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장애인이다
박지주씨와 함께 이야기한 ‘사회적 약자’의 권리… 한국사회에도 ‘정신적 장애’

(사진/박지주씨는 대단히 공격적으로 말했다. 차별에 대한 분노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했다)

김규항이 혼났다.

말을 잘못 꺼낸 탓이다. “장애자로서….”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려는 순간 “잘못된 용어”라는 반격이 곧장 튀어나왔다. “장애자가 아니라 장애인이에요, 장애인…. 이건 기본이라고요.”

김어준도 깨졌다. ‘정상인’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본문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게스트의 가르침에 따르면 ‘정상인’이라는 용어는 잘못됐다.

오늘의 게스트는 휠체어를 타고 왔다. 박지주(29). 숭실대 사회사업학과 3학년. 장애인인권확보를 위한 전국청년학생연합 공동대표. 쾌도난담 이후 두 번째로 공격적인 게스트(김규항에 따르면 가장 공격적인 게스트로는 백지연이 뽑혔다).

초등학교 때부터 진행된 결핵을 가난한 살림살이 때문에 완치를 못한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병이 심하게 재발되면서 혼자 걸을 수 없게 됐다고 한다. 지체1급 장애인. 그런데 왜 오늘의 주제는 ‘장애인’인가.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그렇다. 알고보면, 김규항과 김어준도 장애인이다.

“불쌍하다”며 돈을 건네는 행인

김어준 혹 어린 시절 신체적 장애로 인한 좌절이 있었을 것 같은데, 그걸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박지주 저는 어렸을 때 좌절이라는 게 없었어요. 대신 인간적인 고민이 많았죠. 친구를 사귀고 싶었는데 친구를 원활하게 사귈 수 없었고…. 그건 장애와 상관없이 느꼈던 거예요. 소풍을 가도 딴 아이들은 부모님이 와주고 그랬지만 전 그러지 못했고…. 어린 시절엔 가난이 절 위축되게 했죠.

김어준 신체적 핸디캡에 대한 좌절은 없었다… 제 예상과는 무척 다른데….

박지주 그런 건 없었어요. 단지 성장해서 사회로 나오다 보니까 그 신체적 손상의 사회적 의미가 엄청나다는 걸 고민하게 되고… 자의식이 트이면서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거죠.

김규항 대학을 좀 늦게 들어오셨는데, 고등학교는 제때 졸업하셨나요?

박지주 저는 중2 때 중퇴했어요. 자의적으로 한 게 아니고 타의에 의해서. 수술받고 나서 학교에 가려 했더니 휠체어 탄 사람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어요.

김어준 헉. 어느 중학교입니까?

박지주 격분하지 마세요. 저는 장애를 갖고 10년을 넘게 살았는데…. 격분에 격분을 하도 많이 해서.

김규항 그럼 격분 안 할 테니까…. 그때 교장 이름이 뭐예요. (웃음)

김어준 알게 모르게, 장애인으로서 겪는 갖가지 차별이나 냉대가 있을 텐데…. 구체적으로 기억에 남는 예화를 들려주시면 사람들이 그 입장에 서서 장애인의 입장을 이해하기가 조금은 용이할 것 같은데요.

박지주 차별과 냉대보다는…. 이런 적이 있어요. 길을 가다가 누군가가 돈을 주는 거예요. “왜 주세요.” 그러면 “그냥 불쌍하다”고 해요. 웃기는 거죠. 전 사실 사람들에게 당당히 도움을 요청해요. 수업받고 계단을 내려갈 때 모르는 분에게 도와달라고 하면 이렇게 말씀하는 분도 있어요. “이건 니가 내 노동력을 착취하는 거”라고.

김규항 농담이 아니라?

박지주 진짜예요. 그러면 저는 제 가치관을 표명해요. “이건 당신이 가진 잠재력을 배분하는 겁니다. 사회적 배분의 논리에 따라서.” 제가 중학교 중퇴하다 보니까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나왔는데, 야학을 다닌 적이 있었어요. 야학 건물이 5층이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었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다녔는데, 눈오는 날이었어요. 지나가던 우체부 아저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눈오는 날 왜 나왔느냐. 집에나 있지” 그러는 거예요. 저를 생각해서 한 말일 수도 있는데, 제 입장에선 그게 아니에요. 눈 오는 날도 나올 수 있지, 왜 못 나와요?

김규항 장애인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인식수준을 반영하는 건데…. 전통사회는 아예 장애인에 대한 복지개념이 없었고 노동력이 딸리는 장애인은 자연히 하층민이 됐죠. 성경을 봐도 예수가 사랑한 밑바닥 사람들 속엔 창녀, 세리와 함께 장애인이 꼭 포함됩니다. 복지라는 게 사회주의 출현으로 생긴 건데 제 생각엔 장애인에 대한 복지라는 게 사회성원이 모두 똑같이 활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주는 거라 생각해요. 이를테면 주차장이 꽉 차도 장애인 표시구역에 못 들어가는 건 장애인에게 특혜를 주는 게 아니라 그 정도는 줘야 보통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인 거죠.

박지주 복지의 발전단계를 보면 처음에는 동정과 시혜였어요. 사회사업에서 출발한 셈이에요. 그러나 현대사회에 들어오면서 복지라는 개념도 동정과 시혜가 아니라 인간의 권리로서 접근되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성장할 거라고 보거든요. 방금 주차장 말씀을 하시면서 그건 장애인이 똑같은 위치에서 출발할 수 있게끔 제공하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거꾸로 장애인은 왜 만들어졌는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아까 결핵을 말했지만, 그건 인간사회가 만들어낸 거예요. 환경오염이라든가 교통사고 같은 것도 역시 인간이 만들어낸 거거든요.

장애는 인간사회의 공동책임?

김규항 공동의 책임이라는 얘깁니까?

박지주 그렇죠. 공동의 연대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에게 주차장을 제공하는 것은 사회가 당연히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거죠.

김어준 사회가 잘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대우해줘야 한다?

박지주 대우라기 보다는…. 저는 그냥 해줘야 한다는 거죠.

김어준 그럼…. 원죄네요. 당신이 결핵을 만든 건 아니지만, 당신이 인간인 이상 인간들이 만들어낸 환경에 의해 병이 생기고 그래서 그런 장애가 발생한 것이니까 바로 당신에게도 원죄가 있다…. 그래서 같이 부담해줘야 한다. 그런 논리입니까.

박지주 음…. 그건 되게 피해자적인 논리 같은데요.

김어준 지주씨의 말씀은 그런 논리 같은데….

박지주 이 사회라는 것은 혼자서 사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김규항 공동책임이니까 특별한 권리를 주는 거지요.

박지주 특별한 게 아니죠. 당연히 해야 하는 거죠.

김규항 현상적으론 특별한 거예요. 보통 사람들 입장에선 주차장에 들어갈 구멍도 없는데 장애인 표시구역 남겨두는 건 특별한 거죠. 그러나 장애인의 불리함을 감안한다면 그건 특별한 게 아닌거죠. 불리한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특별한 권리를 줌으로써 공평한 수준을 만드는 거죠.

김어준 이른바 복지가 잘돼 있다고 말하는 나라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특징적 양상 중의 하나는 사회적 약자를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것이 장애인이든, 입양아든…. 어떤 종류의 사회적 약자이건. 장애인을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인정하는 사고를 한다면, 버스 탈 때 독일처럼 휠체어로 탈 수 있게 리프트가 설치되야 하는데 말이죠. 그렇게 바라본다면, ‘장애인을 위해서 특별히’가 아니라, 그가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려면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죠, 버스 리프트는. 장애인이 아닌 사람도 계단이 없고, 달려가 점프해서 줄에 매달려 창문으로 버스를 타야 한다면 대부분 버스 못 타겠죠. 여기서 버스 계단은 사회구성원들이 기본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배려죠. 근데, 우리가 독일처럼 버스 리프트를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복지예산이 적다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에게 적선은 할망정 같은 사회구성원으로 묶어 사고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서 이 사회적 약자들을 ‘처리’하는 방식은 ‘동정’이죠. 그걸로 우리의 의무를 다했다고 여기고 스스로 면죄부를 주고…. 그렇지만 같은 울타리에 넣어주지는 않죠. 그들이 바라는 건 동정이 아니라 구성원으로 인정을 해달라는 건데 말이죠.

아주 근본적인 이런 부분부터 뒤집어가야 하는데 그런데 거기서, “장애는 모든 인간의 책임이니까 당신도 원죄가 있어”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반발을 하게 되죠. 기본적인 중간 이해단계가 생략됐으니까 그게 연결이 안 된단 말입니다. 말이 전혀 틀렸다는 게 아니라…. 전략적 측면에 있어서. “내가 결핵 만든 거 아닌데 내가 왜 결핵환자의 의무를 져야 하지” 이렇게 생각하기 쉽죠. 지주씨의 말은 그런 면에서 지나치게 공격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김대중 정권에선 뭔가 달라졌나

(사진/장애인용으로 개조된 승용차에 오르는 박지주씨. 집안에 손을 벌릴 수 없는 형편인 그는 자신의 힘으로 생활비와 학비를 벌고 있다)

박지주 그런 건 사실 인정해요. 전 장애를 가진 사람이기 이전에 그저 보통의 습성과 생활양태를 가진 인간일 뿐인데. 그 차별적인 구조에 분노하다 보니 공격적일 수밖에 없어요.

김어준 정상인들이….

박지주 여기서 하나 배우고 가셨으면 좋겠네요. 앞으론 ‘비장애인’이라는 말을 써주세요.

김어준 음…. 기준을 장애인으로…. 음….

박지주 그죠.

김어준 음…. 그건 좀 억지다.

박지주 어준씨가 정상인이라는 근거가 뭐예요.

김어준 헉…. 들키고 말았다. (웃음)

김규항 장애인 이야기를 할 때는 철저히 장애인 입장에서 해야지.

박지주 장애 개념을 확대시키자면, 과연 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누구냐는 거죠.

김규항 맞는 얘기.

박지주 어준씨가 지금 안경을 썼잖아요. 과연 300년 전에 어땠을까 하는 질문을 할 수도 있고….

김어준 저도 장애인입니다. (웃음)

김규항 지주씨는 학습이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체험한 억압과 불평등에 의해 사회의식을 쌓아왔는데, 만일 자기가 속한 문제에만 관심을 국한한다면 그건 진정한 사회의식이 아닐 겁니다. 다른 부문의 억압과 불평등에도 똑같은 연대 의식을 가져야 하는 거죠. 동성애자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박지주 동성애자라든가 입양아라든가 고아라든가 장애인이든가 그것에 대한 편견은 맥락이 같다고 생각해요. 외국인 노동자들이 겪는 차별도 심하고… 인간이 갖는 차별과 불평등은 인종과 지역을 뛰어넘는 거니까.

김규항 사회주의자이시네. (웃음)

박지주 그 무슨 이념이 아니라, 전 사실 자연을 숭배하는 편이에요.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풍요로움과 깊은 성찰의 기쁨에 대해서 감사하지요. 무슨 신앙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김규항 지구에서 최악의 존재는 인간이에요. 인간이 없다면 지구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박지주 전 요즘 사회적 장애를 느끼고 있어요. 저보고 사회화가 덜 돼 있다는 소리를 많이 하거든요. 규격화되고 정례화된 것들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답니다.

김어준 사회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에 따르자면 때론 필요한 스트레스인데….

박지주 그렇죠. 요즘은 장애에 대한 개념이 확대되고 있어요. 국제장애인연맹에서 내놓은 장애 개념을 보면, 신체적 장애에 의해 활동의 장애가 생기고, 그로 인하여 참여에 장애가 생긴다는 식으로 3단계 접근을 해요. 신체적인 손상은 없지만 사회화가 덜 되고,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참여에 장애를 겪는 거죠. 그것도 엄연한 장애인이고.

김어준 대인관계? 형도 1급 장애인이네. (웃음)

김규항 모든 사람이 다 장애인이고, 모든 사람이 다 장애인이 아닌 셈이지. 근데 김대중 정권이 그전 정권과 장애인 정책에서 특별히 다른 게 있습니까?

박지주 시대적으로 발전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별반 크나큰 변화는 없는 것 같아요.

김규항 김대중 대통령 본인도 장애인인데….

박지주 그분은 장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면 장애를 느낄 수 있는 게 없죠. 그분은 신체적 손상이 있긴 하겠지만 그게 사회적 장애로는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죠. 김대중 대통령의 장애인 정책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이유는, 우리나라 복지시설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가 아직도 말 못할 정도로 많다는 거예요. 혹시 에바다라고 아세요? 그 에바다 문제 아직도 해결 못하고 있어요. 얽히고 설킨 정치적인 문제들이 많아서.

김규항 정말 기가 막힌 문제인데, 김대중씨가 대통령 되고 나서 첫 국민과의 대화 때 에바다 당사자들이 직접 나와서 질문도 하고 그랬는데, 별로 된 게 없어. 뒤에 뭐가 있는 건데….

비장애인들끼리도 살벌한데…

박지주 지금도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도대체 왜 국민들에게 약속까지 해놓고 깨끗하게 해결을 못 할까요.

김규항 조선일보가 개입됐나? (웃음)

김어준 남자친구 있으세요?

박지주 네.

김어준 비장애인인가요?

박지주 자기 말로는 한쪽 발이 짧대요. 교통사고 당한 뒤 수술하고 나서 2cm가 짧대요. 겉으로는 멀쩡해요.

김어준 이런 거 하나 물어볼게요. 비장애인에게 던지는 아주 구체적인 행동지침 같은 거 줄 수 있겠어요. 장애인을 동등하게 대해달라, 이런 거는 말짱 하나마나한 소리고. 피부에 와닿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사소한 몇 가지라도 가르쳐달라는 말씀입니다….

김규항 내가 장애자라고 했다가 야단 맞았잖아요. 그런 것만 고쳐져도 좋은 거죠. 말이 바귀면 정서도 바뀌는 거니까. 그런 것도 운동입니다.

김어준 1번, 장애인이라 불러달라.

김규항 ‘불러달라’가 아니라 장애인이다.

박지주 장애인 인권에 대해 아직도 멀었구나 생각하는데…. 제가 휠체어타고 수업이 끝나서 내려갈려고 할 때 과 친구들한테 도움을 받아야 하거든요. 우리 과엔 여자애들이 많아 걔들한테도 자주 요청하는데…. 사실 빼는 경우가 많아요. “언니 나 허리 아파, 다리 아파”하면서 그냥 내려가버리는 경우가 있고.

김규항 지주씨 앞에서 허리 아프다는 말을 해요?

박지주 가끔 화가 날 때가 있어요. 사회사업을 전공하는 학생들인데.

김규항 고정적으로 도와주는 학생이 있어요? 힘 세고 착한 남학생이라거나. (웃음)

박지주 없어요.

김규항 장애인의 범위를 넘어 우리나라 사람들의 각박함을 보여주는 얘기죠. 자기의 이해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무관심. 사실 서로 돕지 않곤 못사는 게 세상인데, 돕는 일을 자기 걸 애써 양보하거나 손해보거나 희생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의식…. 비장애인들끼리도 살벌해요. 그러니 장애인들에 대한 좀더 특별한 도움 같은 것은 기대하기가 더욱 어렵죠.

박지주 저는 프랑스의 자원활동 구조에 대해 선망하는 부분이 있는데, 자원활동은 특별하게 내가 뭘 주는 게 아니라 사회구성원이라면 당연히 해야 한다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해요. 많이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한테 주는 식으로 해선 곤란하죠.

‘평생 보호’의 비극

김규항 우리들 생활 속에 자원봉사활동이 항상 몇%씩 있어야죠.

박지주 저는 자원봉사라는 단어를 안 쓰는데…. 자원활동이란 용어를 쓰는데.

김어준 형, 잘못했다고 해! (웃음)

김규항 우리가 이른바 경제개발 기간에 물질적인 총량을 늘이기 위해 정신적인 부문을 생략한 채 많은 사람들이 참고 희생했어요. 그런 공동 노력의 열매를 몇몇 재벌 소유주가 사유화해버렸지만, 정신적인 부문에서는 부를 독차지한 놈이나 늘 빼앗기고 사는 사람이나 다 지체 상태가 되었죠. 다들 생각은 없고 욕망만 가득해요. 복지문제는 이런 정신 부문의 발전, 그러니까 사회가 좀더 근대화되고 합리적으로 발전하는 일과 궤를 같이 할거라 봅니다. 한국은 정신적인 장애 국가죠.

박지주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죠.

김규항 없지 않아 있는 게 아니라, 아주 많아요. (웃음)

박지주 네, 많아요. 전적으로 동의를 할게요. 매너 꽝이다. (웃음)

김규항 저는 장애인 운동이 장애 비장애를 떠나서 당당한 사회운동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장애인은 외형적인 한 가지 결점만 있을 뿐이고 다른 부분은 문제가 없는데 흔히 전체적으로 좀 떨어지는 인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다른 정당한 사회문제에 성명서 같은 것도 빠짐없이 내고 연대하고 하면서 오히려 활동력이 뛰어난 사회운동조직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비장애인들의 정서도 자연스레 바뀔 겁니다. 사실 운동은 정서적인 거거든요. 어준이, 오늘의 결론.

김어준 잘하자. (웃음)

김규항 똑바로 해봐.

김어준 바로 너도 장애인…. 각성하라 비장애인들이여 !

박지주 비장애인들도 자각을 해야 하지만…. 제가 한 가지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 서른세살 먹은 언니 한분이 있는데, 초등학교만 졸업했어요. 그분이 제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일하고 싶다.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싶다”면서 많이 우셨어요. 이분은 소아마비가 심각해서 휠체어를 타야 하고 시각장애도 좀 있으신데, 취업을 하려고 해도 잘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가정환경을 물어봤죠. 근데 오빠가 그 언니한테 그랬대요. “난 널 평생 보호하겠다.” 어떻게보면 저렇게 멋있는 오빠가 다 있나 하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그건 한 인간을 말살하는 거예요. 보호라는 미명 아래 그 사람을 계속 가둬놓고 사육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어요. 오빠는 그 동생 이름을 빌려 아파트를 유리한 조건에 사고…. 근데 동생은 울면서 일하고 싶다고 하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불쌍하게 볼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되는 거죠. 교육을 제대로 못 받으니까 제대로 된 직장을 못 얻고, 그러니까 사회적인 힘이 없을 수밖에 없죠.

김어준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는데, 그 오빠라는 분이 아파트를 저렴하게 구입하려고 동생에게 평생을 보호하겠다는 말을 했으리라고 보지는 않는데…. 그에 담긴 최소한의 선의마저 ‘사육’이라고 일축해 버린다면 역으로 그 오빠에게도 너무 잔인한데요. 아주 아주 아주 악의 화신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김규항 의식 수준이 낮은 것과 악한 것은 다릅니다. 하여튼, 우리는 모두 장애인입니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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