티븐 콜버트가 위키 백과사전의 취약성을 보여주자며 우스꽝스럽게 수정하도록 팬들을 ‘선동’했고 사이트 이용이 금지됐다.

12 김낙호씨는 최근에 이루어지고 있는 언론사들의 7일 지난 기사 검색 제한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다른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검색은 되고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는 요금을 내야 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13 GNU 자유 문서 사용 허가: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GNU FDL, GFDL.

14 접근성이 좋다: 코딩을 UTF-8로 맞춰야 한다. 익스플로러의 경우 ‘인터넷 옵션>고급>탐색>URL을 항상 UTF-8로 보냄(다시 시작해야 함)’에 체크한다.

15 공정 사용: 영어의 ‘Fair Use’를 번역한 것으로 미국 저작권법의 관점이다.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도 어느 한도 안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학교의 교육용 자료에서 저작권이 있는 책의 내용을 일부 인용해 사용한 것에 대해 합법 판결을 내린 1841년 판례에 근거한다. 미 저작권법 제107조가 명시한 공정 사용이 적용되는 저작물의 이용 목적은 비판(criticism), 비평(comment), 뉴스 보도, 강의(teaching), 학문(scholarship) 또는 연구(research) 등이다. 한국어 위키백과에서는 이 원칙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한국 저작권법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5년 12월 7일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이 ‘공정 사용’을 포함한 저작권법을 발의했지만 법제화에 이르지 못했다. 대신 ‘친고죄’ 조항을 폐지한 저작권법이 2006년 12월28일자로 국회를 통과했다.

16 국가 인터넷 정책: 정보통신부는 2005년 25억원, 2006년 70억원을 투자해 광대역통신망(BcN) 사업을 했다. 이 사업은 50~100Mbps급의 광대역 정보통신 환경을 2010년까지 유선 1천만 가구 및 무선 1천만 가입자에게 제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환경은 나아졌다. ‘OECD 통신 전망 보고서’ 광대역통신망 보급현황 조사에 따르면 2006년 10월 기준으로 한국의 월 인터넷 사용료는 35.5달러(약 3만2600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8번째로 비싼 것으로 나왔다.

17 표1 참조

18 표2 참조

19 표3 참조

20 표4 참조

21 인용글: 〈ZDnet korea〉 칼럼(2006년 8월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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