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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기자들에게 정말 섭섭… 동티모르가 ‘제2의 노근리’ 안 되도록 하자
 
"니 입장은 뭐야?"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대뜸 김규항씨가 물었다. "동티모르 파병에 대해 국민들이 헷갈려하거든…
너 말 좀 해봐." 공격적인 질문에 비해 대답은 썰렁했다.

김어준 : "뭐… 있겠지."

김규항 : "이왕이면 나랑 반대쪽으로 말해봐라." (모두 웃음)

애초부터 ‘예의를 갖춘 대담’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만큼 두 사람 사이는 친밀하다. 그런데
이채로운 것은 서로가 낯을 익힌 지 두달도 채 안 됐다는 것이다. 민가협의 '하루감옥체험'에서
'감옥동기'로 처음 만났던 '양김'은 <한겨레21>의 대담 제안에 단박에 서로를 추천했다.
'통하기' 때문일까? 그러나 자기주장만은 굽힘이 없다.
 
조선일보, 좌파가 되다
김어준 : "지금 대결구도가 잘못됐어요. '인권 대 교포의 안전' 비스무리하게 돼 있잖아.
이걸로만 좁혀서 보는 건 말이 안 돼."

김규항 :  "아주 날카로운 지적이야." (웃음)

김어준 : "흐… 비웃지 마요. 딴지 시각은 이건 조선일보가 갑자기 좌파된 사건으로 봐. 사상적,
역사적 관점에서 보자면 말이야. 다른 나라 전쟁 일어났을 때 국가 차원에서 군대를 보내면서 오로지
인권만 고려한 적이 있나? 이건 기본적으로 제국주의나 팽창주의 맥락하고 닿는 것 아닌가?
좌파라면 반대해야 하는 거거든. 왜 르완다나 쿠르드족한텐 파병 안 했냐고 대들면서 말이야.
아마 프랑스 좌파 같았으면 그랬을걸. 물론 전투부대 파병으로 동티모르에서의 학살을 조금은
막을 수 있겠지. 하지만 그건 결과론이고….
코소보, 르완다나 쿠르드족을 생각해봐 문제의 본질은 국가이익 아닌가? 동남아에서의 교두보를
확보한다든가, 국제사회의 발언권이 높아진다든가 하는…. 그렇다면 만주벌판을 달리는
몽골전사이신 '극우 조선일보'는 열렬히 쌍수를 들고 찬성해야 하는데….
하여간 웃기는 짬뽕은 '조선일보가 좌파가 됐다'는 거야.”

김규항 : "뭔 얘긴지는 알겠는데, 그래서 너 입장은 뭐야."

김어준 : "인권유린을 타국 군대가 국가적 차원에서 총들고 들어가 막았던 전례가 있나? 물론  
인권유린을 국제사회가 막아야 한다는 데에는 당연히 이견이 없어. 그런데 국가차원의 파병이
갖는 위험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있었나? 그런 논의없이 파병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반대'지.
그런데 지금 뭐 반대해봤자 소용없잖아. 파병은 이미 기정사실화 됐으니까. 이제 중요한 건
다국적군의 점령이 신탁통치로 이어지지 않도록 감시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사실 사전에 이런
논의가 있어야 마땅했지. 특히 좌파는 앞으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져야 한다고 봐."

김규항 : "동티모르가 독립하기로 결정이 났잖아. 이제 단독국가 수립이 남았는데, 그걸 반대하는
세력이 '민병대'라는 이름으로 깽판을 부린단 말이야. 일방적인 학살이 이뤄지고, 인도네시아에선
이걸 사주.방조하고. 그렇다면 학살을 막는 방법은 뭔가? 동티모르 인민의 힘으로 불가능하다면
파병이라도 할 수밖에. 어찌됐든 학살만은 막아야 하니까. 이건 분쟁이나 전쟁이 아니라 학살이야.
베트남전 파병하고는 상황이 다르다고. 양대 국가의 전쟁에서 한쪽 편을 들어 참전하는 건
아니잖아. 야당에선 ‘교포의 안전’을 들어 반대한다는데, 그건 부차적으로 대책 세울 문제지."

김어준 : "근데 그건 교포쪽에서 보면 말이 안 되지. 자국민의 안전이 일순간에 위협당할 수 있는데."

김규항 : "그게 바로 이기주의야."

김어준 : "하지만 그건 당연한 이기주의지. 그 사람들이 모아놓은 평생 재산과 기반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데. LA폭동 꼴이 날지 어떻게 알아."

김규항 : "그럼 좀 애매하겠지."
 
동티모르여 '자강하시라'
김어준 : "미군은 자국민 한명 구하려고 별짓을 다 하잖아.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봐."

김규항 : "그건 비교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야. 동티모르에서는 수만명이 학살당했고, 또 앞으로도
그런 위험에 있고. 아무리 교포가 아닌 이민족이더라도 근대적 이성을 가진 나라라면 외면해선
안 되지. 그리고 파병규모가 300명 수준밖에 안 되잖아. ‘교포의 안전’ 문제는 정부의 외교적
능력에 달린 거고…."

김어준 : "하여간 파병에 대한 논의 자체가 너무 불성실하게 이뤄졌어. 어쨌든 파병이야 결정된
사항이니까 그렇다 치고, 이제 동티모르에서 중요한 건 다른 문제야. 홍세화 선생이 신문칼럼에서
지적한 대로 ‘자강하시라’라는 말이 그 해답이 될거야. 스스로 제 힘을 키워야 한다는 거지.
오스트레일리아군이 꽤 오랫동안 주둔할 테고, 그 영향력이 얼마간 갈 거 아냐? 연합국 우두머리
미국이 결국 한반도에 주둔하며 지금껏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치듯, 동티모르 연합평화유지군
주축인 오스트레일리아가 앞으로 오랜 세월 동티모르를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지배'할 것이고.
그렇다면 인도네시아 부역자가 있었듯이 오스트레일리아 부역자도 생길 테고…. 동티모르인들이
완전히 '자강'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계속돼."

김규항 : "그건 그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 네가 무슨 동티모르 국방부 장관이냐? (웃음)
그건 그렇고 지진난 대만에도 특전사 파병했나?"

김어준 : "119 구조대가 갔죠."

김규항 : "거기에 대해서도 말이 많거든. 평소엔 대만에 관심도 없던 언론이 갑자기 호들갑을 떠니까
꼴 사납다는 거지."

김어준 : "그래서 형 입장은 뭐요?"

김규항 : "난 비판만 하는 건 구경꾼의 자세라고 봐. 오래간만에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보람있고
넉넉한 선행을 한 거 아닌가? 선의로 해석했으면 해."

김어준 : "그런데 이런 것도 있어요. 국제적 재난구호 때는 사건발생 12시간 만에 현장에 도착해서
구호활동을 펼치는 게 불문율이래. 그래야 효과가 있다는 거지."

김규항 : "불문율? 니가 말하니까 믿기지는 않지만(웃음) 그래도 터키지진 때보다 일찍 갔으니
발전한 셈이지. 다음엔 더 빨리 갈거야. 좋게 봐주자고."

김어준 : "동의합니다. 좋게 봐줍시다. 그런데 중앙일보도 좋게 봐줄까요?"

김규항 : "아, 홍석현 사장 구속?"

김어준 : "딴지 기자들은 이 사건을 이렇게 봐요. 이건 '패밀리마트에서 오뎅을 팔므로 해서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한 것에 대한 응징'이라고. 소규모 포장마차 업자들의 탄원에 의한."

김규항 : “뭔 소리야?”

김어준 : "24시간 편의점 ‘패밀리마트’가 보광 거잖아요. 홍석현 사장은 보광 대주주이고. 어쨌든
오뎅 팔지 말라 말이야, 세금 제대로 내고!"

김규항 : "이 멘트는 <한겨레21> 버전이 아닌데, <딴지일보> 버전인데…. 근데 오뎅을
패밀리마트에서만 파나? 다른 편의점에서도 파는데… 그리고 정확히 말해 '오뎅'이 아니라
'어묵'이야." (웃음)
 
김어준의 "연예가 중계"
김어준 : "현 정부에 대한 반대기사는 중앙일보보다 조선일보가 더 심했는데…."

김규항 : "탈세혐의가 다른 언론기업도 비슷하다면 반항할 수 있겠지. '내가 잘했다'가 아니라
'나만 잘못했냐' '나만 탈세했냐' '우리 사주만 탈세했냐'는 식으로. 결국 이걸 확대하면 '언론탄압'
이라는 거겠지.

김어준 : "만약 중앙일보가 '우리만 했냐'고 하면 '니네가 좀더 많이 했나보지…',
어떻게 아냐고 하면 ‘니넨 딴데가 니네보다 적게 했는지 어떻게 알아’ 하고 되물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김규항 : "탈세를 했는지 안 했는지, 얼마나 했는지 따위는 공정한 수사를 통해서 밝혀질 문제야.
수사 자체가 정치쟁점이 되는 건 옳지 않아. 도대체 언론사주의 탈세혐의를 수사하는 게 뭐가
문제가 돼? 그런데 노조까지 ‘언론탄압’이라면서 난리친다며."

김어준 : "노조에서도?"

김규항 : "정말 섭섭한 일이야. '공정수사'만 주장하면 될 텐데…. 탈세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어쨌든 언론개혁에 도움이 되는 문제가 분명한데 어떻게 노조까지…."

김어준 : "노조에서 그런다는 건 나도 실망이다."

김규항 : "딴 얘기 하자."

김어준 : "잠깐 '연예가 중계' 하나 할게. 선배도 추석연휴 때 SBS의 '김희선 특집' 봤어요?
시청자를 완전히 바보로 아는 것 같아. 이미지 상품인 연예인을 팔아먹는 스타시스템이야
인정한다고. 방송도 장사잖아. 그런데 그것도 정도와 경우가 있는 거지. 장장 90분간 그 사람이
화장하는 법 따위를 온가족들 다 모인 추석연휴 황금시간에 틀어대고 말이야. 공공재산인 공중파를
그렇게 낭비해도 되는 거야? 상품광고에도 정도가 있다고. 이건 공정거래법 위반이야!"

김규항 : "스타시스템도 무조건 탓할 수 없지. 단지 정도 문제야. 좀 심했지."

김어준 : "또 하나 열받는 게 왜 방송은 추석 때마다 성룡영화를 그토록 재방삼방 하는지 모르겠어.
그거 PD들이 골라냈을 텐데, 그 사람들한테 묻고 싶어요. '니넨 그게 재밌디?' 니들이 재미없으면
우리도 재미없어!"

김규항 : "너무 열받지마. 좀 식혀라. 근데 계속 열받는 얘기뿐이다. 혹시 노근리 학살이라고
들어봤나?"

김어준 : "난 그거 보면서 <한겨레21>에 나온 베트남의 한국군 양민학살 생각을 했어요. 사실 우리도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죠. 그러면서 또 하나 드는 생각이 동티모르야.
동티모르에 들어간 다국적군도 비슷한 일을 저지를 수 있죠. 민병대와 싸우다가 무고한 양민에
대한 공격도 충분히 있을 수 있어."

김규항 : "공수부대가 갔으니까 더더욱."
 
아, 한가위에 열받았다!
김어준 : "미국이 한국전쟁 때 한국사람들을 하류인간으로 봤잖아요. 혹시 동티모르에 간 한국군도
마찬가지일지 몰라. 그곳 사람들은 한두명 죽여도 되는 열등인종이라고 말이야. 그럼 안 되겠죠?"

김규항 : "교육을 잘 시켜야지."

김어준 : "그런데 정말 중요한 문제는 우리 군인들의 전투에서 그런 일이 생겼을 때 우리 언론이
먼저 보도해야 한다는 거야. 미군이 ‘노근리 학살 진상’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에 대해
비난하려면 우리에게도 보편적 도덕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해."

김규항 : "어쨌든 노근리를 얘기하려면 베트남을 이야기해야겠지. 베트남의 한국군 양민학살에
대해선 대다수 언론이 침묵하고 있잖아. 베트남전 군인들의 고엽제 문제를 공정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양민학살을 확실하게 밝혀야지."

김어준 : "사실 일본을 욕할 수 없어요. 우리도 똑같으니까. 거짓말하는 것만이 역사왜곡은 아니죠.
엄연한 사실을 다루지 않는 것도 역사왜곡이야."

김규항 : "흥분하지 말라니깐.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얘기하고 마치자. 백지연씨 전 남편 구인장
발부했다고 너 또 흥분할 거지?"

김어준 : "근데 왜 전 남편은 증인출석을 거부하는 거죠?"

김규항 : "연루되기 싫은 거지. 이미 이혼한 상태고."

김어준 : "저는 백지연씨가 제2의 ㅇ양이라고 생각해요. 남이야 사생아를 낳건, 애를 열명 낳건,
그 열명의 아버지가 다 다르건 무슨 상관이야."

김규항 : "이걸 처음 제기한 미주통일신문 발행인 배부전씨는 자기가 옳다고 완강히 주장하고 있지."
 
남이야 사생아를 낳건 말건…
김어준 : "미주통일신문… 이 문제 터지기 전에 그 사이트에 들어가 본 적 있어요. 근데 완전히
<한국논단>이야. 극우적이고 쇼비니슴적인 기사로 가득 차 있어. 신뢰할 수 없겠더라고."

김규항 : "배부전씨는 백지연이 공인이기에, 그의 불륜은 사회에 해를 끼친다는 거야. 이게 말이 돼?"

김어준 : "공인이면 부부 침실생활도 공개해야 하겠네."

김규항 : "백지연이 남자였더라면 이처럼 문제가 되지 않았을 거야.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보여주는 거지. 정말 괜히 길 가는 사람 잡고 시비거는 꼴이지. 사회적 의제가 될 성질이
아니야. 이걸로 통신망이 들끓었다는 건 야만적인 현상이라고 봐. 그걸 퍼뜨린 사람을 왕따시키고
비난하는 분위기가 잡혀야 제대로 정신이 박힌 나라가 되는데."

김어준 : "설사 실려도 신문 가십난 구석에 실릴 사건이 스포츠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리고. 너무해!"

김규항 : "공인이라는 말도 얼토당토않게 쓰이는데. 탤런트 이승연이 운전면허 '빽'써서 땄다는
것도 그래. 그가 죄를 지었으면 처벌받으면 됐지, 언론이 여론재판을 왜 해!"

김어준 : "이제 오늘의 결론을 내봅시다. 첫째, 조선일보가 좌파가 됐다는 거고, 둘째는
패밀리마트에서 오뎅을 팔지 말라는 것. 마지막으로 백지연은 제2의 ㅇ양이라는 사실이야.
형은 동감해?"

김규항 : "음… 멋진 결론이야. 몹시 동감해."

김어준 : "독자들도?"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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