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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올라가야 할 '조폭'들… 서빙아가씨 몇명 바뀐다고 음식맛이 바뀌나
 
조폭.

이번주의 첫 화두는 '조폭'이었다. 폭력을 싫어한다는 두 사람은 '조폭들의 관할권 전쟁'을 개탄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언제 '서진룸살롱'같은 사건이 터졌던 말인가? 아니다.

조폭은 원래 '조직폭력'의 줄임말이지만, 이제부턴 '조계사폭력'의 줄임말로 쓰일지도 모른다.
아니 두 사람은 조계사폭력이 조직폭력과 동의어가 되고 있다며 핏대를 올렸다.
 
역사가 있는 '조폭'
김어준 : 와… 그저께 텔레비전 보니까 완전히 소림사 번외전 찍대. 리얼리티 끝내주고 소품도
화려하고 현대적이더라고, 장풍 대신 소화기 뿌리는 거 봤어? 위력이 상당하더군.
이제 더이상 장풍 익히기 위해 힘들게 오랜 세월 수련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의미로 난 받아들여.
이거 한국무협영화를 되살리기 위한 구국의 결단 아냐? (웃음)

김규항 : 근데 왜 인사동 거리에서 난리냐.

김어준 : 서울에서 가장 '골동'스런 분위기에다 외국인들에게도 좋은 구경거리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문화관광부의 지시가 있지 않았을까?

김규항 : 차라리 산에서 일대일로 붙든지… 플라이급, 밴텀급 해서 체급별로 해인사 마당같은 데서
게임하면 되지, 왜 길바닥에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자는 것일까. 싸움을 말리자는 건가. 붙이자는 건가. 말초적이던 대화의 방향이
조금씩 제가닥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김규항 : 어준아, 근데 넌 누가 우리 편 같냐?

김어준 : 에이… 우리 편 없어.

김규항 : 그래도 5년 전엔 피아가 구분됐잖아. 한쪽은 종단부패의 주범으로 찍혔던 서의현
세력이었고, 그 반대편엔 젊고 개혁적인 세력이 있었지. 결국 긴 싸움 끝에 승리도 얻었고.
그런데 이젠 그냥 이권싸움으로 보여. 내가 잘 몰라서 그런가. 하여튼 종교적 입장 차이가 뭔지
잘 모르겠더라고.

김어준 : 뭐 그래도 올해는 두팀이 잘 구분되던데. 한쪽은 무슨 재건대원 비슷한 유니폼을 입고,
한쪽은 머리 깎고 승복 입고…. 지난해엔 두쪽 다 빡빡 깎은 승려들이었잖아.

김규항 : 재건복은 총무원쪽이 경비용역회사에서 고용한 사람들이고, 빡빡 깎은 사람들은
정화개혁회의 스님들이란 얘긴데… 결국 두쪽 다 조폭이라고 봐야지.

김어준 : 일설에 따르면 삼국통일을 달성한 호국불교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소림사를 능가하는
무예단련사찰을 육성하고자 비밀리에 훈련받고 있던 고수들이, 인사동 골동품 가격이 너무 비싸고
바가지가 심하다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평을 접하자 관광한국을 위해 떨쳐 일어났다고 하던데…
미안해. 헛소리만 해서. 워낙 웃겨서 말야.

김규항 : 예수도 그렇고 석가모니도 그렇고 무슨 종교를 만들려고 했던 게 아냐. 가장 인간답게
사는 게 어떤 건지를 살아 보였을 뿐이지. 두 사람의 공통점은 집도 절도 없었다는 거야. 두 사람을
기리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이다가 점차 그 모임이 커지고 체제가 생기고 한 거지. 문제는 예수나
석가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생긴 종교 시스템이 나중엔 예수나 석가의 정신보다 더 커져버리는 거지.

김어준 : 종교가 태동하고 조직화하고 전파되는 과정 자체가 종교인들에게는 성스러운 것이고
희생적인 것인데, 거기서 신앙적 부분을 빼버리면 그야말로 기업의 성장과정을 말하는 것처럼
돼버리니 너무 잔인한 거 아닐까. 지나치게 이성적이거나, 또는 주제넘거나….

김규항 : 내 상식으로 볼 땐 오늘날 대부분의 불교는 석가모니와 별로 관계가 없어. 석가모니 얘기를
할 뿐이지. 대부분의 교회도 예수와 별 관계가 없어. 어찌 됐든 예수나 석가의 정신 자체는 인류에
이로운 것이고, 그래서 우리가 기독교나 불교를 고등종교로서 존중하는 거 아냐. 명동성당이
운동권이나 진보세력의 피난처가 되는 건 죄인을 숨기자는 게 아니라 박해받는 사람을 보호하는
거지. 종교 단체가 조폭들의 공공연한 은신처가 되는 거하곤 전혀 다르지. 공권력이 들어오면
불교탄압이다? 하긴 불교 신도들한테 밉보이면 내년 총선은 끝장이지.

김어준 : 조계종 폭력으로서의 조폭이 아니라 진짜 조폭들이 그랬으면 삼청교육대 다시 만들자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을 거야.
 
왜 지금 단군이 튀어나오는가
김규항 : 어쨌든 이번 사태에 대해선 국민들에게 무조건 사과부터 해야 해. 누가 옳다 그르다를
떠나 불교계 전체의 수치니까. 현재 종권을 잡고 있는 총무원쪽에서는 자꾸만 세속이 참견할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럼 길에서 싸우고 그러면 안 되지. 정치권이 어수선하면 거국연립내각
하잖아. 이쪽도 자기정당성 주장하려면 마찬가지야. "현 총무원장의 자격이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났으니까, 불만이 있더라도 그걸 따르는 게 순리지.

김어준 형, 인사동 잘 안 가지?

김규항 : 인사동 갈 땐 마스크 쓰고 동생들 데리고 가야지. (웃음) 종교 얘기 한 김에 기독교 얘기
더 해볼까? 요즘 목사들이 뭘 공부하는지 알아? 교회경영학을 하는 거야. 그걸 무조건 비난하자는 게
아니라, 그만큼 종교인들의 마인드가 바뀐 거거든. 사실 교회부흥이라는 게 기업매출 확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예수의 정신이 얼마나 살아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교회를 키우느냐… 세가 클수록
돈이 많아지고 힘이 세지고… 이런 게 기준이 되는 거야.
물론 빛도 없이 명예도 없이 신앙심 하나 가지고 이웃사랑 실천하는 사람들도 많지. 우리는 그쪽을
봐야지.

김어준 : 단군상 세운다고 보수적 기독교인들이 엄청 분노했잖아. 일개 부족의 족장이었던 자를 온
국민이 숭배하게 한다는… 그러니까 우상숭배라는 거지. 단군상 목까지 잘렸고.

김규항 : 기독교인들이 잘랐나?

김어준 : 그렇다고 단정할 순 없죠. 일부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이 단군상을 맹비난한 것은 사실이지만.

김규항 : 단군상을 전국에 세우겠다는 쪽이나 그 목을 자르는 인간들이나 다를 게 없어. 단군에 자꾸
기대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현재 정신세계가 내세울 게 없다는 거지. 사람도 못난 사람일수록
내가 왕년에 어쩌고 그러잖아. 만주도 우리 땅이었다? 대고구려? 그게 무슨 상관이야. 몽고가 한때
세계를 지배했다고 지금 그 사람들을 크게 쳐주나? 그리스는 신들이 우글우글하던 나란데?
평가의 기준은 지금 그 나라가 사람이 살 만한 나란가, 민주주의가 제대로 돼 있는가 그런 거지.
안 그래? 너 반대의견 좀 내봐라. (웃음)

김어준 : 동감하는데…, 그 이유를 난 이렇게 생각해. 박정희가 근대화의 아버지로 불렸잖아요.
박통식 근대화는 한마디로 잘 먹고 잘살자는 건데, 이게 완전 짝퉁 근대화인 것이, 근대화 과정에서
한쪽 축인 근대정신은 안 들어온 거지. 정신은 아직 조선시대인 거야. 먹고살 만해졌는데 이제
그 물질을 다스릴 정신이 없는 거. 이거 정신적 공황인 거지. 그 갭을 단군도 밀고들어오고… 참 씁쓸해.
그것도 한 시대를 풍미한 진보 지식인이….

김규항 : 김지하 이야기는 좀 있다가 ‘쎄게’ 해보기로 하고…, 일단 이 매듭을 지어보면…. 너 혹시
말콤 엑스라고 아니? 그러고 보니 좀 닮았네. 하긴 체 게바라, 옴진리교 교주 다 닮았지만.

김어준 : 말콤 엑스야 알지. 근데 형 캐리커처 보면 녹색 스머프인 거 알아?

김규항 : 말콤 엑스가 이슬람 근본주의란 말야. 어떤 종교든 근본주의는 나쁜 양태를 띠잖아. 그럼에도
말콤 엑스의 이슬람 근본주의는 흑인 민권운동에 많은 역할을 한 게 사실이야. 왜 이 이야길 하냐면…
단군 좋고 논개도 좋고 홍길동도 좋아. 문제는 그걸 현실을 개선하는 일과 접맥시킬 수 있냐는 거야.
현실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면, 그런 복고주의는 극우적인 멘털리티에 봉사하기 십상이야.
 
누가 그런 거 해달랬어?
김어준 : 혹시 형이 단군상 목 자른 거 아냐? (웃음)

김규항 : 단군상 목 자른 자들도 혐오스런 인간들이지. 결론적으로 두쪽 다 근대적인 세상을 만드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돼. 이견을 존중하는 게 근대성의 기본이니까.

김어준 : 김지하가 단군 이야기를 많이 했잖아. 율려사상도 주장하고. 그러다가 단학선원하고
결별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진 걸로 아는데. 그런데, 이걸 기독교, 불교라는 외래종교와 민족종교와의
대결구도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 종교가 민족주의와 결합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되는데,
사회적으로 합의된 사상적 준거가 전무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정신적 공황의 부산물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워.

김규항 : 김지하가 좌충우돌하고 있지. 난 김지하를 보면 그게 생각나.

김어준 : 피에로?

김규항 : 아니, 상이군인… 앵벌이 하는 상이군인.

김어준 : 우와… 형이 여태 한 말 중에 가장 촌철살인이긴 한데… 형이 좀 둔하잖아. (웃음)
근데 너무 처절한 비유다.

김규항 : 내게 인상적인 기억이 있어. 중학교 때던가. 전철을 탔는데… 앵벌이가 집게손을
철컥철컥거리면서 내가 탄 칸에 들어왔어. 이 사람이 내가 ‘융니오 때 어쩌고’ 하면서 잘린 팔을
내보이면서 반협박을 하더라고. 전철 안이 싸늘해지고… 그 분위기에 눌려 모두들 두말없이 돈을
내더라고.

김어준 : 그래도 너무 잔인한 비유다.

김규항 : 상이군인들 당연히 존경받아야지.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자기 몸을 다쳤으니까. 근데
그 과거 가지고 정도 이상의 부담을 주면 곤란하지. 계속 존경할 수 없게 되잖아. 김지하가 율려사상을
마치 우리 민족의 결정적인 미래비전처럼 주장한단 말이야. 그리고 이것이 꽤 반응을 얻고 있거든.
문화과학 하는 사람들까지 몰려갔다는 거 아냐. 그런데 말야. 만약 그 율려사상이라는 게 김지하가
아닌 이름없는 향토사학자의 입에서 나왔다면 어땠을까. 저사람 참 특이한 사람이다는 얘기나
나왔겠지. 율려라는 게 무게를 갖는 건 바로 김지하 때문인데, 그 김지하가 뭐겠어. 현재의 김지하가
아니라 25년 전 김지하의 아우라란 말야. 앵벌이 하는 상이군인하고 다를 게 없지.

김어준 : 형 말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데, 위대한 선조가 남겨놓은 과거를 팔아 오늘을 먹고 사는 그리스
장사꾼…. 뭐 이런 거랑 비슷한 거잖아, 그런데 맘에 안 들어도 우리가 이해해줘야 하는 부분도 있는
거 아냐. 일정부분 보통명사화한 김지하란 이름이 주는 중압감… 그 부하가 얼마나 크겠어.

김규항 : 김지하는 요즘 아이들 말로 왕자병이야. 자기한테 너무 지나친 부담을 갖는 거지. 자기가
이 민족의 미래비전을 뭔가 확실하게 제시해야 한다, 20세기를 뛰어넘는 뭔가 우주적이고
영원적이면서 정말 우리 민족의 지표가 되는 사상을 만들어야 한다, 뭐 그런 부담을 갖는 건데….
내가 그 양반한테 말하고 싶은 건 제발 그런 부담을 갖지 말아 주십사하는 거지. 이제 좀 편히
사시라…. 누가 그 양반한테 그걸 해달라고 했냐는 거야. 그 양반에게 사람들이 주목하는 건
어디까지나 그 양반의 과거 때문인데 되레 그걸 타고 오버하면 곤란하지. 그 양반하고 비슷한 병을
앓는 게 박노해야. 박노해도 자꾸 진보의 미래를 제시하려고 하거든. 해달라는 사람도 없는데 말야.

김어준 : 그래도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진 빚이 있잖아. 과거에 우리가 그들더러 그거 해달라고 하지
않았지만 남들이 침묵할 때 뭔가를 했잖아. 문제는 스스로 지고 있는 짐의 크기를 오버해서 생각하고
있다는 거 아냐? 우리가 그들에게 가지는 부채의식이나 기대심리의 크기만큼이나 그들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보는데.우리의 부채의식이 이상한 건 아니지?

김규항 : 그럼 상이군인이니까….

김어준 : 난 그래도 좀 둘이 다르다고 생각해. 김지하는 "모두 이리로 따라오라, 이것이 우리 민족의
나아갈 방향이다"고 하는 게 문제고…, 박노해는 “내가 변했다” 아니야? 비판방향이 좀 달라져야
한다고 봐. 김지하에겐 “그럼, 혼자 깃발 들고 당신만 가라”고 하면 되고… 박노해는 자기가
변했다는데… 거기다 대고 누가 뭐랄 수는 없는 거 아냐?

김규항 : 어법 차이일 뿐 결국 사회에 미치는 효과는 같다고 보는 거야. 두 사람이 갖는 어쩔수 없는
영향력과 만만치 않은 침투력이 있단 말이야. 김지하와 박노해에게 무작정 신비감을 갖는 순진한
사람들도 많거든. 그들을 미혹시킨다는 게 문제지.
 
로버트 김을 책임져라
김어준 : 그것까지 당사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미혹이 목적이 아닌데도? 스스로 그렇게
믿는데도? 또 하나, 둘의 차이점이 있어. 김지하의 언사는 선동에 가깝다고 보거든. 김지하가
"너희들 정신세계를 교체하라"는 거라면, 박노해는 "지금까지의 방법론이 틀렸다"는 지적이잖아.
사람들이 김지하를 황당하게 본다면 박노해는 건방지다고 보는 거 아냐? 김지하는 "똥이 하늘이다"
한 지 오래됐으니까, 이제 다시 한건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엿보이고….

김규항 : 우리 사회가 고칠 게 많다는 건 이젠 누구나 인정하잖아. 70,80년대는 그걸 일부 운동권만
인정했는데, 지금은 공통된 의견이란 말야. 근데 김지하와 박노해의 입장이 과연 거기에 도움이 될까?
아니라는 거지. 그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성이 전혀 없다는 거야. '진보'라면 현재를 장악하고
있는 기득권 세력과 정치적인 긴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거거든. 김지하의 율려는 그렇다 치고…
박노해의 '새로운 진보' 역시 현실시스템과 정치적인 긴장을 전혀 일으키지 않는다고. 그런 진보가
바꿀 수 있는 현실은 없다는 거야. 박노해가 세상이 좋아지는 건 결국 생활습성이 좋아지는 거라고
말하는데… 우리가 공중도덕 잘 지키면 극우 파시스트가 알아서 반성하나? 균형감을 잃은 소리지.
박노해에 대한 나의 불만은 과거의 정치편향을 반성한다는 핑계 아래 정치성 자체를 도려낸다는 거야.
무슨 생각이든 제 맘이지만 그걸 진보의 대안인 양 떠들면 곤란하지.

김어준 : 형의 의견에 비슷하게 동의하는데, 난 인간적인 측면을 좀 생각해주자는 거고. 그만하자구요.
마음이 아파. 이제 딴 이야기로 넘어가자고. 난 요새 로버트 김 사건을 보며 화가 나대. 왜 우리 정부는
가만히 있는 거야?

김규항 : 이 사람이 미국 해군정보국에서 문관으로 근무하면서 주미 한국대사관 해군무관들한테
국방기밀을 누설했다고 간첩혐의로 투옥됐는데… 정말 형량이 길대. 징역 9년에 보호감찰 3년.
근데 우리가 주의할 건 미국의 실정법은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거야. 너무 민족주의만 가지고
감정적으로 해석하면 안 되지.

김어준 : 만약 일본이 우리나라에 그랬다고 해봐.

김규항 : 문제는 우리나라 정부 태돈데, 어쨌든간에 한국 정부를 위해 일을 하다가 잡혔단 알야.
미국쪽엔 스파이라면 우리한텐 공무원이라는 얘기도 되는데,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지. 미국의
실정법이 공평무사하게 적용됐는지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도 있고. 그 다음에 외교적으로 액션을 취할
수도 있잖아. 그 정도도 못한 데서야 어떻게 나라를 믿고 의지할 수가 있나.

김어준 : 그래, 최소한의 노력 정도는 있어야 할 거야. 로버트 김이 정말 스파이행위를 했는지도 가려야
하고, 했다면 자발적인 건지 직업적인 건지, 또 주범이었는지 종범이었는지 파악해야 할 거 아냐.
최소한 "이 사람을 풀어주세요" 하지는 못하더라도 이 사람의 선의를 국가가 이해하고 거기에 맞게
뭔가를 해줘야지. 로버트 김이 한국 정부에 보낸 편지를 보니까, 이런 내용이 있어. “내가 스파이라면
당연히 대한민국이 도와주야 하는 거고, 아니라면 그것 역시 외교적 노력을 통해 풀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전적으로 동감해.

김규항 : 하긴 우리나라는 그런 일이 좀 오래 걸리는 편이잖냐. 노근리도 50년 걸렸고…. 이게 제
여동생이 친구놈한테 성추행 당했는데 겁나서 말도 못하는 꼴이라고. 그 여동생 심정이 어떻겠냐
이거야. 빌어먹을.

김어준 : 근데 만약 미국인이 한국에서 스파이짓 하다가 발각되면 잡아넣을 수 있을까?

김규항 : 미국이 적성국가는 아니지? (웃음) 그게 되겠냐? 물밑협상으로 숨어버리겠지.

 
곡마단 모집, 이젠 식상하다!
김어준 : 우리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후딱 이야기하고 끝내자. 신당의 새 얼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김규항 : 신당이라… 니가 먼저 말해봐.

김어준 : 난 서커스단이 생각나. 곡마단원 모집…. 황수관, 황영조…. 물론 정치권에 얼굴마담이
들어오는건 이해할 만해. 이탈리아의 치치올라도 나오는 판에…. 근데 ‘곡마단원’들이 특별히
밝힌 정치적 견해도 없고 장기적으로도 정치적 의지를 관철시킬 가능성은 거의 안 보이고….

김규항 : 음식점이 인테리어 바꾸고 가게 간판 바꾼다고 음식맛이 달라지나? 주방장과 주인은 안
바뀌었는데, 예쁜 서빙아가씨 몇명 들어온다고 음식의 질이 바뀌냔 말야. 전에도 재야 입당파라는
게 있긴 했지만 들어가서 스타일만 구기는 일이 많았지. 실세가 못 되니까. 이번 신당은 한마디로
'인테리어 개비' 수준이야. 재미있는 건 신당이라고 새 얼굴을 영입한다는 쪽이나 영입당하는 쪽이나,
그걸 구경하는 국민들이나 그걸 진짜 신당이라 믿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거야. 끔찍한 일이지.

김어준 : 최장집,김태동 같은 사람은 쉽게 내주면서….

김규항 : 그러게. 개혁적인 사람들을 수혈받아서 보수성을 극복해 보려는 당의 의지가 있다면 최장집을
그렇게 엉성하게 포기하진 않았겠지.

김어준 : 뭐 하나 받을 것처럼 줘버렸단 말이야.

김규항 : 받긴 뭘 받어? 괜스리 못난 짓 한 거지.

김어준 : 중앙일보 가서 컵이나 깨고 말이야.

김규항 : 아무튼 신당 얘기는 길게 끌 가치가 없어. 그걸 진짜 신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빨리 결론이나 내자. 오늘은 내가 해볼까. 첫째, 조폭들은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거리를
떠돌지 말고 산으로 가라. 둘째 김지하 선생은 왕자병에서 쾌차하시길.

김어준 : 난 앵벌이 상이군인이 더 극적인 표현이라고 봐.

김규항 : 셋째 서빙아가씨 몇명 바꾼다고 음식맛은 안 바뀐다! 절대 안 바뀐다!

김어준 : 난 가끔 바뀌기도 하던데….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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