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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사유화' 중앙일보 기자들은 머슴인가… 국회의원들은 ‘숙제검사’ 받아라
 
"으, 이건 배신이야 배신…."

김어준씨는 ‘쾌도난담’이 실린 지난주 <한겨레21>을 보며 말을 잃었다. “완전히 옴진리교
교주처럼 나왔어. 이미지관리 해줘야 되는 거 아냐? 이건 배신이다 배신.” 김규항씨도 뭔가 맺힌
얼굴이었다. "넌 그래도 '객관적'으로 나왔다. 난 꼭 술 먹고 찍은 얼굴이야."

자신들의 얼굴사진에 당황스러워한 두 사람. 한참 투덜거리던 그들 가운데 김규항씨가 갑자기
'황당한 이야기'를 꺼냈다.
 
김어준이 성추행범으로 구속된다면…
김규항 : 김어준. 니가 말이야, 만약 성추행 혐의로 구속된다면 말이지….

김어준 : 헉… 무슨 발칙한 소리를 하십니까?

김규항 : 딴지일보 기자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을까? 언론탄압이라고…. 파출소장이 컵 깨면서 난동을
부렸다고 <딴지일보> 사이트에 대서특필하면서…. 그러지 않을까?

역시 이번에도 중앙일보 사태가 머리로 올랐다. '훼밀리마트에서 오뎅을 팔지 말라'고 지난주에
강력히 주장했건만, 여전히 오뎅을 팔고 있기 때문일까?

김어준 : 형… 제 가정이 파괴되는 걸 보고 싶으십니까?

김규항 : 중앙일보 사태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고 싶어서 꺼낸 이야기야. 먼저 단답형으로
물어볼게 대답해봐. 보광과 중앙일보가 어떤 관계지?

김어준 : 아무 관계가 없죠.

김규항 : 맞아. 보광하고 홍석현하고만 관계가 있지. 이건 홍석현 개인문제야. 언론탄압이다
아니다가 아니라 애당초 언론하곤 관계가 없는 문제라는 거야. 그럼에도 중앙일보가 거품을 문다는 건,
중앙일보가 완전히 사유화된 언론이라는 사실만 증명하는 거지.

김어준 : 동감해. 이건 정말 중앙일보 며칠 동안 보면서 생각한 건데… 중앙일보가 '찌라시'야? 지네
사장이 개인비리로 감옥간 거에 대해 불만있으면, 찌라시를 따로 뿌려 잘못없다고 주장하든지…
왜 공기인 신문을 지네들 얘기로 찌라시처럼 사유화해서 도배하냔 말야.

김규항 : 기자들이라면 자기 사장이 탈세혐의로 잡혀간 거에 대해 쪽팔려해야지. '사장님 힘내세요'
라니. 그런 건 머슴들이나 할 짓이지.

김어준 : 정부쪽도 그래. 한나라당과 공조할 마음은 전혀 없지만 이건 이야기해야겠어. 박지원이
중앙일보 사장실엔 왜 갔느냔 말야.

김규항 : 그 얘기 잘했다.

김어준 : 의도가 있었든 없었든, 정권 실세가 신문사를 찾아가는 것 자체가 영향력 행사지. 게다가
왜 컵을 깨냔 말이야.

김규항 : 컵 깨면 무섭잖아.
 
중앙일보는 양심세력
김어준 : 중앙일보 특별취재반이 이번에 비장하게 밝혀낸 핵심이 바로 "컵을 깼다"는 거 아냐.
게다가 그 컵이 크리스탈이었다는 거야. 크리스탈… 이거 비싸거든. 언론탄압이라고 봐야지. 일반
유리컵만 돼도 재고의 여지가 있는데 말야. 다음부터 정부부처 직원들은 언론사 방문시 플라스틱컵
소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봐. 그리고 언론사도 이제 유리컵 좀 쓰자고. 국산 좋은 거 많잖아. 하여간
컵 깨면 언론탄압이라는 거, 이게 이번 사태의 핵심교훈이라고 봐. (웃음)

김규항 : 박지원이 공보수석 땐 중앙일보 사장실에서 컵을 깼어. 그런데 지금 이 사람이 문화부
장관이 돼 가지고 우리나라 문화판의 컵을 깨고 있어. 요즘 하는 짓을 봐. 군사정권 때 검열기구였던
공연윤리위원회 부위원장 했던 사람을 영화진흥위원장에 앉혔단 말이야. 영화진흥위원회에 정지영
문성근씨 같은 개혁세력이 들어갔다가 반년도 채 안 돼 밀려났잖아. 옛날 박정희 때 박스컵이라고
축구대회 있었지. 이건 새로운 박스컵이야. 문화를 박살내는 박스컵! DJ가 문화대통령이라고 다들
기대가 컸는데 완전히 물먹은 거지. 내 생각엔 수구세력에 문화를 좀 주고 정치를 얻으려는 계산인데,
한마디로 문화나 문화인들을 졸로 보는 거지.

김어준 : 날카로운 지적인 걸. (웃음) 그래도 내년부터 처음으로 전체예산에서 차지하는 문화예산
비중이 1%가 넘는 건 의미있다. 박스컵의 치적이지 흐흐흐.

김규항 : 그런 식이면 1% 아니라 100% 해도 헛거지. 다시 중앙일보 얘기를 하면… 홍석현이 그랬다는
거 아냐. 2∼3년 뒤에 보자고. 정권은 2∼3년이지만 언론은 영원하다. 이 대사가 원래 조선일보 거라고.

김어준 : 그래도 중앙일보가 양심선언했잖아. 지난 대선 때 이회창 밀었다고. 지금까지 공정했다고
우기다가 편파적이었다고 얼떨결에 자기 입으로 고백해버린 거 아냐. 우리 사회의 양심세력이
탄생해버린 거지. 중앙일보 만세!

김규항 : 장기적으로 보면 선거 때 신문이 특정후보를 공개지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지.
선진국에서 다 그렇게 하고. 에이… 이제 중앙일보 얘기 끝. 말하다 보니 자꾸 화나려고 한다.

김어준 : '양심고백'이란 말이 나오니까 그 생각이 나네. 지난 10월6일에 녹색연합에서 ‘녹색연합의
생태적 고백’이라는 행사를 열었잖아요. 녹색연합 그 사건 알죠? 한국통신으로부터 생태계정보
공공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이라는 걸 발주받았대잖아. 그런데 그 과정에서 김태정 한국야생화
연구소장의 식물사진 4250컷을 인터넷에 무단으로 올린 거지. 그게 계기가 됐다고 하던데….

김규항 : 알고 있어. 시민 없는 시민운동, 조직의 비대화, 백화점식 운동, 재정구조의 불건전성…
아무튼 10가진가를 반성한다고 하대. 한마디로 ‘고백의 이벤트화’라 할 수 있는데. 이게 진실한
고백인지 이벤트의 효과를 노린 건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거고. 근데 난 녹색연합에서 나열한 문제들은
지엽적인 거라고 봐. 이쯤되면 시민운동의 정체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어. 지금 보면 잘나가는
시민운동단체는 기득권을 가진 엘리트 직업군들이 주도하고 있어. 의사, 변호사, 교수들…. 이런
사람들이 상층부에 있고, 실제 잡일은 간사들이 다하고 있어. 이 사람들 월급 얼마 받는지 알아?

김어준 : 60만원도 채 안 될걸.
 
시민운동이여 프로가 돼라
김규항 : 변호사가 우글거리는 메이저 시민단체 하나를 두고 말한다면…. 그 단체가 사법시험 정원
늘리는 거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표명하는 걸 난 본 기억이 없거든. 자기 업종의 문제도
공평무사하게 말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을 비판하고 개혁하겠느냐는 건지. 운동이라는 게 두 가지가
있어. 첫째는 근본적 시스템을 건드리는 개혁적인 거고, 둘째는 쬐금 더 낫게 개량하는 건데
인권운동사랑방 같은 데를 뺀다면 90년대 중반 이후 시민운동은 대개 후자에 속해. 아, 나는 90년대
시민운동의 성과를 무시하는 건 아냐.

김어준 : 마지막 멘트는 꼭 넣어야지 안 그럼 시민단체한테 큰일나겠다.(웃음)

김규항 : 개량적 운동의 특징이 뭐냐면… 운동주체가 자신들의 안락함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 교수, 의사, 변호사의 지위나 거기서 이어지는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면 좌파를 왜 못해?
폼나잖아. 옛날처럼 잡혀가고 가족들이 굶고 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지금의 시민운동 구도엔 어딘가
기만적인 데가 있다는 거야. 사실 소액주주운동도 그렇지. 한국사회에서 주식투자가 뭐겠어.
합법적인 노름이야. 베팅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시민단체서는 소액주주의 발언권
운운하는데, 솔직히 말해 주주들이 그런 데 무슨 관심이나 있나. 어쨌든 나는 90년대 중반 이후의
시민운동이 실제 성과나 의미에 비해 과도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 90년대 초반까지는
시민운동이 시스템을 건드리는 운동이었잖아. 그게 깡그리 무너지면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운동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셈이지.

김어준 : 난 녹색연합 사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건 첫째 시민운동의 조건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거예요. 우리나라엔 근대적 의미의 시민사회가 없잖아. 시민들의 참여가 저조하니까
돈도 없고… 또 하나는 시민단체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건데… 운동에서 프로가 아니라는 거지.

김규항 : 백수근성이니 아마추어리즘이니 하는 얘기가 지금도 나오는 건 아쉬운 일이지.

김어준 : 시민운동 하는 사람들도 비즈니스 근성이 있어야 해. 언제까지 구걸식으로 갈 거야. 과거
독재시대엔 워낙 그놈들이 워낙 큰 룰을 깼으니까, 맞서 싸우자면 작은 룰을 깨도 모두가 봐줬잖아.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야.

김규항 : 레닌은 은행강도도 했어. (웃음)

김어준 : 물론 이런 것도 있어요. 가령 참여연대에서 발행하는 잡지 <참여사회>에선 광고를 안 낸대.
그런 걸 받으면 순수성을 의심하는 시민들이 욕한다는 거야. 근데 웃기는 것이 시민들이 그렇게 욕만
하지, 자기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는 거야. 시민단체만 순결해지기를
바라거든.

김규항 : 회원들의 후원회비는 전체 예산의 30% 정도라 그래. 나머지는 수익사업이나 정부 프로젝트
받아서 때우고 하는 건데, 정부 프로젝트라는 게 언제나 당당한 건 아니거든. 조직 내 상층부에는
한국사회 기득권 직업군들이 행세하고… 빛도 없이 일하는 실제 활동가들은 절대 빈곤상태고…
이것도 일종의 착취구조지.
 
정형근 . 이사철… 정말 돌아버리겠네
김어준 : 동의해. 그런데 아까 형이 말한 것 중에 운동이 가볍게 간다는 거에 대해선 생각이 달라.
좀 가벼워도 좋다고 보거든. 이젠 목에 힘을 빼야 해. 가령 아직도 긴팔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만
매고 출근하게 하는 회사가 한둘인가? 창조력을 말살하는 획일주의는 일상의 작은 것에서부터
그 실체를 드러내거든. 시민단체에서 ‘색깔 있는 와이셔츠 입기 운동’ 같은 걸 한다고 해봐. 가볍고
작지만 그런 획일주의를 일상으로부터 깨어내는 운동의 의미가 충분히 있거든. 크고 장중한 운동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니라고 봐.

김규항 : 모든 운동이 시스템을 건드리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얘긴 아냐. 단지 시민운동이 이벤트화
프로젝트화 마케팅화하는 경향은 장점도 단점도 있는데 시민들이 엄정하게 감시할 필요가 있다는
거지. 운동의 성과나 의미가 유행에 따라 부풀려지지 않아야 하고.

김어준 : 그래도 국정감사장에서 시민단체 모니터요원들이 쫓겨나는 거 보니 열받대.

김규항 : 몸싸움까지 했다며?

김어준 : 국회의원 순위를 매긴다는 이유 때문이지. 요즘은 초등학생도 석차를 안 매기는데,
대표성도 없는 시민단체가 무슨 자격으로 그걸 하냐는 거야. 이게 말이 돼? 초등학생들은 칼같이
숙제를 해오잖아? 근데 지들은 숙제를 툭하면 안 해오거든. 그러니까 숙제검사 좀 하겠다는데.
왜 안 받겠다는 거야?

김규항 : 그 순위 매기는 걸 누가 반대하겠어?

김어준 : 국회의원들이 반대하잖아.

김규항 : 정확히 말해 꼴지할 국회의원들이 반대하는 거야. 1, 2등할 사람들은 절대 반대 안 해.
그런데 그 순위란 게 이미 대충 나와 있단 말야. 신문에도 많이 나왔고, 하여튼 우등생은 거의
정해져 있거든.

김어준 :'시민단체 대표성' 운운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게, 그럼 시민단체가 국민 전체를 대표하도록
국회의원처럼 선거로 뽑아야 대표성 인정하겠단 말인가? 그리고 1등할 사람이 3등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꼴찌할 인간이 1등 하겠어? 자기들 성적에 자신이 없으니까 핑계대는 거지.

김규항 :학부형이면 지 자식이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한 게 당연하지. 시민들은, 말하자면
학부형이지. 지들은 우리가 뽑아준 초등학생들이고.

김어준 : 학부형이라… 제법 적절한 표현이라 봐. (웃음)

김규항 : 국정감사를 보면서 또 하나 배알이 뒤틀리는 건 이사철 정형근 같은 공안 출신들이야. 이사철
봐. 증인으로 나온 재벌임원한테 하는 소리가 뭔지 알아. “당신네 그룹 우리 당에 정치자금
얼마 냈어?” 막 호통을 치는 게 완전히 운동권 빨갱이로 몰던 수사기법 그대로지.

김어준 : 야당 됐는데 돈 안 주니까 열받은 거 아냐? 그러니까 여당이 돈 다 끌어간다는 소리 아냐?

김규항 : 그런 자들이 오만방자하게 민주주의를 얘기하고, 심지어 외국의 인권대회까지 갔다왔다는
거 아냐. 정말 돌아버리겠어. 제대로 된 나라 같으면 콩밥이나 먹고 있을 인간들이 말야. 그런데
정치에 대한 내 입장을 좀더 밝히면… 이런 시각도 필요하다고 봐. 정치만 썩은 게 아니라는 거야.
언론은 정치보다 낫나? 지식인 사회는 정치보다 낫나? 절대 안 그래. 똑같아. 그런데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하냐면, 정치만 썩은 것처럼 부각되는 건 음모적인 데가 있다는 거지. 정치권의 활동방법은
대단히 직접적이잖아. 국회에서 질문하고 답변하고 실수하고 졸고 싸우고 하는 게 텔레비전에 다
나오거든. 그런데 언론사 기자들이 모략하는 게 텔레비전에 나오나? 지식인 나부랭이들도 안
나오잖아. 김어준이 실은 진보지식인이 아니라는 거 다들 모르잖아. (웃음) 실물정치쪽이 완전히
썩고 문제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언론권력이나 지식권력은 정치를 씹는 것만으로 반대급부를 얻고
또 그걸 노리는 거지. 실제로 정치권을 가장 냉소적으로 그리는 게 조선일보거든.
 
우리 환경운동에 철학은 없는가
김어준 :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하죠. 환경문제 어때? 월성 방사능 누출 사건 말이에요. 밖으로는
누출이 안 돼 천만다행이던데.

김규항 : 핵 얘기, 음….

김어준 : …….

김규항 : 난 먼저 그게 생각나. 연예인들 나오는 원자력 광고. 뭐라고 선전하는지 알아? 핵은 위험없다,
선진국에선 다 한다 이거거든. 정말 전 국민을 바보로 알지 않으면 이런 광고를 할 수가 없어.
위험성이 있다는 건 계속 입증되고 있는데 말야. 담배도 정부가 만들지만 '암의 위험성'이 있다는
문구를 넣잖아. 근데 왜 핵발전소에 대해선 아무런 위험이 없다고 우기는 거야. 핵발전이 장점도
있어요. 대단히 효율적이거든. 문제는 핵발전에 대한 논의를 공정하게 풀어나가야 한다는 거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김어준 : 나도 동의. 효율성 대비 위험성. 여기 설득될 사람들도 있거든. 근데 지금은 설득이 아니라
일방적 선전만 하고 있잖아. 국민들을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상징조작을 통한 '소몰이 대상'으로
보는 거지. 열받지.

김규항 : 한마디로 ‘발전 파시즘’이야. 피폭되더라도 준비는 해얄 거 아니야. 비닐봉지라도 쓰고
말이지. (웃음)

김어준 : 환경문제 나온 김에 동강에 대해서도 한마디 할게. 나 정말 주장하고픈 게 있어.

김규항 : 댐 건설 논란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

김어준 : 예전에 동강 관련해 인터넷에서 자료를 뒤지다 미국의 자연보호운동사 자료를 찾은 적이
있는데, 미국에서는 20세기 초 요세미티 해츠해치 계곡의 댐 건설을 둘러싸고 환경계의 두 거두가
미 전역을 휩쓴 환경논쟁을 벌였다는 거야.

김규항 : 역시 근본이 있는 친구야.

김어준 : 이게 뭐냐면… 한 사람은 자연을 파괴하면서까지 물을 쓰고, 전기를 생산해 인간의 욕구를
채우자는 것이므로 이것은 인간이기주의에 다름아니며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자연을 인간에게만
이롭게 배타적으로 소모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거야. 자연 자체가 보존의 가치가 있다는 거지. 그
반대입장에 선 사람은 공리주의하고 맞닿는 데 최대다수의 최대선을 위해 자연을 이용하자는 주의지.
인간의 요구가 우선인데, 소수를 위해 단기적 이용은, 예를 들면 특정 기업이윤을 위해선 안 되지만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 방향에서 자연을 철저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거야. 동강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왜 우리에겐 이런 기본적인 논쟁이 없냐는 거야. 동강 문제를 바라볼 때 기준점이 없잖아.

김규항 : 굉장히 좋은 이야기다.

김어준 : 기본이 안 돼 있다는 거지. 자연보호라는 게 휴지줍는 게 아니잖아. 그 수준에서 환경운동이
이뤄지면 동강 같은 문제는 해결이 안 돼. 자연을 보호해야 하니까 동강을 개발하지 말자? 이래선
해결을 못 보는 거라고. 이렇게 되면 설사 이번에 한쪽으로 결판이 나더라도 제2의 제3의 동강이
나오게 돼 있거든.

김규항 : 환경운동의 철학이나 이념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난 우리나라 환경운동이 지나치게
탈정치적이라고 봐. 환경운동은 일상에서 출발하지만 사회의 시스템과 관련된 가장 근본적
운동이거든. 가장 정치적일 필요가 있는 거지. 환경파괴는 자본주의의 본성이야. 자본주의의
이윤추구엔 분별력이 없으니까. 생태운동하는 김종철, 윤구병 선생은 정치운동과 거리를 둔 듯
보이지만 그게 아니거든. 반극우파시스트 입장이 분명하거든.
 
"내일부터 샴푸로 안 감을래"
김어준 : 하여간 동강 문제가 정책 대 정서 또는 여론의 대결로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
여론이 시끄러우면 정책이 사그러드는 식으로 말이야. 정책 대 정책의 대결로 가야 하는 거지.

김규항 : 그걸 환경단체에서 국민들한테 정리해 줘야 하는데…. 모든 국민은 자기가 사는 땅에 대해
나름의 정치적 입장을 가져야 해. 생활폐수 안 버리고 샴푸 안 쓰는 수준에서 환경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 . 이런 말 하려면 나도 샴푸 안 써야 하는데… 나 내일부터 샴푸 안 쓴다. 넌 그런데 머리
안 감으니까 상관없겠다. (웃음)

김어준 : 난 머리가 커서 샴푸값 많이 나올까봐 비누밖에 안 써.

김규항 : 이제 그만 끝낼까? 한번 정리해보자.

김어준 : 좋아요, 오늘의 결론. 첫째 청와대 공보 관계자는 플라스틱 컵을 항시 소지할 것이며,
언론사는 크리스털 컵을 일반 유리컵으로 전면교체하라! 둘째 국정감사장의 국회의원 학생들은
학부형들의 숙제검사에 즉각 임하라!

김규항 : 셋째는 "샴푸로 머리 감지 말자"고 하려고 그랬지?

김어준 : 맞아요. 오늘 숙제 끝!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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