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올리지 맙시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정동희씨와 나눈 등록금인상과 학생운동, 그리고 총선이야기


김규항이 웃으며 말했다. 정말이지 오늘은 김어준과 게스트가 맞장이라도 떠야 하는 것일까. 시종일관 공격적으로 질문하는 김어준. 마침내 게스트의 입에서 세 음절이 나왔으니. “아이 씨!”

소림사의 협객을 연상케하는 헤어스타일. 오늘의 게스트는 머리를 박박 깎고 왔다. 대학의 심장인 본관점거농성을 7일 동안 지휘하고 돌아온 사나이. 쾌도난담 당일 단식을 막 끝마친 사나이. ‘투사’의 이미지에 걸맞지 않게 순진한 표정의 미소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이자 전국학생회협의회(전학협) 의장인 정동희(24·기계공학과 4학년)씨. 오늘의 화두는 등록금인상과 학생운동!



왜 등록금인상을 반대하는가

김어준 머린 왜 깎았어? (웃음) 무섭잖아.

정동희 저도 싫어요.

김규항 어준이는 웬만하면 존대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니가 이해해. (웃음)

정동희 과거에는 삭발 같은 거 하면 다 들고 일어섰는데 지금은 안 그런 게 사실이죠. 그래도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어요. 7일 동안 본관을 점거농성 했지만 점거농성 자체에 대해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등록금인상을 찬성하는 사람이 없단 말이에요. 다 반대하는데도 참여를 안해요.

김어준 그게 머리깎는 거하고 무슨 상관이냔 말이야. (웃음)

정동희 이 투쟁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학우들에게 긴장감을 심어주자는….

김규항 허재가 머리깎는 거랑 비슷한 거지. 근데 그다지 신선해보이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지.

김어준 내부 결의를 다지는 용도로는 모르겠지만, 보여주는 용도로는 오히려 역효과가 있는 건 아닐까.

정동희 그래도 집회에 400여명이 모였거든요. 그 앞에서 깎은 거고… 또 새내기는 처음 접하는 거고.

김어준 매년 하나 그럼? (웃음)

정동희 그람시의 말처럼 “빈 자리에 새 것이 들어오지 않아서 낡은 것을 버릴 수 없는 상황”이죠.

김어준 그람시? 진지전? 음….

김규항 어준이는 그런 얘기 하면 화내. 열등감을 자극하거든. (웃음) 어쨌거나 사람들은 대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에 대해서 이해가 낮은 게 사실이야. “요즘도 그런 거 하나” 하는 얘기도 하고… 그게 등록금 얼마 올리고 내리고의 경제문제를 넘어서 어떤 의미가 있지?

정동희 일단 경제적인 것부터 말씀드리면…. 얼마 전 본관을 처음 점거농성하는 장면이 텔레비전 저녁뉴스에 나왔거든요. 저랑 친한 한 여학우가 그때 아버님하고 함께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대요. 아버님 하시는 말씀이 “넌 왜 여기서 텔레비전 보고 있니. 저기 안 가 있냐”는 거였어요. 그만큼 “등록금이 비싸다”는 건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과연 이것이 액수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 거죠. 90년대 이후 대학의 경쟁체제가 들어서면서 대학이 기업화돼 가고… BK21이라든지 국공립대 민영화 이야기가 나오면서 교육의 공공성보다는 사회적 노동자를 배출하는 장으로서 대학이 더 크게 기능하게 됐죠. 등록금인상은 그런 교육정책에 뒤따르는 것이라 할 수 있고요. 노동자들 임금 깎고 정리해고 시키는 것처럼 대학생들도 마찬가지 피해를 본다는 거죠. “등록금 올리니까 너희들이 벌어서 내라”고.

김규항 요즘 새내기 등록금이 얼마지?

정동희 문과대의 경우 300만원 내면 1만5천원 거슬러준다고 해요. 입학금까지 합쳐서.

김어준 문제가 그거야? 교육제도가 공공성을 외면한 채 경쟁을 유발시키고, 그 경쟁을 통해 사회적 노동자를 배출하는 직업양성소 같이 돼가는 구조고 그 구조를 강화시키고자 등록금이 올랐기 때문에 안 된다는 건가. 공공성을 키워주는 그런 용도로 돈이 올랐다면 괜찮은데…. (웃음)

정동희 그게 아니죠.

김어준 그럼 뭐야. (웃음) 못 알아듣겠잖아.

못 알아듣겠다는 김어준

정동희 등록금이 올랐는데 그 배경을 보아하니 그런 정책 아래서 뒤따라온 거고… 그래서 단순히 학교를 대상으로만 하는 투쟁이 아니라는 거죠.

김규항 그러니까 이게 돈 문제이기도 하지만 교육의 장으로서 대학의 위상이나 정체성의 문제라는 얘기지. 내가 듣기로는 대학의 돈이 남는다고 해. 비축된 돈도 많고… 고려대는 어때요?

정동희 매년 예산에서 쓰고 남는 돈이 적립되는데, 그걸 이월적립금이라고 해요. 그건 목적도 없는 돈이죠. 그냥 남은 거니까. 그게 98년에 700억원이었거든요. 이화여대 같은 경우는 몇천억원이고. 그걸로 건물을 지을 계획을 가진 것도 아니고….

김어준 나는 아직도 못 알아듣겠는데. (웃음) 대학이 직업훈련소로서의 기능을 더 보강하기 위해 등록금을 올렸기 때문에 안 된다는 건가?

정동희 교육의 공공성이라는 것은 한 학교에서 해결하기 힘든 거죠. 사립대 총장들이 교육부랑 담합을 하는 거예요.

현재 전학협 교육대책위 소속의 30여개 대학 학생회는 등록금과 관련된 대정부 연대투쟁을 펼치고 있다. 투쟁의 주요목표는 등록금동결과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교육재정 확충, 국공립대 특별회계법 마련 등 다섯 가지. 현재 고려대 내에선 학생 대표의 등록금 결정과정 참여(재정위 참여)와 장학금 확대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한 상태. 이번 학기 등록금 평균 9% 인상은 막지 못했다.

김어준 아니 등록금을 왜 올리면 안 되냐고. 그 이유를 설명해줘.

정동희 당연히 올리면 안 되죠.

김어준 물론 돈내는 거 올리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냐. 아무도 없지. 그렇지만 올리는 쪽이 올려야 할 이유를 내세우듯 올리지 말아야 할 이유도 합리적으로 있어야 하는 거잖아.

정동희 간접세에 교육비가 들어가는데, 학생과 학부모에게 이중부담을 시키는 거죠. 실제로는 온 국민에게 압박을 주는 거고.

김규항 비축금이 충분한 상황에서 굳이 올릴 이유도 없을 뿐더러… 또 부담을 모두 학생과 학부모한테 전가하는 것도 옳지 않고… 그런데 이 싸움의 배경을 보자면 정책대결의 의미가 있다 이거지. 그 정도로 해둬 자식아. 맞기 전에.

김어준 아니 그걸 형이 왜 말해. (웃음)

김규항 지금 납부율은 어느 정도나…. 민주납부운동 성과는 어때.

정동희 실패라고 봐야죠…, 거의 다 납부했어요.

김어준 대학생쯤 되면 학비는 지가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데, 이 자식들이 대부분 다 부모한테 받아서 하니까 이게 안 되는 거야. 지 돈으로 낸다고 해봐. 개떼같이 “왜 반대투쟁 안하냐”고 총학생회 박살낼 걸?

김규항 기사에선 뺐으면 좋겠지만 맞는 말이야. (웃음)

김어준 학교에서 만약 이렇게 말하면 어떡해. 학교의 재무재정정책은 학교 당국이 결정하는 문제며, 비축금이 많이 남았는지 안 남았는지는 그리고 그걸 가지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는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문제라고. 예를 들어 돈이 남았으면 이자수익을 낼 투자계획을 잡는다거나.

정동희 그렇게 얘기해요.

김어준 거기에 대한 답변은 뭐야. 내가 학교 당국 할까? (웃음)

정동희 학교 당국은 관리만 하는 거지 멋대로 쓸 자유는 없는 거죠. 학생들 등록금에서 나온 돈인데.

왜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는가

(사진/쾌도난담이 진행되던 3월23일 오후에 또 한명의 총학생회장 연세대 정나리씨는 허리디스크로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링거를 꽂고 있었다. 입원 와중에도 그는 등록금 인상 반대와 정부의 교육정책 전환을 요구하며 단식을 계속하고 있었다)

김규항 행정실무야 그쪽에서 진행하지만, 기업에서도 노조와 경영진간의 대립과 의견교환에 의해 임금이 결정나는 거 아냐. 근데 학교에서 무조건 결정권이 있다면 1천만원, 2천만원 올려도 꼼짝없다는 게 되는데. 그건 얘기가 안 되는 거지. 니가 총수라고 자본가쪽에 서는 거냐? (웃음)

김어준 그게 아니라, 학교 당국이라면 내가 하는 정도의 이야기보다 훨씬 치밀하게 나름의 논리를 만들어 방어할 텐데… 학생들이 분명 옳은 쪽임에도 불구하고, 정교하지 못한 것 같아서 이런 말을 하는 거야. 그럼 학교쪽에서 돈을 관리하는 방식은 그쪽에서 결정한다고 하면.

정동희 관리하는 방식이야 결정할 수 있죠. 그건 방식인 거고… 원칙은 그 돈이 어디에서 왔느냐는 거죠.

김어준 그럼 다른 걸 물어보자. 개개인에게 각자 얼마나 손해이며, 그 손해가 얼마나 불합리하게 책정된 인상 때문에 비롯된 것인지에 대한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근거자료를 학생들에게 제시했나?

정동희 물론이죠.

김어준 근데 안 먹혀?

정동희 안 먹히는 게 아니라… 그런 걸 제시하면 사람들이 끄떡끄떡하는데 투쟁에는 참여하지 않는 거죠.

김어준 난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욕하기보다는 그 사람들이 참여할 만한 흡인력을 못갖춘 게 더 문제라고 보는데.

김규항 아무리 부모님 돈을 낸다고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덜 내면 좋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지. 문제는 그런 자기 이해가 정당한 권리라는 생각을 못하는 건데. 싸우지 않고 얻을 방법이 없다는 데 다들 공감을 하면서도 싸움에 대한 참여는 낮단 말이야. 그 괴리가 왜 생긴다고 생각해?

김어준 글쎄, 방식이 구태의연해서가 일까? 머리깎고, 점거농성하고… 이런 건 20∼30년 전부터 했던 거거든.

정동희 그건 대안없는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강의실이나 신입생 환영회 가서 참여를 호소하고 집회 때 풍선이나 애드벌룬을 띄워보기도 했단 말이에요. “이런 게 싫으면 당신들 맘대로 표현해봐라… 나도 이런 거 싫다”고 얘기도 해보고….

김규항 대학 내에서 운동권의 위상이 굉장히 줄어들었는데… 그런 상황과도 통하는 거 아닐까? 저건 운동권이 하는 일이라는 생각 말야.

정동희 문제는 대안없이 반대만 하는 것이죠.

김규항 어준이처럼. (웃음)

김어준 XX. (웃음)

정동희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다른 방식을 제안하는 것에 대해서도 열려 있고요. 근데 잘 안 되고 있죠.

김규항 우리같은 사람들이 “머리 박박 깎고 그것 밖에 못하냐”고 비평이나 하는 건 참 미안한 얘긴데… 나름대로 연구는 많이 하지?

김어준 유진이를 참여시키는 건 어떨까. 박박 깎게 해서. (웃음)

정동희 유진이만 보고 갈 것 같아요. (웃음)

김규항 하여튼 내 상식으론 굳이 등록금을 올릴 아무런 이유가 없어. 대학이 기업도 아니고 말야. 자, 이쯤하고 학생운동 얘길 해볼까.

고대 민족주의와 집단주의

김어준 이번 총학생회는‘민족고대’라는 말을 안 쓴다며?

정동희 안 쓰지는 않고… 워낙 많이 통용되니까. 그래도 민족주의는 싫어하죠.

김규항 고려대에서 민족주의를 빼면 뭐가 남나. 연세대가 되나. (웃음)

정동희 고려대는 민족주의라기보다는 집단주의가 많이 남아 있는 거죠.

김규항 지난주 쾌도난담에서 ‘민족마초의 요람, 고려대’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게 내 생각이야. 이화여대 축제가서 말썽을 일으킨 일도 있었지.

정동희 96년도에 이화여대 학생이 크게 다치는 일이 있었죠.

김규항 어쨌든 집단주의 성향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데. 통신망에서 그런 걸 비판했다가 글 올리는 걸 금지당하기도 했고. 나쁜 전통은 분명히 없애야지.

정동희 사실 ‘고연전’을 하면… 연세대에서는 ‘연고전’이라고 하지만, 끝나면 기차놀이라고 해서 술집에서 깽판을 치는데… 연세대보다 고려대가 두배로 미친 듯이 하죠. 그러다 결국 이화여대에서 사건이 난 거고. 그래서 총학생회에서 많이 계몽사업을 하려고 해요.

김규항 우리나라 3대 조직을 말할 때 해병전우회와 전라도 향우회, 그리고 고려대동문회를 드는데… 해병전우회 아저씨들은 사실 측은하거든. 어릴 때 박박 깎이고 “너희는 특별한 군인이다. 귀신잡는 해병”하고 세뇌시킨 데서 평생 헤어나지 못하는 양반들이거든. 나이들어서도 전쟁놀이 하는 애들처럼 얼룩옷 입고 왔다갔다 한단 말이야. 전라도 향우회도 지역차별의 피해역사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또 이해가 돼. 강한 사람이 뭉치는 것과 약한 사람이 뭉치는 건 가치가 다른 거니까. 고려대의 집단주의는 이해를 할 수 없는 게, 소위 일류대고 평생 사회적 기득권을 갖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그런 배타성을 가질 수 있냐는 거야.

정동희 저는 그게 응원문화에서 출발하는 것 같아요. 입학할 때부터 ‘고연전’ 환상이 많거든요.

김어준 영국에선 캐임브리지와 옥스퍼드가 라이벌이잖아. 매년 조정대회를 하는데 애들이 미쳐버리거든. 자신들의 결속력을 만들어내는 방식 자체가 그 나름의 대학문화라고 보는데, 이걸 집단주의라고까지 매도할 필요가 있나? 물론 오버하면 문제지. 그런데 일종의 필요성도 있잖아.

정동희 그게 배타적으로 표현되는 게 문제죠.

김어준 그런 결속을 다지는 행위의 속성 자체가 원래 배타적 아냐? 응원할 때 우리편끼리 뭉치는 거야 당연히 배타적이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경기장이 아닌데도 그런다면 혹은 그 방식이 폭력적이거나 하면, 즉 오버하면 문제지.

김규항 어준이가 민족주의 싫어하지만 민족끼리 자부심 가지고 똘똘 뭉치는 건 나쁘지 않아. 문제는 밖을 향해 배타적으로 작용하는 거지.

김어준 흥. (웃음) 이거 한번 물어보자. 학생운동하는 애들이 나와서 얘기하면 전부 말투가 똑같잖아. 툭툭 끊어지는 운동권 특유의… 20년 전부터 계속 똑같은. 왜 그렇게 말하는 거냐.

정동희 이어져내려온 부분이 있죠. 그런 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자연스레 그렇게 나오는 거고. 그걸 보면서 감동받은 사람들이 따라하는 거고.

김어준 그걸 듣고 감동 안한 사람들이 대다수잖아. (웃음)

김규항 자족적인 면이 있지. 자본가들은 지난 10여년 동안 자기를 홍보하고 고객을 설득하는 기법이 대단히 세련돼오고 있는데, 학생들도 그런 면에서 프로가 될 필요가 있거든. 그런 걸 연구하고 개발할 만한 여력은 있나?

정동희 전 대중 앞에서 말을 많이 하게 되니까 고민을 많이 하죠. 사회 모순을 얘기할 때도 비유적으로 표현하려 애쓰고. 가령 낙천·낙선운동에 대해 비판할 때 비듬 치료하는 샴푸나 비듬약으론 머리를 아무리 많이 감아도 비듬이 안 없어진다고 하거나… 결국 낙천·낙선운동을 100만번 해도 그런 정치인들은 안 없어진다는 거죠.

머리염색, 학생회장이라 참았다?

김규항 비듬을 완전히 근절하려면 어떻게 해? 껍데기를 벗겨? (웃음)

김어준 좋은 비듬약을 팔아라고 해야겠네. (웃음) 하여간 학생회도 전면적 개혁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거든. 아까 등록금인상 반대를 위한 애드벌룬을 띄운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그런 단순한 차원을 넘어서는 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기본적인 말투에서 조직 속에서의 권위적인 느낌, 직책명까지…. 그런 걸 개선하기 위한 모임도 따로 가질 수 있고.

김규항 사실 학교라는 공간은 너무나 특별해. 여기서는 운동하기 정말 편한데 그런 의식을 생활과 연결시키는 건 너무나도 힘들지. 졸업하는 순간에 상황은 판이하게 달라지고 그래서 다들 집으로 돌아가는 거지. (웃음) 학생운동이 많이 약화된 건 사회 전체에서 진보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세가 줄어드는 것을 그대로 반영하는 건데 정동희씨는 학생운동가로서 진보운동에 어떤 전망을 갖고 있어. 대중성의 문제라든가.

정동희 대중성 이야기를 많이 말씀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해요. 대중성도 중요하지만 결의를 가진 자들이 먼저 뛰쳐나가는 게 당연하다는 거죠. 단순비교일지 모르겠지만 87년 노동자 대투쟁도 노동판에 뛰어든 학생운동 출신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요?

김규항 그때는 뛰어나가는 선도도 있었지만 대중들의 준비도 있었지.

정동희 솔직히 전망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아요.

김규항 지금 꼬뮤나르드 학생회들이 속한 전학협은 한총련에 반기를 든 조직이지? 학생운동권의 개혁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총련의 문제는 뭐라고 봐?

정동희 두 가진데, 첫째는 학생들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받아안지 못하고 되게 비민주적이라는 거고, 또 한 가지는 민족주의라는 낙후된 시대사상 일변도라는 거죠. 한국사회의 시스템 문제를 전부 반미로 귀결시키고… 예를 들어 총선이 얼마 안 남았는데, 보수정치꾼들을 다 미국의 사주를 받은 것처럼 표현한다든지.

김규항 한국은 식민지 맞아. (웃음)

정동희 그게 지금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판단을 했던 거죠.

김어준 학생회 간부들 중에 귀 뚫거나 머리 기른 사람 있어?

정동희 있죠. 저희 법대 학생회장 같은 경우는 귀걸이를 한쪽에 세개, 또 한쪽에 두개… 염색도 다 하고 다니고.

김어준 너 사실대로 말해봐. 머리깎은 것도 패션의 하나지? (웃음)

정동희 자꾸 이 머리 갖고 그러시는데, 대학에 이런 사람 많이 있어요. (웃음)

김규항 머리 밀고 염색은 못하나?

정동희 하죠. 저도 염색을 많이 했었는데, 학생회장 하면서 어르신들도 많이 만나니까 필요없이 거부감을 느끼게 하기 싫은 거죠.

김규항의 제지에도 김어준의 ‘학생운동 물기’는 계속됐다. 학생운동은 혹시 관성이 아니냐는 것, 왜 꼭 정치운동을 해야 하고 커다란 목표를 가지고 투쟁해야 한다는 집착을 갖고 있냐는 것 등등. 심지어 이제는 정치적 학생 결사체로서의 학생회는 시대착오적인 조직은 아닌가 하는 근본적인 의심까지 해볼 필요성은 없느냐는 얘기까지. 이에 대해 게스트도 지지 않았다. 무조건 거시적인 것을 쫓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할 뿐이라는 것, 문제가 있으니까 학생운동이 늘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라는 등.

김규항 등록금과 학생운동 얘기를 했는데 마지막으로 무슨 얘기를 해볼까.

정동희 총선 얘기하면 어떨까요?

김규항 그러지. 지난번에 전학협에서 ‘총투본’ 기자회견을 했었지. 그게 무엇의 약자지?

정동희 전국대학생총선투쟁본부.

김어준 제목도 참. (웃음) 난 사실, 학생운동을 하는 했던 혹은 하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학생운동은 학생 일반의 의식이 성장하는 속도에 비하자면 너무도 느리게 ‘진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만도 많고.

김규항 <한겨레> 기자회견 기사도 상당히 냉소적이었지. 총선정국에서 학생들이 잠잠하다는 식이었는데. 정동희씨는 불만스럽겠지만 학생들 움직임이 미약한 건 사실이지?

정동희 별로 관심이 없고… 정치인 자체에 불신이 크니까. 저희같은 경우 억압받고 투쟁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겠다는 게 있었죠.

김규항 실제적으론 무슨 일을 할 거지?

정동희 사람들이 낙천·낙선운동에 지지를 많이 했다는 건 현 정치에 불만이 많다는 건데, 저희는 보수정치의 본질을 말해주고 싶어요. 구체적 활동으로는 총선 시기에 계속 집회하고 지하철 같은 데서 선전전을 하고….

김규항 물론 나도 개인적으론 낙천·낙선운동에 대해 비판적인 편이야. 거품이 많고. 하지만 어쨌든 총선연대가 국민들에게 단순히 “이번 선거에 관심을 가집시다”는 식으로만 캠페인을 했다면 분위기가 그렇게까지 안 떴을 거야. 낙천·낙선대상자 명단을 뽑은 아이디어가 히트를 한 거야. 학생들은 그쪽에 비판적이지만 실제 기법에서는 학생들이 진부해보이는 게 사실이야.

"보수정치의 본질을 말하고 싶다"

정동희 저희의 한계인 것 같아요. 언론이 띄워주지 않을 것도 알고 있었고.

김규항 우리나라 언론은 이념언론이 아니니까….

김어준 장사가 되면 띄워줘.

김규항 만약 학생들이 총선연대보다 낙천·낙선자 명단을 먼저 공개했다면 “역시 젊은 친구들답다, 신선하다”는 평가가 있을 수 있었겠지. 그렇다면 이제 다른 신선한 아이디어를 찾아보자고. 내 생각엔 지금의 낙천·낙선운동 기준이 너무 포괄적이야. 이 의원이 얼마나 활발히 의정활동을 했느냐가 주요한 평가기준이 되는데, 난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보거든. 이 의원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느냐… 이를테면 국가보안법 관련표결을 할 때 국가보안법 존속에 찬성했으니까 뽑지 말아야 한다든지, 학생들답게 어떤 선명한 기준을 정해 집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정동희 청년진보당에서 대학생 후보가 나가거든요. 이른바 ‘교육후보’인데 무상교육 따위의 교육정책에 집중을 하거든요. 물론 호응은 있지만 현실성에 대해서 의심하는 거고.

김규항 좋은 얘긴데 선거용으로는 좀 추상적인 느낌이긴 해. 하여간 우리가 학생운동을 싸잡아 냉소할 게 아니라 우량한 부분은 분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건투를 빌고. 어준아, 오늘의 결론.

김어준 등록금인상하지 마라. (웃음)

김규항 어쨌거나 등록금을 인상하는 건 잘못이다.

김어준 꼭 ‘어쨌거나’를 넣어야 해. (웃음)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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