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쾅쿵쾅… 5·18기념 펌프대회를
서울대 강의실에서 공개진행된 난상토론… 서울대와 쾌도난담, 서로에게 시비걸기

(사진/졸지에 게스트가 되고 만 김규항·김어준. 오른쪽은 게스트에서 사회자로 역전된 <대자보> 편집위원이며 서울대 학생 변희재씨)

적응을 위해선 시간이 걸렸다.

갑자기 밀실에서 광장으로 나온 탓일까. 그들을 관찰하는 수백개의 눈동자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일까. 썰렁한, 아주 오싹한(?) 분위기가 한동안 지속됐다. 오늘의 게스트는 패러디 사이트 ‘대자보’의 편집위원이며 서울대 미학과 94학번인 변희재(26)씨. 아니다. 그는 사회자일뿐, 김규항과 김어준이 게스트가 되고 말았다. 지난 5월19일 오후1시5분. 5분 늦게 도착한 서울대 28동 102호 강의실엔 이미 300여명이 자리를 빼곡이 채운 채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대 총학생회 주최로 처음 시도된 쾌도난담 공개진행을 지켜보기 위해 찾아온 방청객들이었다.

“대학은 다시 다니고 싶지 않다”

변희재 오늘 기본적인 토론주제가 서울대인데… 서울대에 먼저 시비를 걸어주시고… 그 다음엔 쾌도난담에 시비를 걸겠습니다. 서로 공정하게 시비를 거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김규항 토론 주제가 서울대에요? (웃음)

변희재 이번 총학생회 선거에서 비운동권이 당선된 건 아시죠? 굉장히 많이 바뀌었어요. 지금 대동제 기간인데 스타크 경연대회도 하고 집단미팅도 하고 DDR 경연대회도 하고….

김어준 좋습니다. (썰렁한 웃음)

김규항 (그저 미소만 지을 뿐)

변희재 제가 파업을 하고 싶어지는데… 협조 좀 해주시죠. (웃음)

변희재 만약 다시 한번 대학을 다닌다면 뭐부터 시작하실 것 같아요?

김규항 전 뭐 대학은 다시 다니고 싶지 않아요. (웃음) 졸업하는 데 10년 이상 걸렸기 때문에. (웃음과 박수) 게다가 대학생활은 노동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한 사회적 특혜인데 그걸 두번이나 한다는 건 염치없는 일이죠.

김어준 전 연애를 좀 많이 하고 싶어요. (웃음)

김규항 김어준씨가 욕도 많이 하고 굉장히 분방한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아주 반듯한 사람이에요. (웃음) 이를테면 술도 많이 안 먹고 아주 긴장된 생활을 하죠. (김어준을 보며) 자, 내 얘길 해봐라.

김어준 별로 하고 싶지 않습니다. (웃음)

변희재 아까 함께 점심 먹으면서 소주를 한잔씩 하고 왔거든요. 근데 김어준씨는 반잔만 하시더라구요.

김어준 그래서?

변희재 반듯한 생활하신다고요. (웃음) 굉장히 난감한데… 두분은 출연료를 받아요. 저는 자원봉사로 나왔습니다.

김규항 아, 총학생회에서 출연료를 줘요? 그럼 더블로 받겠네. 신문사에서도 받고.

변희재 신문사에서도 줘요?

김규항 그럼요.

변희재 그러니까 좀 받은 만큼… (웃음). 서울대와 대학문화를 가지고 난상토론을 해보자는 건데. 일단 서울대생의 기득권이랄까 하는 문제에 대해….

김규항 서울대 문제는 강준만 선생 등 여러 분들이 말씀하셨지요. 제가 서울대 문제에 대해 특별한 통찰을 가진 것은 따로 없습니다. 예전에 한겨레 논설위원이셨던 김종철 선생이 서울대 폐교론에 관해 글을 쓰신 적이 있었어요. 그때 두 가지 반응이 있었답니다. 한 가지는 서울대 나온 사람이 서울대 욕할 수 있느냐… 또 한 가지는 아들이 서울대를 못 가서 그런 소리를 한다. (웃음) 저는 공부를 잘한다든가 좋은 학교를 다닌다든가 하는 것은 노력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그게 정당한 평가를 받고 엘리트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봐요. 그런데 정당한 권리 이상의 지나친 권리가 있다는 것이겠죠. 그건 다 아는 이야기고.

변희재 그걸 기득권이라고 표현하면 될 텐데.

김규항 그러니까 적시를 하면, 서울대엔 고려대처럼 동문들끼리 적극적으로 밀고당기고 하는 분위기는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서울대 출신은 거의 전 국민이 도와주는 것 같고… 서울대를 나오지 않은 사람들도 서울대에 대한 호의와 특별한 배려가 있잖아요. 서울대 출신들은 자기들끼리 결집할 필요성을 가질 필요조차 없죠.

서울대 스트레스로 ‘궤멸’되는 인간들

(사진/“국립대 등록금은 왜 쌀까요?” “몰라!” 방청객의 웃음은 끊이지 않았다)

변희재 그런 말이 있잖아요. 서울대생들은 개개인이 굉장히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지만 단합이 안 된다. 그래서 공동체정신을 갖자고 말하기도 하는데, 여기에 딴지를 걸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김어준 저는 굉장히 뛰어난 능력을 가진 개개인의 서울대 사람을 잘 못 봤는데요. (웃음)

변희재 한림대 전상인 교수는 서울대생이 뛰어난 건 입시에 성공한 것밖에 더 있느냐는 얘기도 하거든요. 결국 교육문제로 넘어갈 수밖에 없죠.

김규항 (침묵)

김어준 (역시 침묵)(방청석에서 웃음)

변희재 밖에서 본 서울대생은 어때요?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하세요? 김어준씨는 아니라고 하는데.

김규항 뛰어나다는 기준이 문제죠. 학습능력. 암기력 같은 건 난 게 사실인 것 같고. 제가 하고 있는 일이나 제가 교감하는 영역에서 보면 특별한 걸 느낀 적은 없습니다. 물론 그런 건 있어요. 예전에 운동 같은 걸 하다 청산하고 취직하는 과정을 보면 역시 낫긴 하더군요. 취직시험 성적도 좋고. (웃음)

변희재 반대의 경우는 없었나요. 그런 기득권 말고… 서울대생들은 손해를 보는구나… 불쌍하다는 생각 같은 건.

김어준 개인적으로 안 됐다고 생각이 들 때는 있어요. 서울대를 나왔기 때문에 이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느냐는 선에 자신을 맞추느라 힘겨워 하는 거. 서울대 나왔다는 사실 자체에 스스로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고 ‘궤멸’되는 인간들을 많이 봤어요. (웃음)

변희재 어느 정도나….

김어준 거의 자폐 수준에. 서울대 아우라 속에 함몰돼서 스스로의 가능성들을 제대로 찾아내지도 못하고 학교이름 아래서 그럴듯해 보이는 길로만 달려가다 인생 낭비하는….

변희재 저도 4학년이라 진로를 많이 고민하는데… 서울대생들이 어느 수준의 직장을 구한다는 게 확률적으로 대충 나와 있거든요. 혹시 자기는 못 따라가지 않을까 하는 강박관념 때문에 애를 먹지요. 이건 서울대생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대가 처한 구조의 문제인데… 그럼 딱 깨놓고 말해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입시부터 시작해 교육제도, 대학문제… 윤곽이 어떻게 딱 바뀌는 게 좋겠습니까.

김어준 몰라요. (웃음) 서울대 개혁안이 많이 나왔었잖아요. 첫째가 서울대를 없애자는 주장이고, 둘째는 국공립대학을 통폐합해서 운용한다, 셋째가 연구 중심대학으로 바뀐다 정도인데. 1번안은 가능성이 없고, 가능성 없는 걸 물고 늘어지는 건 쓸데없는 짓이라 보고, 2번안이 그중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합니다. 서울대든 경북대든 충북대든 과중심으로 통합해서 재편하고… 근데 결국 선택된 건 3번안이죠. 학부생들을 대폭 줄이고 대학원생들을 대폭 늘려서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일대일 비율로 바뀌게 만들어 연구중심의 대학으로 옮겨가게 한다는 건데, 저는 이 안이 대단히 교활한 안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서울대가 포기할 건 하나도 없거든요. 이른바 ‘서울대문제’가 파생되는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전혀 아니죠.

변희재 개혁안이 번번이 악수를 두는데.

김어준 서울대 개혁안 논의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서울대 출신 중심인데 무슨 개혁이 되겠어요.

5·18과 DDR

변희재 아시겠지만 서울대에선 지난해까지 계속 운동권이 총학생회가 잡다가 이번 43대 때 와서 갈렸습니다. 좋게 말하면 비운동권이고 나쁘게 말하면 날라리 총학인데….

김규항 개인적으로 진지한 운동권 학생들이 학생회도 점하고 주도적으로 일했으면 좋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일시적으로 비운동권이 총학을 구성하는 것이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에게 비교의 기회도 되고, 운동하는 학생들에겐 단련의 기회가 되지요.

김어준 저는 총학생회가 진지한 학생들에 의해서만 주도돼야 한다고는 생각 안 해요. 이번에 서울대 힙합동아리에서 총학생회장이 나온 것을 두고 김규항씨는 “학생운동이 정치적이야 하는데 가끔씩 비운동권이 양념처럼 톡톡 튀어나오는 건 좋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저는 생각이 달라요. 정치적 결사체로서의 학생회가 21세기에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힙합동아리가 아니라 더 희한한 동아리가 학생회를 주도할 수도 있고… 문제는 공감대를 얻어내고 당대의 학생문제에 접근하는 능력입니다. 그것이 학생들로부터 지지를 얻는다면 어떤 학생회도 상관없다고 봐요.

변희재 이건 딴 이야긴데, 김규항 선생님은 옛날에 오토바이 폭주족이었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웃음)

김규항 누가 그런 얘기를… 사실입니다. (웃음) 폭주족이 아니라 폭주인이었지요. 저 하나였으니까. (웃음)

변희재 이제 진행방법을 바꾸겠습니다. 그때그때 방청석에서 하실 말씀 있으면 손 들고 해 주세요. 네, 바로 앞의 여자분.

“솔직히 좀 불쾌합니다.” 아니 이런…. 처음 손을 든 30대 여성의 입에서 나온 말은 덕담이 아니었다. 주최쪽 준비가 너무 부실하지 않느냐는 불만의 토로였다. 그는 <한겨레21>을 보고 멀리서 찾아온 외부인이라고 했다. 질문내용이 너무 추상적이라고 사회자에게도 화살을 쏜 그는 서울대 대동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던졌다.

방청객 그저껜가 신문을 보니 서울대 축제내용에 대한 보도가 나오더라구요. 광주에서 5·18행사를 하는 시점인데… 비운동권이 총학생회를 장악해서인지 DDR이나 스타크래프트 등으로 행사내용이 다양화되고 있다는 보도였는데… 5·18시점에 서울대의 대학문화가 DDR 같은 걸로 흐르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김어준 5·18이라도 DDR은 해야죠. 5·18인데 대학 축제에서 DDR 따위로 가볍게 흐르는 것에 대해서 난감해 하시는 겁니까?

방청객 총학생회를 비운동권이 잡으면서 사회 전반과는 전혀 유리된 그런 내용으로 축제가 진행되는 게 아닌가… 문제가 있지 않은가 하는 거지요. 대학의 사회적 책임이 있는 것인데.

김규항 저는 그게 대학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전체 사회는 더 말초적이에요. 오히려 상대적으로 보면 세계적인 우편향의 분위기를 따져볼 때 이 정도의 진지한 학생들이 있는 걸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고 싶어요. 제 동년배들이 요즘 90년 중반 이후의 학번들을 지칭하면서 사회적 관심도 없다고 질타하는데… 현상적으론 맞는 얘기죠. 저희 때는 운동이란 게 거의 이론투쟁이었기 때문에 공부도 많이 했고요. 하지만 그건 굉장히 비합리적인 비교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그때 80년대에 그렇게 난리를 쳤던 우리 세대가 뭘 하냐는 거죠. 제가 볼 때는 저희 세대 중 진보의식의 끈을 놓지 않고 생활하는 사람들은 100명에 하나도 안 된다고 봐요. 저는 그런 식의 학생운동은 필요가 없다고 보는 거죠.

제가 며칠 전에 연세대에서 대동제 개막과 맞춰서 5·18기념강연을 한다고 해서 갔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제가 5·18에 대해서 새로운 것을 얻으려고 간 것은 아닙니다. 저희 학번은 대충 알다시피 5·18에 대해서 참 많이 공부를 했어요. 정서적인 환기를 하고 싶어 간 거였어요. 근데 시간에 맞춰 갔는데 처음 두명이 앉아 있더라구요. 거기는 지난해에 저 같은 사람이 강연을 할 때 300명이 왔던 데인데… 결국 주최쪽까지 합쳐서 10여명이 앉아 했어요. 그래도 참 좋았습니다. 저는 저희 때 사회의식을 가진 사람이 100명이었다가 지금 한명도 안 남아 있는 것보다는 지금 그런 진지한 청년들이 5명에 불과하다 해도 10년이나 20년 뒤에 그 중 두세명이 남는다면 그게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조금 여유있는 마음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옛날 얘기를 한 가지 하면, 대학 시절 광주항쟁 분향소에서 누군가가 코카콜라 병에 국화를 꽂아놓았다가 선배들한테 맞아죽을 뻔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경직성이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학생들은 그런 거 갖고 심각하게 문제시하지 않을 거예요. 웃고 넘길 겁니다. 부드러운 것은 오래 가기 때문에 희망적이라는 거죠.

대학 축제 때 놀지만 않았다?

(사진/김규향의 팬으로서 김어준씨는 조금 좋아하는 편이라는 서울대 심리학과 95학번 학생이 질문을 하고 있다)

변희재 손 든 여자분 말씀하세요.

방청객 소개를 해야 하나요?

변희재 안 해도 됩니다.

김규항 소개는 말고 김어준씨한테 전화번호만 가르쳐주시죠. (웃음)

방청객 아까 여자분이 말씀하신 걸 보충해 드리면… 저희 학교에서 어제 펌프대회(‘펌프’란 음악에 맞춰 발판을 디디는, DDR과 유사한 게임-편집자)를 했거든요. 5월18일 했던 건 사실이고… 하지만 5·18에 대한 행사를 안 한 건 아니에요. 5월17일 저녁 6시부터 거의 밤 10시까지 네 시간에 걸쳐서 대단히 큰 행사를 했거든요. 5·18행사 때 펌프를 관람한 인원보다 훨씬 더 많은 인원이 그 행사를 관람했습니다. 5·18을 기념해서 반미선언운동이라는 것도 했고요. 근데 지금 축제잖아요. 축제라는 말의 의미는 말 그대로 어떤 사회적 성격보다는 논다는 의미가 강하거든요. 저는 평소에 공부를 열심히 하다가 축제기간을 맞아서는 화끈하게 놀고… 또 축제가 끝남과 동시에 제자리에 돌아와서 공부를 하고 그런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게 축제기간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나름대로 말초적인 즐거움도 얻어야 된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단편적인 현상만 보고 저희 대학생이나 저희 학교를 평가하지 말아주셨으면 하거든요.

김규항 네 알겠습니다. (웃음)

변희재 아, 저기 힘차게 손 드신 남자분.

방청객 저는 서울대 학생이 아니라 지방에 있는 공대생입니다. 오늘 수업이 없어서 왔는데요. 질문은 두갭니다. (앞에 크게 쓰여진 김규항씨 이름을 가리키며) 김규향씨 아닌가요? (웃음)

김규항 맞습니다. (웃음)

방청객 김어준씨한테 묻고 싶은데 고려대에서 매년 4·19 전날에 하는 4·18기념달리기대회란 게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시죠? 4·18기념달리기대회. 어감이 어떤가요?

김어준 별로.

방청객 왜죠? (웃음)

김어준 딱딱해서. 질문 계속하시죠.

방청객 제 친구들한테 5·18을 물어보면 국사책에 있는 지식 이상으로는 없습니다. “그게 뭐야” 하고 그냥 지나가죠. 그런 걸 5·18기념 펌프대회 같은 걸로 결합시키면 “이게 뭐지” 하는 궁금증도 유발시킬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김규항 아, 펌프대회가 광주항쟁 기념 펌프대회였습니까. (웃음)

김어준 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요. 대동제는 대동제의 역할이 있는 거고, 추모제는 추모제의 역할이 있는 건데… 역할이 다 다른 거거든요. 그런데 모든 것에다가 지나치게 엄숙경건한 것을 요구하는 건 무리에요. 그런 의미에서 5·18과 펌프대회가 합쳐질 수 있다고 생각하죠. 그 펌프대회의 역할을 ‘주위환기’ 정도로 생각한다면, 전혀 5·18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펌프대회를 통해서 5·18의 의미를 알려주고… 그리고 1등 뽑아서 광주로 보내는 거야! (큰 웃음. 큰 박수)

변희재 저, 오른쪽에 계신 남자분 질문하세요.

“잠자는 386을 깨워야 하지 않을까요”

방청객 저는 평소 김규항씨 팬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 다음에 김어준씨를 다소 좋아하고, (웃음) 변희재씨는 누군지 모르는 (웃음) 심리학과 95학번 우택현이라고 합니다. 김어준씨, 전화번호 가르쳐드릴까요? (웃음)

김어준 남자는 필요없어! (웃음)

방청객 오늘 쾌도난담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아주 반가움에 달려왔습니다. 근데 오늘 서울대 문제 따위를 이야기한다는 건 몰랐어요.

김규항 저도 오늘 알았어요. (거짓말-편집자) 쾌도난담은 항상 뭘 하는지 몰라요. (또 거짓말-편집자) (웃음)

방청객 그 문제제기를 하려는 건 아니었고요. 아까 김규항 선생님께서 과거에는 100명이었다가 지금은 하나도 없는 것보다 지금은 대여섯명 되지만 나중에 두세명 남는 게 훨씬 나을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건 동의를 하거든요. 하지만 100명이었다가 한명도 없는 것을 문제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고 자기 삶이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은 바꿀 수가 없다는 선을 그어놓은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일상 속에 매몰돼 있는 386세대들을 어떻게 다시 끌어낼 것인가 하는 문제제기도 해야 된다고 보는데… 김규항씨의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김규항 중요한 말씀인 것 같고 전적으로 받아들입니다. 그 부분에 관해선 반성하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반성하는 중이기 때문에 아직 대안은 마련해놓지 못했습니다. (웃음)

방청객 (충청도 출신인 듯한 남학생) 저는요. 성향이 약간 보수적인 사람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 사람인데요. 작은 아버지께서 운동을 좀 하셨던 분이라서요. 80년대 노학연대 투쟁하셨다고 들었거든요. 극렬하게 투쟁하다 징역까지 사셨거든요. 근데 지금은 저기 지방에서 목장일 하고 계세요. 김규항씨 말씀대로라면, 일상 속에 매몰된 사람 중의 한명인데요.

김규항 제가 말을 좀 부실하게 한 것 같은데요. 저는 그 전에 운동을 하다가 안 하고 있는 사람, 사회적인 활동을 하다가 개인 소사에 매몰된 사람을 비난하는 게 아닙니다. 문제는 이런 거예요. 동년배끼리 모이면 아주 희귀하게 운동단체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근데 “너는 아직도 이런 일 하니까 수고가 많다. 미안하다”는 분위기가 아니라 경멸하는 분위기죠. “저 새낀 아직 정신 못 차렸어” 하는 식으로. (웃음) 그러니까 보태주지는 못할망정 방해하거나 비아냥거리지 말았으면 하는 거죠. 사람이란 자신이 청산한 가치에 대해선 징그러워하는 본능이 있죠. 거기서 학생운동과 대학생에 대한 몰이해와 악의가 나오기도 하구요. 그래서 저는 목장일 하시는 작은아버님에 대해서 전혀 불만이 없어요. (웃음) 근데 자기는 청산했으면서, 여전히 그런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 잘 알면서 “이제 그런 건 소용없는 짓”이라는 식으로 얘기하거나 또 누구처럼… 새롭지 않은 걸 새로운 것처럼 만들어 가지고 이게 진보의 새로운 방법이라고 주장한다면… 안 되는 거죠.

방청석의 질문은 계속됐다. 90년대 부르주아 시민운동에 대한 생각에서부터 대학은 과연 사회적 책임을 강요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분분한 논의, 심지어는 국립대 등록금이 싼 이유(폭소를 유발한 김어준의 한마디 대답 “몰라”)까지, 미처 지면에 정리할 수 없는 30여분 분량의 진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모르는 걸 아는 척하진 않지만…

변희재 그럼 좀 본격적으로….

김어준 아직도 본격적이 아니었어? (웃음)

변희재 쾌도난담에 시비를 걸겠습니다. 기획 자체가 참신했다는 평가도 받고… 실제 따분한 시사문제를 재미있게 풀면서 게스트도 적절하게 초청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비판도 굉장히 많았다고 들었어요. 아, 예 질문하세요.

방청객 전에 인터넷에도 띄워진 글을 본 적이 있는데요. 김규항씨 말씀하신 것 중에 동강댐 환경이야기를 하면서 원자력 발전소를 잠깐 언급했어요. 기억하십니까? 논의도 제대로 안 돼 있다고 하시면서 원자력 발전소를 상당히 효율적인 발전소라 했는데… 거기에 대한 반론이었죠. 원자력 발전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거였는데, 두분께서 잘 모르는 걸 잘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문제를 너무 희화화한다는 비판이 있거든요.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어준 맞아요. (웃음)

방청객 그럼 이 포맷을 계속 유지하실 건가요?

김규항 그만 둘 생각입니다. (웃음) 그 비판은 저도 읽었는데, 먼저 저는 원자력 발전을 분명히 반대합니다. 제가 말한 효율성은 대충의 안전 대책만 세울 때, 지금 정도로만 돈을 들일 때 대단히 효율적으로 보인다는 얘깁니다. 사실 완전한 안전 대책을 하려면 어느 나라도 원자력 발전을 택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완전한 안전 대책은 불가능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어준 잘 모르는 걸 아는 척한다기 보다는요, 아는 만큼만 얘기하는데 그 중에 틀린 게 있겠죠. 모르는 걸 아는 척하지는 않아요. 그런 건 “몰라” 하고 넘어갑니다. (웃음)

김규항 쾌도난담이라는 꼭지의 장점이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른바 지식인사회의 담론과 일반대중과의 지나친 괴리 같은 것을 지양하는 포맷일 수 있다고는 봅니다. 제가 뭐 적극적으로 쾌도난담에 대한 자부나 어떤 가치를 주장하고 싶은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고 지금도 없습니다. 이걸 읽고 재밌어 하고 그것을 통해 뭔가 하나라도 공감을 얻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진행이 되는 거고… 그렇다면 나도 보람이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변희재 쾌도난담은 사적인 것처럼 얘기하는데 실명이 많이 올라가요. 김지하의 율려사상 비판을 했는데… 김지하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과 사상을 비판하는 게 좀 구분이 안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거든요….

김규항 김지하 선생님은 제 청년 시절에 대단히 많은 걸 주신 분입니다. 그분이 70년대에 쓴 글들은 지금도 늘 읽곤 하지요. 저는 이야기가 아주 단순한데 새로운 걸 내세우면서 “이게 진짜다”라고 주장하는 게 싫은 거예요. 그러니까 김지하도 싫고 박노해도 싫은 거죠. 우리가 이런 문제에 대한 통찰이 부족했다고 겸손하게 말하지 않고 왜 “이것만이 앞으로의 방법”이라고 주장하는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그건 제 일곱살짜리 딸보다 못한 분별력이고 자기가 꼭 담론의 중심에 서고 싶어하는 욕망이고 왕자병입니다. 전 큰 관심은 없습니다만 김지하 선생의 율려사상의 고유한 부분을 존중합니다. 어떤 분은 저한테 당신이 뭘 했기에 박노해나 김지하를 씹냐고도 하데요. 진보운동은 자기의 이력이나 훈장을 늘리기 위해 하는 게 아닙니다. 김지하 선생이 모든 사람들에게 칭찬받을 만한 삶을 사신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 해서 그분에게 어떤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건 아닙니다. 그분이 과거에 하시던 일의 끈을 갖고 여전히 고생하는 사람들을 모욕한다면 거기에 대한 비판은 사회 성원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근데 제 표현이 지나쳤던 건 사실입니다.

김규항은 쾌도난담 때문에 망가졌는가

(사진/쾌도난담이 공개진행된 서울대 28동 102호 강의실. 서울대생은 물론 <한겨레21> 지난호 공고를 읽고 찾아온 독자들로 300여석이 빼곡이 찼다)

변희재 앵벌이 상이군인이라고 비유를 했었는데. (웃음)

김규항 굉장히 죄송스럽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발언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변희재 늘 문제가 되는 건 김규항 선생님인 것 같아요. 이번에 해병대 문제도….

김규항 김어준씨는 저보다 젊은데도 신사적이죠. (웃음) 정확하게 말하면 노회한 거고. (웃음) 해병대 얘기를 하면…. 요즘 운전하고 가다가 해병전우회 아저씨들이 교통정리한다고 막으면 좀 찝찝해요. 제 차 번호를 파악한 게 아닌가 해서. (웃음) 한 가지만 얘기하면 그분들이 사회봉사활동하는 건 좋은데… 군복 입지 않고 다녔으면 좋겠어요. 군사 파시즘 아래서 수십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는가를 생각한다면 상식적으로 그럴 순 없는 겁니다. 그리고 전부 유디티군복 입고 다니는데… 해병 중에서 유디티는 아주 극소수 아닙니까? 그런 유치함은… 마초이즘이라고 보기도 힘들어요. 얼룩복 입고 선글라스 끼고 몰려 다니는 건 그 자체가 보통의 여성이나 아이들에게 정서적 폭력일 수 있습니다.

김어준 내가 신사적? 푸하 (웃음)

변희재 지난번에 해병전우회 발언에 대한 해명성 발언이 한번 나갔잖아요. 근데 지금 하신 말씀이 또 나가면…. (웃음)

김규항 괜찮습니다. 타협 불가능합니다.

김어준 그러니까, 규항이 형 발언들이 문제가 많이 되는 이유가… 문제의 소지가 되는 소재를 잘 찾아내서라기보단, 말을 너무 많이 해서지 (웃음) 꼭 필요한 말만 해야지. (웃음)

변희재 개인적으로 궁금한 건데, 말 막하다보면 “씨발” 같은 욕도 나오고 그럴 거 아니에요. 그냥 지면에 다 올라가나요.

김어준 다 잘려요. 저는 욕을 주로 하는데. (웃음)

김규항 그게 문제였군. (웃음)

김어준 형은, “아 씨발”하면 충분할 것을, “본질적으로 말이지” 하고 나오니까…. (웃음)

김규항 사실 저는 쾌도난담 때문에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이를테면 쾌도난담으로 저를 처음 알았던 어떤 분이 저를 직접 만난 뒤에 이래요. “생각보다 진지한 분이시군요.” (웃음)

이제 결론을 맺을 시간. 오늘의 결론은 서울대나 대학문화에 관한 것도, 쾌도난담과 관련된 것도 아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진 한 남학생 방청객이 오늘의 결론을 향해 돌진했다.

대학생이여 연애를 실컷 하라!

방청객 대학생활 하면서 꼭 해야 할 게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김어준 다른 것도 있지만, 연애를 많이 해야 한다고. (웃음) 대학을 졸업하면 사심없는 연애를 하기가 힘들죠. 왜 연애를 할 때 나오는 에너지가 참 거대하잖아요. 그 에너지가 고양시키는 인간의 감성이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것이 삶의 커다란 자산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지나고 생각하니까 그런 것들이 삶을 참 풍성하게 만들었구나 확인되는 순간들이 있어요. 고통이었든 희열이었든…. 공식 몇백개보다 더 중요한… 뭐…. 시간 나면 공부도 좀 하고. (웃음)

김규항 저는 그게 대학 시절에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웃음 그리고 야유) 한 가지만 부연하면 늘 대학 출신을 기준으로 모든 게 논의되지만 대학 안 가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대학은 한 청소년이 사회인이 되는 여러 다양한 경로 가운데 하나일 뿐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연애는 참 좋은 겁니다. (웃음)

전혀 엉뚱한 결론. 대학생들이여, 연애를 실컷 하라!!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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