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1997년05월01일 제 155호 한겨레21

독일대학의 딜레마

오랜 전통을 지닌 독일의 대학 사회가 최근 ‘경쟁력 강화’라는 몸살을 앓고 있다. 모든 대학이 등록금을 받지 않는 ‘학생천국’ 독일에서 대학 사회가 “시대의 흐름에 알맞게” 특권제한 등 목소리를 점차 높이고 있 는 것이다. 이를 위한 등록금 징수제도는 이미 지난해부터 몇몇 주에서 시행돼왔다.

‘경쟁력 강화’ 물결은 최근 ‘대학교수 자격시험과정’의 존폐 논쟁으 로 표출되고 있다. 지금껏 독일에서의 교수임용은 박사학위 취득 뒤 별도 의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 과정은 평 균 3~5년 정도로, 이는 결국 대학교수 임용 평균연령을 약 40세로 늦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교수 질 향상을 위한 이 제도가 오히려 긴 임용기간으로 인해 대학의 분위기를 침체시킨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또 대학교수에 임용되는 순간, 곧바로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의 신분이 부여되는 점도 연구노력을 게을리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됐다. 따라서 ‘대학교수 자격시험과정’을 폐지하는 대신, 박사학위 취득 뒤 일정기간 동안 계약직 조교수로 임용하는 방안이 설득력을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분과학문’의 좁은 틀에 안주하지 않고 ‘통합학문’을 지향해온 오랜 전통의 독일 대학에 어느 정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대학 개혁을 둘러싼 논의가 결코 “학문세 계마저 시장의 논리에 맹목적으로 내맡기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는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과연 독일 대학 사회가 ‘경쟁력’과 ‘전통 ’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주목된다.

브레멘=최우성 통신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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