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노가 활보하면 어떠랴
일본문화전문가 김봉석씨와 함께 나눈 일본문화 개방에 관한 이야기

(사진/“충격적인 파장은 전혀 없을 걸요.” <클릭! 일본문화> <18금의 세계> 등 일본관련 책을 내기도 했던 김봉석씨)

“일본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규항이 옴진리교 교주를 특별인터뷰했다. 한국의 일본문화 추가개방에 대한 의견을 묻는 거였다. 그러나 엉뚱한 대답. “그거 말고, <조선일보> 얘기하면 안 돼?”

반은 농담이다. 확실한 것은 김어준이 옴진리교 교주와 닮았다는 것. 그리하여 쾌도난담 개시 이후 일본 얘기만 나오면 ‘옴진리교 교주’와 닮은 인상을 김규항에게 트집 잡혔다는 것. 근데 김어준이 또 <조선일보> 얘기를 앞서 꺼낸 것은 진실이다. 일본문화 전문가 김봉석(34·대중문화비평가)씨를 모셔놓고 말이다.

마니아들은 관심이 없다?

김어준 오늘 <조선일보> 보니까 난리가 났데. 북한으로부터 취재거부 당했다고….

김규항 <조선일보>… 음… 피곤한데 한주만 쉬면 안 될까? (웃음)

김어준 아, 글쎄 난리가 났다니까. (웃음)

김규항 한마디만 해. 그럼. (웃음)

김어준 한국언론 길들이기라고 주장하는데,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시각이 각자 틀린 거라면 그건 인정해줘야지. 그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전혀 다른 걸로 왜곡하잖아. 이건 단순히 시각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태도의 문제야. 그게 어떻게 언론 길들이기야. 왜곡에 대한 반박이지. 웃기고 있어.

김규항 <조선일보>를 언론사로 보는 게 문제지. 그냥 향락성 숙박업이라니까. (웃음)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김봉석씨는 잘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화적 허위의식이나 편견에 대하여 공격적인 자세를 취해왔는데… 이번에 일본영화와 비디오, 가요의 개방폭이 크게 확대된 것에 대해 어떻게….

김어준 (적당한 표현을 찾느라 김규항이 머뭇거리자) 보십니까. (웃음)

김봉석 지금까지 일본문화를 보고 즐겨온 아이들은 정부에서 추가개방을 하건 말건 아무 상관이 없어요. 관심도 없구요. 용산에 가면 일본가요 CD를 얼마든지 살 수 있고 MP3로 앨범 전체를 다운받을 수도 있고, 애니매이션 역시 통신 동호회에 다 띄워져 있거든요. 이번에 개방하는 걸로 가시적인 효과가 보일 것은 드디어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볼 수 있다… 뭐 그 정도랄까.

문화라는 것은 충돌하고 깨지면서 성장하는 건데… 사실 일본영화도 별로 흥행된 게 없었어요. <철도원>이나 <쉘 위 댄스> 같은 경우에는 일본 내에서도 기록적인 성공을 거둔 예외적인 영화들이고, 그런 영화는 일본 안에서도 1년에 한두편이죠. 할리우드는 TV와 경쟁하기 위해서 스펙터클로 갔죠. 주요 타깃은 가족이었고. 그런데 일본은 정반대로 갔어요. 성인남자를 잡기 위해 TV가 절대 못 보여주는 섹스와 폭력으로 간 거죠. 그게 몰락의 지름길이기도 했죠. 일본영화가 80년대부터 죽었다고 엄살 떤 것도 이유가 있어요. <남자는 괴로워> 같은 시리즈물하고 애니메이션말고는 제대로 흥행성공을 거둔 영화가 없었거든요.

‘빽판’이 전설을 만든다

김어준 일본문화를 금지해서 우리가 얻은 것이 무엇이든간에 역기능 또는 거품도 만만치 않았던 거 같아요. <에반게리온>을 보면 저는 그다지 특별한 재미는 없거든요. 그 만화는 사실 일본인들 고유의 상황과 정서를 이해해야 재밌는 건데,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 중 재밌는 사람도 있겠죠. 근데 그게 ‘빽판’으로 들어와 돌면서 만들어내는 전설 같은 이야기들 덕분에 더 뜨는 거죠.

김봉석 일본문화의 파괴력이 엄청나다는 일종의 오해도 있는데… 일본 거리에서 사람들 붙잡고 <에반게리온> 아냐고 물어보면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거든요. <에반게리온>이 일본 안에서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마니아용이라는 거죠. <에반게리온>은 극장의 관객 수와 비디오, OST, 캐릭터 상품이 팔린 수치가 똑같아요. 영화 보고, 비디오 보고, CD 사고, 장난감도 사고… 마니아들만 계속 열광적으로 소비했다는 거죠. 정말 대중적인 애니메이션이라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이라든가 <포켓 몬스터> 정도죠. 영화도 할리우드처럼 상업적인 블록버스터가 별로 없어요. 얼마 전 일본에서 개봉한 <스페이스 트래블러즈>는 <춤추는 대수사선> 감독이 만들고, 금성무가 출연하고, 애니메이션도 함께 만드는 등 블록버스터 공식으로 만들었는데도 실패했거든요. 일본에서 되는 영화는 딱 정해져 있어요. 애니메이션, 그것도 이미 출판만화나 TV시리즈물로 유명한 것들이고, <고질라>나 <가메라> 같은 특수촬영물 같은 건 한국에서 잘 안 되죠, 그 다음이 <철도원> <쉘 위 댄스> 같은 감동적인 영화들입니다.

김규항 최고의 문화정책은 “내버려두는 것”이죠.

김봉석 한국에 과연 문화라는 것들이 어떻게 존재하는가를 봐야 할 것 같아요. 이번에도 영화에서 ‘18세 미만 관람불가’는 제외를 시켰거든요. 일본영화가 폭력적이고 성적인 노출이 심하다는 선입견이죠. 근데 이게 엄청나게 이중적이에요. 외국사람들이 한국에 왔을 때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뭐냐면, 심지어 이발소에서도 이발하다 섹스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전세계적으로 한국밖에 없다는 건데, 외국 같은 경우 향락산업은 특정 구역에만 모여 있거든요. 근데 한국에서는 이발소에서도 하고, 룸살롱에서도 하고, 주택가에도 향락업소가 다 숨어 있잖아요… 실제로는 엄청나게 문란하면서도 대중문화에서의 성적 표현은 철저하게 금지를 시키고 있죠. 차라리 성적 표현을 자유화시키면서 향락산업을 제한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김규항 한국사회는 전면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덕에 이면은 세계에서 제일 개판이죠. 제가 얼마 전 파리를 가봤기 때문에 (웃음)… 제가 묵은 호텔이….

김어준 홍등가 주변이었죠? (웃음)

김규항 사나이는 여자를 돈으로 사지 않는단다. (웃음) 하여간 파리 교외의 하루 숙박료 5만원쯤 하는 데서 잤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딱 러브호텔이죠. 그런데 전부 숙박손님밖에 없더라고. 대실손님도 없고… 그래서 홍세화 선생한테 물어봤어요. “여기는 굉장히 분방하다던데 어디서들 해요?” (웃음) 그랬더니 그 양반이 “집에서 하지요” 그러더라고. 그럼 “불륜관계일 때는 어디서 해요” 했더니 또 “한쪽 집에서 하죠” 그러더라고. 고등학교 아이들은 자기 아버지한테 남자친구 데려와서 자도 되냐고 상의도 한대요. 그러더니 그 점잖은 양반이 하늘을 보면서 그래. “한국 사람들도 집에서 좀 하지….” (웃음) 한국은 프랑스와 정반댄데 수천만이 위선의 상태에 있는 셈이죠.

지들은 일본군가 부르면서…

김봉석 서민이 성을 즐기는 걸 시기하는 게 아닐까요. 향락산업을 즐기기 위해선 돈이 많아야 하는 거죠. 영화 보는 거는 6천원이면 되는 거고. 그게 일반 서민들의 스트레스를 풀게 해주는 길이죠. 한국에선 그런 기회가 거의 없으니 만날 술이나 마시고 카드 빚이나 지고…. 결국 향락문화를 향유하는 이른바 지도층이 전면개방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논리도 가능한 셈이죠.

김규항 우리가 유독 일본문화를 문제로 삼는 건 알다시피 일제 식민지배 경험 때문이죠. 그러나 그것은 한국 민중과 일본 군국주의자들 사이의 모순이지 일본 민족 전체와 한국 민족 전체의 모순은 절대 아니라는 거죠. 아니, 강남 길거리에서 여자들이 기모노를 입고 다니면 어떠냐는 거지. 기모노가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것도 아닌데. 사실 역대정권은 일본에 대해 늘 굴종적이었고 그걸 면피하기 위해서 망언이 나오거나 독도 문제가 불거지면 부러 요란스레 선동을 하고 그랬죠.

김어준 기모노 예가 좀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웃음)

김규항 니 대사로 해줄게. (웃음) 저는 일본에 가면 제일 가보고 싶은 데가 신사예요. 일본 정신을 상징하는 곳이니까. 신사라는 걸 우리가 생각하는 역작용으로 무시해버리면 마음은 편하지만 현명한 태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말하자면 <조선일보>는 나쁘니까 다들 안 보는 게 낫지만 강준만 교수 같은 사람은 싫어도 봐야 하는 것과 비슷한 거죠. 방금 기모노하고 군국주의하곤 별개라는 얘길 했는데, 극우 정신을 담은 대중문화 작품이 얼마나 됩니까?

(사진/미야자키 하야오의 <원령공주>. 일본 애니매이션 개방결정에 따라 극장에 오를 수 있게 됐다)

김봉석 많다고 봐야죠. 지금 도쿄도 지사가 극우인사인 이시하라 신타로 아닙니까. 극우주의는 상당히 대중적인 셈이죠.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된 <새로운 신-포스트 이데올로기>를 보면 극우주의에 빠진 펑크밴드가 등장하는데, 그걸 다큐로 찍은 감독은 좌파예요. 왜 젊은 애들이 극우주의에 빠졌는지를 알기 위해 따라가는데, 결국은 사회적인 문제거든요. 극우주의가 나온 건 비이성적인 불만과 소외감, 혼돈 때문이죠. 특히 일본은 옴진리교 사건 때문에 지식인들과 문화예술인들이 대단히 충격을 받았어요. 이른바 엘리트들이 이렇게 한심한 논리에 목숨을 걸다니. 어느 순간 딱 보니까 젊은 세대의 눈이 텅 비어 있는 거예요.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나 미야자키 하야오 같은 예술인들은 자신의 작품에 그런 주제를 담았죠. 왜 살아야 하나, 어떻게 살 것인가. <태엽감는 새>나 <원령공주>에 담겨 있는 “살아라”라는 주제가 그거죠.

김규항 그게 어떤 지원세력 없이 자발성에 의해 재생산되는 수준인가요?

김봉석 당연히 지원세력도 있죠. 극우단체들도 있고, 한국처럼 상층에는 늘 극우주의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극우주의도 우리는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 같아요. 1회 부산영화제 때 애니메이션 <침묵의 함대>가 상영됐거든요. 만화로 나올 때부터, 한국에서는 군국주의적 작품이라고 비난했는데, 사실 보고 있으면 그렇게 몰아붙이기도 힘들어요. 따지고보면 일본도, 세계사회에서는 비주류일 뿐이죠. 패전의 경험도 있고 하니, 당연히 자존의 문제를 따져보는 거죠. 그런데 극우라고 해도 그렇게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어가고, 진지하게 논리를 펴나가면 좋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만날 지점이 있는데, 무조건 극우, 극좌 하면서 몰아대는 게 문제 아닐까요?

김어준 이런 생각도 해요. 일본문화가 들어오면 그동안 사각지대였던 가장 가까운 한국이란 시장에 전에 비해 강력한 마케팅을 할 텐데, 어쨌든 한 나라의 문화가 우리나라에서 문화 흐름 전체를 장악하는 건 분명 문제가 있거든요. 개방 이후 우리문화가 어떤 식으로 경쟁력을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될 것 같아요.

김봉석 저는 일본문화가 절대 주류문화가 될 수 없다고 보는 입장인데… 그 이유가 뭐냐면 아메리칸이즘이라는 것 자체가 단순히 상업적인 문화만을 가지고 파고 들어온 게 아니라는 거죠. 한국사회는 해방 이후 급격하게 일본에서 미국으로 모든 이상적인 가치가 바뀌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쪽으로 흘러간 거였잖아요. 대중문화만이 아니라 생활방식까지 미국식으로 바뀌었고. 하지만 일본문화는 대중문화밖에 없어요. 주류문화가 된다는 건, 단순한 게 아니죠.

일본도 답답한 나라

김규항 지금까지 우리나라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가수들이 일본 것을 많이 베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이렇게 개방을 해서 밀린다면 한번 밀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독점적인 상태만 아니라면 공정한 게임을 벌이는 게 자생력을 기를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좋다고 봐요. 표절로 먹고살아 온 놈들은 망해 싸고. (웃음)

김봉석 그렇죠. 그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저는 정부가 개방 속도 운운하는 것보다는, 우리 대중문화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관해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훨씬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그런 부분들은 거의 하지 않는다는 거죠. 영화만 해도 90년대 들어 가장 중요한 문화산업 분야로 인식이 됐고, 영화인들 스스로도 인식이 높아져서 지금은 영진위에서 발전계획도 세우고, 영화인회의 같은 단체들도 만들어졌죠. 하지만 아직 대중음악이나 만화 같은 분야는 열악하죠. 가장 중요한 것 하나로 전근대적인 유통망을 어떻게 바꾸어 나가야 할 것인가도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김규항 근데 영미국 팝송 일변도에서 언제 가요 대세로 변한 거죠?

김어준 아마 88올림픽을 전후해서일거야.

김봉석 마케팅 개념이 본격 시작된 시점이겠죠. 댄스가수도 마구 나오고.

김어준 ‘소방차’가 나오고….

김봉석 서태지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가사에 있었죠. 반면 팝송은 주로 음악을 듣는 거잖아요. 속지를 보면야 알겠지만, 그걸 들으면서 다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노래에서는 경쟁력 자체가 말 아닐까요?

김규항 일본사람이나 미국사람들이 ‘포졸이’ 같은 걸 만들기는 어려울 것 아닙니까. 사실 그렇게 많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일시적으로는 밀릴 수 있겠지만. 옛날에 <자본>이 처음 나와서 몰래 팔 때 무지하게 팔렸어. 그런데 판금이 풀린 다음에는 판매부수가 팍 떨어졌지. 쉽게 접하게 되면 신비감이 떨어지는 법이야.

김봉석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은 오히려 개방을 안 좋아하는 부분도 있어요. 정식으로 들어오면 개봉할 때나 비디오로 나오면서 짤리는 일도 벌어진다는 거죠. 대사도 이상하게 번역될 수 있고… 그럴 바에야 직접 일본에서 구해다가, 번역까지 해서 쫙 돌리는 게 낫죠. 비품으로 구하는 경우는 정품보다도 싸고, 인터넷에서 다운받는 게 편하기도 하고.

김어준 그건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거고. 전 좋아할 만해서 좋아하는 건 막을 일이 아니라 보지만, 그렇게까지 좋아할 만하지 않은데 그게 막혀 있었기에 ‘더’ 좋아한 것이라면 그런 부분은 해결해야 한다고 봐요.

김규항 어준이는 반일감정이 상당해.

김어준 푸하. 그게 우째 반일감정입니까.

김규항 교주님. (웃음)

김어준 반일감정은 없는데 일본인들의 평균적인 행동패턴은 저랑 안 맞습니다.

김규항 사실 일본이란 나라처럼 답답한 나라도 없다고 보는데….

김봉석 그렇죠. 길에다가 표어 같은 거 붙여놓은 나라는 과거 사회주의국가하고 일본, 한국 정도밖에 없습니다.

김규항 이를테면 공산당조차도 천왕제도에 대해 노골적으로 입장표명을 못한단 말야. 그렇게 했다간 표가 더 떨어질 것 같고. 요새 그런 나라가 어디 있어, 그 정도 경제력에….

김어준 우리나라 있잖아요. (웃음)

김규항 하여간 지난 50여년 동안 우리 정권의 일본문화에 대한 정책은… 단순하게 말해 일본군가 부르는 정치인들이 일본가요 부르는 청소년들을 막는 거였죠. 연결이 되나? (웃음)

김봉석 관계가 있죠. 일본과 한국이 닮은 점이 꽤 있는데, 묘하게도 한국은 일본의 좋은 점은 빼고 나쁜 점만 베껴오더라구요. 극우주의도 마찬가지고. 일본에 대한 오해는 일본문화를 좋아하는 쪽이나 싫어하는 쪽이나 다 있다고 봐요. 일본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본문화가 굉장히 다양하고 자유롭기 때문에 사회 시스템 자체가 대단히 자유롭다고 생각을 하죠. 근데 실제로 일본사회를 가면 답답해요. 무사안일주의 이를테면 공무원주의라고나 할까. 키노쿠니야라고 일본에서 제일 큰 책방에 컴퓨터로 검색하는 게 있잖아요. 직원이 검색을 하는데 나오지 않았어요. 직접 찾아보면 안 되냐고 했더니 절대 안 된다고 하더래요. 이유가 뭐냐니까 규정이라는 거죠. 자기 자율권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규정에 없으면 절대 하지 않는 게 일본사람들이에요. 그러다보니 일본의 주류문화는, 한국 이상으로 획일적이고 억압적인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확실하게 형성되어 있죠. 세계에서 재즈음반이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가 미국이고, 다음이 일본이에요. 뮤지션들도 모든 장르가 다 있어요. 그렇게 주류문화에 이탈된 사람들이 많다보니, 일본문화를 바깥에서 보면 다양하고 힘있어 보이는 거죠.

김규항 난 일본문화 가운데는 배울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겠죠. 그게 자정과정을 거치려면 이면이 아니라 전면으로 공정하게 들어오게 하는 게 유일한 방법인 것 같아요.

김봉석 한국사람들이 한국과 일본을 얘기할 때 두 나라를 거의 동등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국제사회에서의 위치나, 실제 경제력 등에서 보면 엄청난 차이가 나요. 일본은 선진국이고, 한국은 선진국이라고 전혀 할 수 없고. 예를 들어 한국은 시스템 바깥으로 가면 생활하기가 무지하게 힘들죠. 선진국, 미국이나 일본 같은 곳은 시스템 바깥으로 가도 생활이 가능해요. 아르바이트 해서 기본적인 생활비 벌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거죠. 밴드를 하거나, 만화를 그리거나 등등.

김규항 내 후배 녀석도 파친코에서 돈 계산하는 아르바이트로 한달에 200 이상을 벌어.

한국과 일본, 인도네시아와 미국

김봉석 사실 언더그라운드 문화라는 게 다 그런 식으로 유지되는 거거든요. 일본이나 미국도 언더만 해서 먹고살기는 힘들어요. 그렇게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하다가 능력을 인정받으면 오버로 올라가서 그걸로만 먹고사는 거죠. 그렇게 언더와 오버가 교류를 해야 전반적인 문화수준도 높아지고.

김규항 그러니까 김봉석씨 주장은 알바 급료를 일본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웃음)

김어준 조금 재밌다. (웃음) 외국사람들이 일본과 한국을 바라볼 때, 그 차이는 거의 미국하고 인도네시아야.

김봉석 맞아요.

김규항 우리만 비슷하다고 봐.

김어준 우리가 일본을 무시하는 전세계 유일한 민족 아닙니까. (웃음)

김봉석 실제로 일본사람들은 한국에 관심이 없어요. 일본문화가 한국에 개방되든 말든. 일본은 자기 문화를 안 팔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일본이 인터넷에서 뒤져 있는 것도, 그런 이유가 있죠. 현재로도 충분히 이익을 내고 있는데, 새로운 분야까지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사실 일본이 상당히 닫혀 있는 사회라는 방증이죠.

김규항 그러면서 전부 다 따라하고. 청소년이나 대중은 자발성에 의해서 선호할 뿐이지만, 실제로 숭상하고 선택하는 것은 사회의 상층부잖아. 공중파를 만드는 PD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김어준 대화가 이상한 데로 간다. 이쯤에서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은데.

김규항 결론을 내라, 어준아.

김어준 개방은 문제없다.

김규항 너무 밋밋하잖아.

김어준 이건 어때. 일본과 경쟁하려면 아르바이트비를 올려라! (웃음)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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