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또 말하면 다쳐!"
여성단체에도 아쉬웠던 ‘군 가산점 폐지운동’… 영화 <세기말>은 대한뉴스?

(사진/"군 가산점 폐지는 마땅하다. 하지만 군대 다녀온 남자들은 2∼3년 세월을 어떤 식으로 보상받고, 또 그걸 정당하게 인정받는 사회분위기를 원한다")

“저… 방금… 화장실에서… 토했어요.”

예정된 게스트는 오지 못했다. 낮게 갈라진 음성으로 그는 수화기 저편에서 말했다. “제가요… 웬만하면 실수를 안 하는데요. 오늘은 도저히… 도저히…. 죄송합니다.” 첫 번째 게스트가 무책임하게 펑크를 낸 뒤(뒤에 자세한 설명이 있음), 두 번째로 섭외된 인기절정의 영화배우는 전날밤의 과음을 탓하고 있었다. 1999년 12월31일 오후 3시. 정말 대책없는 세기말. 약속장소인 카페 창문 밖으로는 20세기의 마지막 태양이 기울고 있었다.

“군 가산점 폐지는 당연한 일”

김규항 요즘 뭐가 시끄럽냐?

김어준 형, 통신망이 들끓고 있어.

김규항 뭣 때문에?

김어준 공무원들 시험 볼 때 남자들에게 주던 군 가산점 폐지된 거 알아요?

김규항 듣긴 했는데, 얘기해봐.

김어준 공무원 시험 칠 때 군대 갔다온 남자들에게 3∼5점씩 가산점을 줬단 말이에요. 총점의 3∼5%. 근데 공무원 시험이라는 게 보통 1점 이하에서 당락이 결정된단 말이야. 엄청난 거지. 그래서 내가 알기론 이대생 5명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 소송을 낸 거라. 그래서 위헌판결이 난 거고, 군가산점은 없어진 거지. 이 판결에 군대 갔다온 남자들 중 일부가 돌아버린거야.

김규항 그래서?

김어준 남자들이 “여자 생리휴가도 없애버려라, 여자들도 군대가라!”고 나오는 거야. 누구는 군대를 가고 싶어서 갔냐, “5% 가산점 줄 테니까 군대갈래 아니면 군대 안 가고 5% 포기할래” 선택하라면 5% 포기한다는 거야. 감정적 차원에서 남녀 성대결이 되어가고 있는데, 내 생각을 말하자면 공무원시험에서 군가산점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보상 방식에 문제가 있는 건 분명하단 말이지.

김규항 민간회사도 그런 게 있나?

김어준 호봉 차이만 나지. 근데 난 여성단체에도 불만이 하나 있어. 여성단체가 이 사안을 승리했다는 차원에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봐.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더라도 대안제시를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김규항 무슨 대안제시?

김어준 군대 다녀온 남자들은 2∼3년 세월을 어떤 식으로든 보상받고, 또 그걸 정당하게 인정받는 사회분위기를 원한다는 거지. 군가산점 5% 자체에 목매는 것이 아니란 말이야. 여성단체가 그 마음을 읽어줘야 한다고. 그러니까, 군가산점은 폐지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해야한다는 말이야. 그걸 못하면, 앞으로 남자들이 박탈감을 느낄 법안개정이 더욱 많아질텐데, 더욱 많아져야 하고… 남녀의 감정적 대결구도는 더욱 골이 깊어지겠지.

김규항 어쨌든 군 가산점은 폐지하는 게 맞겠는데. 가산점을 5%나 준다면 공정한 경쟁이 아니지. 이 당연한 걸 가지고 왜 싸우고 난리야.

김어준 난 남자들이 치졸하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해. “3년을 ‘뺑이’쳤는데 5점도 못 주냐, 남자들이 썩는 동안 여자들은 2∼3년 더 응시할 기회가 있지 않았느냐”고 주장하는데,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돼.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거지.

김규항 그게 형평의 원칙과 무슨 관계가 있지.

김어준 그렇게 주장한다 이거지.

김규항 말도 안 되지. 그러면 못 사는 집 애들이 “우리 아버지 돈 없어서 과외 못했으니까 억울하다. 가산점 줘라” 이런 얘기랑 똑같은 거지.

김어준 군대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다만, 군가산점과 같은 방식으로 여성들의 기회와 권리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문제인데, 지금 남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냐면 여성단체가 군에 갔다 온 데 대한 보상 자체가 필요없다고 한다… 우씨 열 받는다… 이런 형국이거든. 이건 남자들이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안 보고 오버하는 것도 있지만 여성단체의 정치력 부재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어요. 남자들을 달래야지. 호주제하곤 다르다니까.

김규항 사실 군대라는 것도 우리나라에선 있는 놈 자식들은 안 가는 데로 굳어져 있잖아. 취직하려는 보통 여성들과 돈없고 백없어 군대에 갔다온 보통 남자들이 왜 적이 되어야 하지? 국가를 상대로 둘이 뭉쳐도 시원찮을 판에 말야.

진짜 사회지도층은 ‘화장실 청소’ 아줌마

김어준 난 우리 사회에서는 군대 갔다온 남자들을 사회적 약자로 봐줘야 한다고 보는데, 서구 사회에선 군인이 귀족이었잖아. 얘네들은 전쟁이 나도 앞장서 나가 싸우다 죽거든. 죽는 비율로 봐도 장교가 더 죽어. 영국 같은 데서 귀족이 유지되는 비결엔 그런 점도 있는 거지. 그런 권위를 평민들이 인정해 주는 거야.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반대잖아. 힘없는 놈들만 가고. 그렇게 보자면 여성단체와 군대 다녀온 사람들이 연대할 수도 있겠지, 여성들의 이익에 배치되고 별 소용도 닿지 않는 5% 가산점 폐지하고, 제대로 된 사회적 보상제도를 마련하라!!….

김규항 정말 바보같은 일이야.

김어준 군대를 안 갔다와서 그래. (웃음)

김규항 그런 이상한 제도 누가 만들었지? 군부정권이 만들었나?

김어준 국가유공자도 혜택을 줘선 안 된다는 말도 나오지. 자신들은 집단유공자라 이거지.

김규항 그건 차원이 다른 문제지. 국민들이 충분히 합의해서 인정해줄 수 있는 문제지.김어준 맞아. 갈등대상도 없고.

김규항 다른 얘기하자. 옷로비 수사 결과가 오늘 발표났더라.

김어준 이형자의 자작극으로? 난 옷로비 사건은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해.

김규항 어준이가 1년 내내 주장하는 얘기지.

김어준 이렇게까지 큰 사건이 아니라니까. 도저히… 아무리 봐도. 그런데 1년 내내 옷로비, 옷로비…. 도대체 뭐야. 옷을 19일날 보냈네, 25일날 보냈네…. 결국 로비하려다 실패한 거 아냐. 그 사이에 아줌마들이 각자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거짓말을 했고… 그걸 가지고 나라가 무너질 것처럼 난리를 치고….

김규항 근데 그런 시각이 있잖아. 나라가 어려운데 사회지도층 인사의 부인이 그런 짓을 할 수 있느냐. 그런 이야기 많이 하잖아. 우리가 21세기에도 사회지도층이라는 말 사용해야 할까? 외국에서도 그런 말 쓰나?

김어준 오피니언 리더 정도는 있겠지. 그걸 토착화한 게 아닐까?

김규항 사회지도층이란 건 말이야. 빌딩 경비원 아저씨들, 그 분들이야. 여러 가지를 막 지도하시지.(웃음) 또 큰 빌딩 화장실 가면 청소하는 아줌마들 있잖아. 일 보고 있는 도중에 가랭이 사이로 막 걸레질하면서 “한 쪽 다리 들어라” 뭐 이렇게 그 어려운 걸 하라고 지도하시는 분들. 또 그럼 우리는 그 분들의 지도를 잘 따라요. 이런 분들이 사회 지도층이지.(웃음)

김규항 사회생활 지도하니까 그분들이 사회지도층 맞네. 그런데 난 화장실에서 그런 경험 없다.

김어준 정말 없어요? 형은 조폭처럼 생겨서 그런가 보다.

김규항 너한테만 그러나 보지. 좌우간 사회지도층이라 자칭하는 인간들은 사회하고 별 상관이 없잖아. 차도 거의 전용선을 이용하고, 버스 지하철도 안 타고. 사회생활을 거의 안 하잖아. 그러면서 뭘 지도해.

김어준 지도할 만한 내용도 없어.

김규항 그런데 말야. 옷로비 아줌마들이 거짓말 많이 했잖아. 그 사람들 거짓말이 특별한 수준인가?

김어준 그렇지도 않지 뭐.

김규항 그 아줌마들을 마녀처럼 몰아붙였는데… 그러니까 합리적인 재생산이 안 되는 것 같아. 그 아줌마들에게 “어떻게 그렇게 거짓말을 할 수 있냐”고 정색을 하고 비난하는데 나는 그게 영 거북하다는 거야. 누구라도 그 입장에선 자기 알리바이를 유리하게 만들려고 하게 마련인데 문제를 도덕 차원에서 감정적으로 만들면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겨도 흥분만 하다 말게 되지 않겠어.

YS, 최신판 개그집 내다

김어준 옷로비는 코미디야. 그것도 실패한 코미디. 옷을 1주일 보관했네, 2주일 보관했네… 이걸 가지고 특검을 하는 거 아냐. 파헤칠 순 있다고쳐요. 그걸 파헤치는 과정 자체 하나하나를 전국민에게 1면으로 생중계해야 할 하등의 이유없는 사건이었다고. 그냥 결과 알려주면 되는 거지. 까놓고 말해서 DJ이기 때문에 당했지 뭐. DJ 비토세력에게.

김규항 바로 그거야.

김어준 옷로비 2000년엔 안 나왔으면 좋겠어. 짜증나 죽겠어.

김규항 그렇게 따지면 클린턴의 르윈스키 스캔들도 그런 거잖아. 미국 같은 나라도 난리를 치는데.

김어준 근데 또 짜증나는 이야기다. YS가 회고록 냈대.

김규항 <조선일보>에 대문짝만하게 나왔더라.

김어준 완전히 개그집이야. 박정희가 울어서 몰아붙이려다가 참았던 적도 있대, 푸하하. (웃음)

김규항 그런데 자신의 문제에 대한 자성 같은 게 있던가?

김어준 없지. 6·29선언도 자기 말을 그대로 한 거고, 합당도 자기가 제안했고, 다 자기가 했대.

김규항 전·노는 눈치라도 봤는데, 이 근거없는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지.

김어준 딴지특종 아냐, YS는 국내 최저 아이큐 보유자였다! (웃음)

김규항 하여간 YS라는 사람은 정말 특이한 인생관과 사고방식을 소유했어 더이상 욕하기도 뭣하다.

김어준 난 사실 YS는 개인은 별로 밉지 않아.

김규항 나도.

김어준 그 멍청한 사람의 정치적 영향력을 지속시키게 만드는 그 주변의 인간들. 그게 미운 거야. 이런 걸 크게 보도하고 무게를 실어주고… 하여간 맘에 안 들어. 혼자 떠들라고 하란 말야. 왜 최규하가 한 말은 크게 안 실어주는 거야.

김규항 최규하는 말 안 하잖아. (웃음)

김어준 YS가 젤 좋아하는 게 그거라며. 언론에 자기 이야기 나는 거.

김규항 신문에 자기 얼굴 나면 X되는 사람들도 있다. 시민단체들이 특정 후보를 찍어서 낙선운동하겠다는 거 아냐. 올 총선에서.

김어준 불법이라고 방방 뜨겠지?

김규항 나는 그렇게 생각해. 공정한 경쟁을 전제로 해서 훌륭한 후보가 뽑혀야 하는 건데. 합리적이고 진보적 후보라 하더라도 선거시스템을 무시한 방법에 의해서 뽑히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 않은가…. 반대로, 바람직한 후보를 적극적

으로 지지하고 나서는 건 문제가 없지만, 한 후보를 낙선시키자는 건 좀….

"낙선운동은 최소한의 서비스"

김어준 공평해야 한다는 원론은 맞는데… 국민들이 후보들을 꿰뚫어 알기가 힘들잖아. 보통의 정치인들에 대해선 판단하기가 힘들다고. DJ나 YS 정도라면 모를까. 국민이 좀더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해주겠다는 건 좋잖아. 그런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는 거지. 물론 위험성은 있겠지. 시민단체가 또 하나의 정치권력이 되는 거잖아. 얼마나 검증된 시민단체가 그걸 하고, 힘을 얼마나 발휘할지 모르겠지만.

김규항 난 비정상적 방법으로 특정 후보를 찍어 전력 파헤치는 그런 건 자꾸 부정적 느낌이 드는데….

김어준 난 ‘서비스’라고 생각해. “저놈은 정말 나쁜 놈이네” 하는 걸 시민단체가 한번 검증해서 걸러주는 거지.

김규항 그 정도는 후보 상대자들끼리도 할 수 있잖아.

김어준 그건 흑색선전이라 생각하니까 안 믿잖아. 하지만 시민단체 같은 제3자가 하면 공신력이 붙겠지.

김규항 시민단체의 정보부족으로 더 웃기는 후보가 뽑힐 수도 있잖아. 그런 경우는 어떡해.

김어준 그건 어쩔 수 없는데, 그래도 아무것도 모르면서 출신학교나 사람인상 또는 악수 한번 했던 기억으로 뽑는 것보다야 훨씬 낫다고 보는 거지.

김규항 좀 능률적이고 효율적으로 가겠다는 건데…. 민주주의는 좀 느린 거거든. 좀 느리게 가더라도 상호합의에 의해서 공평하게 가야 하지 않느냐…. 나는 오히려 돈 많이 쓰는 선거풍토부터 척결할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김어준 둘 다 필요하지. 어쨌든 난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사실 난 대선 외에 별로 투표해 본 적이 없어. 한 번 했던가.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는데 누굴 찍어….

김규항 대개 당 위주로 찍잖아.

김어준 난 그렇게 안 했거든. 나쁜 후보들을 골라준다면 좀 참고가 될 거야. 내 지역구에 빨갱이 사냥하거나 물고문한 사람들이 나올 수도 있잖아. 얼마나 큰 영향력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도움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거야.

사실 이번주 주제는 ‘세기말’이었다. <넘버.3> 송능한 감독의 최근영화 <세기말>을 관람한 뒤, 영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세기말적 현상’을 이야기하자는 거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송 감독은 일방적으로 약속을 어겼고, 두 번째 게스트마저 ‘피치 못할 사정’을 읍소해왔다. 세기말적 펑크의 연속. 김규항·김어준은 이왕 영화 본 김에 짚고 넘어가자고 의기투합했다. 새 천년을 딱 7시간 앞둔 현실의 세기말에서, 영화 <세기말>을….

김규항 솔직히 이 영화 끝까지 보느라 고통스러웠어.

김어준 영화를 중간쯤 봤더니 이런 생각이 들대. 이건 대한뉴스다.

김규항 대한뉴스라.

김어준 겉으로는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격정을 토로하고 그러잖아. 먹물들의 세계와 천민자본주의를 씹고. 근데 요즘 그 정도의 비판이야 학생 수준의 원론적인 사회비판인데, 그렇다면 20년전 대한뉴스에서 코맹맹이 소리로 “질서를 안 지키는 시민은 나쁜 시민입니다” 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 이거지

신파와 멜로의 차이

(사진/어른들한테 읽어주는 도덕책? 세기말에 본 영화 <세기말>의 한 장면)

김규항 넌 날카롭다고 했는데 날카롭지도 않아. 원론도 없어. 난 이 영화에서 형식적으로 볼 때 가장 거북했던 건 관객이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문제를 굳이 대사에서 설명하는 거였어. 관객이 이미 “나쁜 놈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나쁘다”고 얘기하면 짜증나거든. 옛날에 배창호씨가 신파와 멜로의 차이를 얘기한 적이 있는데… 신파, 그러니까 싸구려 멜로는 관객이 울기 전에 영화에서 먼저 울어버리는 거야. 그럼 관객은 울기 싫어. (웃음) 멜로는 관객을 울게 만들어놓고 깔끔하게 떠난다고. 로버트 알트먼의 <플레이어>를 보면 <세기말>과 풍경이 비슷한데… 여염집 아줌마가 애 보면서 폰 섹스 아르바이트하고… 하지만 그 영화에선 타락한 세상이 어떻고 그런 대사는 안 나오지.

김어준 송 감독 안 나왔다고 악감정 품은 건 아니지?

김규항 글쎄. 난 안 나오니까 말하기가 더 불편한데.

김어준 계속해봐.

김규항 영화에서 말하는 “썩었다”는 모델들도 너무 진부해. 몸을 팔아서 고시생 오빠에게 돈을 대주는 여대생. 그리고 병상의 아빠. 완전히 ‘키치’를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면 어떻게 그런 설정을 했는지…. 실제 그런 가난한 여대생이 몸뚱이 하나밖에 없어 몸을 판다면 그건 썩은 게 아냐. 먹고살 만한데 좀더 즐기기 위해 몸을 판다면 썩었다고 할 수 있겠지. 생존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게 어떻게 썩은 거야.

김어준 어른들한테 읽어주는 도덕책이라니깐….

김규항 천민자본주의 속의 타락이라는 게 그 사람 인간성이 날 때부터 나빠서라기보다는 분명히 그런 타락의 근본 베이스가 있는 거고… 그 상황에서 그런 식의 인간이 더욱 양산되는 거란 말야. 나는 시스템의 문제가 전부라고 주장하고 싶지도 않고, 썩은 인간들을 싹 쓸어버린다고 해서 세상이 깨끗해진다는 생각도 순진하다고 보는데… 이 영화를 보면 감정적인 지도선이 약간 후자쪽이야. 감독의 감정이 너무 드러나 있다고 할까.

김어준 나는 이 영화가 조그마한 독립영화였다면… 그리고 그 내용이 좀더 직접적이었으다면 좋지 않았을까 해. ‘20자평 이야기’를 하더라도 <씨네21>과 특정 평론가 이름 팍팍 찍어서 말하고 그러면 훨씬 재미있었을 거야. 근데 그냥 적당히 타고 넘어갔단 말이야. 무서웠나. 하여튼 어설프다는 생각을 했어.

김규항 난 송 감독의 전작인 <넘버.3>를 보면서 확증을 할 수 없었지만 가능성을 봤는데… 코미디가 부각되긴 했지만 분명한 지성이 담겨 있었고 그게 데뷔작이라는 상황 때문에 자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지성의 씨앗은 새로운 통찰을 보여줄 수도 있고 섣부른 계몽으로 갈 수도 있는데, 이 영화에선 좀 잘못 갔어. 감독 나름대로는 세상에 대해서 결정적 발언을 하겠다는 생각인데 그게 너무 강박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지사적 신문 독자의 독자투고처럼 지당한 말씀만 하고 있단 말야. 말하자면 영화가 보여주는 통찰의 수준이 관객 일반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거지. 진지한 감독인데 참 아쉬운 일이야.

김어준 하여간 씁쓸했어.

김규항 어준아, 오늘의 결론.

김어준 글쎄… 간단하게 끝냅시다. 21세기엔 옷로비 보도하지 마! 진짜로 보도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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