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에밀 졸라는 없는가, 졸라…
강신욱 대법관 후보 인사청문회를 맞아 되돌아본 유서대필사건과 기타 등등

(사진/영원히 혐의를 못 벗을 것인가. 92년 두손이 묶인 강기훈씨)

“못 나오신대.”

김규항이 휴대폰을 끄며 말했다. “지금 인사불성이시래. 청문회 보고 대취하신 모양이야.”

7월7일 금요일 밤 10시. 한겨레신문사 5층 회의실은 난감한 침묵에 휩싸였다. 쾌도난담 사상 두 번째로 게스트에게 바람을 맞은 것이다.

인권운동사랑방 대표 서준식(52). 91년 강기훈 유서대필사건의 무고함을 입증하기 위해 몸으로 뛰었고, 지금도 다시 뛰고 있는 그가 오늘 초청됐던 것이다. 낮에 열린 당시 주임검사 강신욱씨의 대법관 후보 인사청문회를 시청한 뒤 ‘유서대필’사건을 함께 이야기하기로 한 그였다. 그런데 인사청문회를 보자마자 그의 ‘꼭지’가 돈 것이다. 강신욱씨가 했다는 이런 말들 때문이다. “지금 다시 수사해도 같은 결론을 내릴 것이다.” 이에 대한 김어준의 명쾌한 코멘트. “뻔뻔하구만, 졸라!” 그리고…. “형, 우리끼리 그냥 하자.”

분신정국을 회고함

김어준 분신정국을 회고함, 이런 거 먼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김규항 회고해봐. 너 91년에 한국에 있었니?

김어준 있었어요.

김규항 단순 가담자로. (웃음)

김어준 그때가 저때 아닙니까. 김영삼이 구국의 결단을 해서 민자당이 탄생한 지 1년쯤 지난….

김규항 이야, 현대사를 꿰버리네. (웃음)

김어준 김기설씨 죽기 전에도 아마 한 세명쯤 분신했죠? 김기설씨 투신자살 할 때쯤 돼서 그 누구야… 형이 저번때 앵벌이라고 한 사람… 갑자기 생각 안 나네.

김규항 아… 지하 선생.

김어준 응. 지하 선생님이 “죽음의 굿판을 집어치우라”했지. 아, 그리고 플러스 바콩! (웃음) 나와 가지고 “배후세력이 있다!” 바로 그때지.

김규항 너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김어준 참내… 그 정도도 모르면서 제가 어찌 쾌도난담을 한다고 하겠습니까? (웃음) 하여튼 그래가지고 분위기가 반전됐어. 그때 또 <조선일보>가 튀어나와 가지고… <조선일보> 이거는 안 끼는 데가 없어. (웃음)

김규항 너 ‘나름의 고충’이라는 말 아니? (웃음) 걔들도 한주만 쉬게 해줘. (웃음)

김어준 검은 배후세력이 있고, 죽음을 혁명도구화한대나 어쩐대나. 지하 선생이 기고한 것도 <조선일보>였고, 바콩 키워준 것도 <조선일보>였지.

김규항 바콩이 요새 뭐라는 줄 알아?

김어준 뭐라는데요?

김규항 냉전을 넘어서야 한단다.

김어준 우하하.

김규항 돌아버리겠어.

김어준 냉장고나 넘어서라! (웃음)

김규항 바콩도 가만히 보니까, 좌파가 잡으면 좌파가 될 사람이야. 그 사람 원래는 해방신학이었거든. 어떻게 된 게 도무지 자기 입장을 지키는 사람이 없어.

김어준 역시 몽골 전사 조갑제 선생밖에 없어. (웃음)

김규항 조갑제 사이트 생긴 거 아니? chogabje.com.

김어준 들어가봤어요.

김규항 재밌더라고. 근데 거기 어떤 사람이 김규항 이름으로 글을 올린 거야. 내용은 대충 괜찮은데 끝에다 ‘졸라’라고 해놨어.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re’를 달았어. 김규항한테 실망했다고, 품위없게 ‘졸라’가 뭐냐고.

김어준 형이 술 먹고 쓴 거 아니야?

김규항 술먹어도 ‘졸라’는 안 써. ‘좆나’라고 쓰지. (웃음) 그래서 ‘re’를 달고 내가 “이건 나 아니다”… 구차하지만 그렇게 썼어. 근데 어제 ‘우리모두’ 사이트에 들어가봤더니, 누가 또 김규항이 쓴 글이라면서 퍼다논거야. 거기 또 들어가 ‘re’를 달고 “이거 조갑제 사이트에서도 말했지만 나 아니다”고 썼지. (웃음) 근데 어제 오후에 범인한테 메일이 온 거야.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 고대 학생이래.

김어준 푸하하. 씻을 수 없는 죄? ‘졸라’썼다고? (웃음)

드레퓌스와 장티푸스

김규항 내가 답장을 보냈지. 뭐 그 정도 가지고 그러냐고…. (웃음)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웃음) 사실 내가 집착한 게 내용보다 내 이름이었다는 사실이 부끄럽더라고. 그 알량한 명예욕이. 내가 평소 글에서 주장했던 거하고는 달리 말야.

김어준 근데, 그게 분신정국하고 무슨 상관이야? (웃음)

김규항 물론 상관없지. (웃음) 니가 조갑제 선생 이야기를 하니까 연상이 됐지. 김기설은 서준식 선생이 전민련 인권위원장 할 때 같은 팀에서 일했는데… 매일 리포트 같은 걸 만들어오면 그걸 읽고 고쳐주고 그랬다고. 그러니까 서 선생이 필적을 잘 아는 거야. 실제로 김기설이 죽은 걸 모르고 어느 날 서강대 앞을 지나다가 누가 또 분신했다면서 유서 복사한 유인물을 주기에 봤다는 거야. 깜짝 놀랬대. 이거 기설이 글씬데… 그랬다는 거야. 그래서 그 일에 확신을 갖고 나서게 된 거지. 근데 그 양반 이야기는 그래. 국가권력쪽에서 아예 작심을 하고 나온 것이기 때문에 자기가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안 했대. 그런데 이젠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바로 그 사건 주임검사였던 놈이 대법관이 된다니 열받을 만도 하지. 대법관이란 인권의 최후 보루란 말야. 대취할 수밖에 없지.

김어준 그러셨군.

김규항 근데 청문회 진행하는 민주당 의원이 뭐라고 했냐면… 과거에 어떤 판결을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의 판결에서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가가 중요하대. 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

김어준 흐흐흐. 청문회를 그럼 왜 해?

김규항 청문회라는 것은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를 판단하기 위해, 현재까지의 이력을 추적하는 건데… 뭘 갖고 비전을 판단하는 거지? 형용모순인데.

김어준 이게 골때리는 게… 드레퓌스 사건 있죠.

김규항 드레퓌스 얘기는 여기저기 해서 좀 진부해. 차라리 장티푸스 얘기를 하든가. (웃음) 역병 얘기할까? 허준 있잖아.

요즘 <씨네21>에 쓴 ‘돌팔이’라는 글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김규항이 의사 이야기를 또 꺼냈다. 의사들의 항의가 해병대 이상이란다. 의사들이 구조적 모순 속에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좀 지나치다는 것이다. “대학병원에서 간호사 파업할 때 어떻게 했는 줄 알아? 그래도 간호사들은 교대근무하면서 파업했어. 그때 병원이나 의사쪽이 간호사들을 비난하면서 썼던 말이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했다는 것이거든.” 그러면서 무자비한 롯데호텔 파업노동자 진압 이야기를 꺼낸 김규항. “의사들이 억울한 부분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보면 그래도 의사라서 대우받고 있다는 걸 알아야지. 자기들보다 못한 사람들 생각도 좀 해야 하는데, 도무지 자기성찰이 없는 인간들이야.” 그러다가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김어준 그때 강기훈씨 죄가 자살방조죄 아닙니까. 그게 성립이 되는 건가?

김규항 ‘방조’는 내버려뒀다는 건데, 그게 죄가 되냐?

김어준 자살방조죄라는 말을 법률적으로 쓴다면, 그건 죄로 치는 거야. 죄목이 그거라면. (웃음)

김규항 대법원에서 인정했으면… 그런 죄목이 있는 거겠지.

김어준 죄형법정주의니까. 아 씨… 난 어째 이런 단어도 알지. (웃음)

김규항 근데 유서를 대필해줬다는 게 자살방조죄가 되나?

김어준 죽는 거 알면서도 가만뒀다는 거 아냐.

김규항 근데 골때리는 게, 검찰 기소장에는 김기설이 고등학교 중퇴이기 때문에 유서를 쓸 만한 문장력이 안 된다고 돼 있어. 그 얘기는 대필해야 된다는 거 아냐. (웃음) 죄가 되려면 “유서를 쓸 수 있는 충분한 문장력이 있는데도 대필을 했다” 이렇게 해야 얘기가 되는데, 유서를 쓸 만한 능력이 없다면서 대필해준 것을 죄로 한다는 게 좀 이상하지 않니?

아, 화끈한 대한민국!

(사진/7월7일 대법관 인사청문회장에 나온 강신욱씨. 다시 판결해도 똑같이 하겠다고 말해 서준식씨를 열받게 했다)

김어준 그게 죽는 거였고 죄가 되는 거니까… 형 말은 말이 안 되는 거고… 이상한 건 그거지. 고등학교를 중퇴했다고 유서를 대신 써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나? 아니 자기가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도, 문장력 떨어진다고 대신 써달라는 사람이 있나? 형 같으면 그러겠어요?

김규항 문제는 그런 사람이 있는가가 아니라 검사들이 고등학교를 중퇴한 사람은 유서 쓸 문장력이 안 된다고 이미 전제를 하고 있다는 점이지.

김어준 드레퓌스 사건 때 ‘에밀 졸라’가 “나는 고소한다”는 글을 썼잖아.

김규항 이른바 지식인의 사회적 임무라는 개념이 그때부터 생긴 거지.

김어준 근데 그때 우리나라에선 ‘에밀 졸라’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었나? 9년 전에? 딴지처럼 끝에 ‘졸라’하면서. (웃음) 에밀 졸라는 마지막에 사인하면서 ‘졸라’했지. (웃음)

김규항 ‘졸라’가 거기서 나왔구나. (웃음) 하여간 10년 전 한국의 지식인 중에서 제대로 발언하는 지식인은 없었지.

김어준 김지하 선생은 정반대로 했었죠.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고. 사실 당장 걷어치워야 할 건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당시 정치상황이었는데 말야.

김규항 그럴 때 덕망있는 지식인이 자기 이름을 걸고 딱 반기를 들면 참 좋을 텐데 한국에선 보기 힘든 일이지. 지식인이라는 게 한 사회의 정신세계를 분별하는 사람들인데 한국에는 말 어렵게 하고 글 어렵게 쓰는 게 지식인이지.

김어준 딴 얘기 합시다. 이번에 롯데호텔 파업은 왜 그렇게 강경진압을 했대? 파업을 필요 이상으로 강경진압할 때 보면 꼭 뭔가 정치적 의도가 있었잖아.

김규항 지난번 정부가 의사들한테 밀린 일에 대한 분풀이로 그랬다는 거지. 의사보다는 호텔노동자가 만만한 거지.

김어준 임신부라고 밝혔는데도 경찰이 폭행을 했다며. 만약 사실이라면 이거 정말 언론이 모두 들고 일어나야 하는 거 아냐?

김규항 그 전날 밤에 경찰 특공대 애들이 호텔 한층 차지하고 양주 다 까먹고 잤다 그래.

김어준 근데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들한테 왜 경찰 특공대가 투입돼? 그리고 진짜 마음에 안 드는 게… 호텔 파업을 비난할 때 사용된 논리를 보면 이런 거야. 외국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특급호텔인데, 외국인들이 보면 어쩌려고 그러냐. <조선일보>가 항상 이런 걸 써먹잖아. 뭐가 더 중요한지 우선 순위를 매기는 꼬라지를 보면 화딱지가 나 죽겠다니까. 우선 순위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존권이지. 월드컵 때 에어프랑스 파업하는 것도 못 봤나?

김규항 난 니 말이 식상한데. (웃음) 외국인들의 시선도 중요해. 근데 그런 식으로 파업을 진압하는 게 외국인들한테 좋게 보이나? 파업 자체에 대해서 외국인들은 거부감이 없지. “이 노동자들이 무슨 문제가 있나보나” 그렇게 보겠지. 근데 그걸 그런 식으로 진압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외국인들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김어준 스펙터클하게 생각하겠지. (웃음)

김규항 한국은 정말 화끈한 나라구나. (웃음) 그걸 노린 건가?.

김어준 한국사람들은… 곤봉을 잘 쓰는구나. (웃음)

김규항 진압은 말단 전경이나 백골단이 하지만 진압의 수위나 방법은 위에서 결정되는 거고 그 변화엔 분명한 정치적 판단이 있지. 그날은 아예 작살을 내라고 허가가 난 거고 바로 그게 인권 대통령 김대중의 현실 인식이지. 그나저나 요즘 경찰들 곤봉이 왜 그렇게 길어졌어? 이순신 장군 칼만 하거든. (웃음)

김어준 민족전통 수호차원에서 그러나 보지. (웃음)

김규항 요새는 전투경찰이 전투복보다 정복을 많이 입잖아. 근데 방망이는 그렇게 긴거야. 좀 언밸런스한데, 그걸로 사람을 친다고 생각해봐.

김어준 글쎄, 국난극복의 의지가 담겨 있는 거라니까. (웃음)

‘항상 사라지고 없다’에 관하여

김규항 마지막으로 린다 김 얘기하고 끝내자. 오늘 구속됐잖아. 부적절한 관계가 감청자료를 통해서 드러났단다. 그 결정적인 대사가 뭔지 알아?

김어준 뭔데?

김규항 “아침에 일어나면 당신은 항상 없다.” 린다 김이 한 말이야. 그걸로 구속된 건데, 한번 반박해봐.

김어준 아침에 깰 때 옆에 있었으면 좋겠는데 항상 없다. 뭐 그런 거 아냐.

김규항 정확한 대사는 “아침에 일어나면 당신은 사라지고 없다”야. 남녀가 밤에 같이 있었다는 사실이 삽입성교를 확증하는 사실 근거냐?

김어준 아니지. 오럴섹스만 했을 수도 있지. (웃음)

김규항 둘이서 술 한잔 했을 수도 있고, 상대가 현역 대령이니 신무기 세미나 할 수도 있는 거 아냐. (웃음) 여자와 한방에 있으면 반드시 성교가 있다는 천박한 남근주의로 사람을 법정구속하나.

김어준 아침에 항상 없다는 발언이 설혹 간밤의 섹스를 추측해볼 수 있게 하고, 또 실제로 그랬다고 해도 그래. 증명하고 따져봐야 할 것은 둘이 섹스를 했네 안 했네가 아니라 그게 무기구매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느냐 아닌가. 지금 린다 김을 옹호하는 분위기입니까, 우리가?

김규항 졸렬하다는 거지. 사실 ‘몸로비’라는 말부터가 남성위주 시각이고 폭력이란 말야. 섹스라는 건 인격을 교환하는 일이야. 넌 좀 다르지만. (웃음) 인격을 교환하는 일을 돈을 교환하는 일과 같이 취급하면 안 되지. 에이, 오늘의 결론.

김어준 에밀 졸라는 졸라 했다! 아니면 유서는 꼭 자필로 쓰자?

김규항 너 그런 말 하다 정말 맞아죽는다.



  • 숭악한 놈들일세…한잔 또 한잔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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