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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운 로봇은 없다
지능적 행동 위한 기술력 확보 단계… 네발 로봇 ‘센토’도 자율 능력은 없어

(사진/센토는 사람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부에서 명령어를 입력해야 가능하다.)

인간을 닮은 로봇(Humanoid Robot)이 잠시나마 현실로 다가온 것처럼 느껴졌다. 자동으로 작동하면서 인간의 보편적 활동을 대신하는 기계가 우리나라에서 개발되었다는 소식에 들뜨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난 7월29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휴먼로봇연구센터가 발표한 ‘센토’(Centaur)는, 하지만 부푼 기대만큼이나 아쉬움을 남긴 로봇 연구 성과였다. 어쩌면 ‘휴먼로봇’(Human Robot)이라는 부적절한 이름을 붙인 까닭인지도 모른다.

반인반수(半人半獸) 형태의 네발로 움직이는 로봇 센토는 다양한 동작을 보여주었다. 시각 기능을 갖는 머리로 주어진 주위 환경을 인식하고, 2개의 팔과 4개의 다리는 음성이나 키보드 명령에 따라 적절하게 이동한다. 외부의 마스터에 따라 원격 조정되기도 한다. 180kg에 이르는 몸체를 전후 좌우로 움직이며 균형을 잡는다. 따라서 1m를 걷는 데 1분 정도 걸린다. 그래도 이 정도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로봇의 묘기이다. 물컵을 조심스레 다른 컵에 옮기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센토에 명령을 내리는 유무선 랜이 작동하지 않으면 이내 동작을 멈추고 만다. 그런 행동이 지능적 행동이라 말하기는 힘들다.

명령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휴먼로봇?

(사진/인간을 닮은 휴먼로봇을 개발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MIT대학의 코그.)

휴먼로봇이라면 말 그대로 인간의 지능과 감각을 지닌 자율형 로봇으로 학습과 적응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인간처럼 상황을 파악해 적절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런 의미로 센토를 평가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인간 행동을 단순히 재현하는 방향에서 연구된 까닭이다. KIST 휴먼로봇연구센터 김문상 책임연구원은 인간의 종합적 행동을 추구하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한다. “인간적인 기능은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센토는 인간의 단순한 행동을 어떻게 닮을 건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현재로서는 행동의 메커니즘을 구현할 로봇 시스템을 만든 정도이다. 앞으로 2족 보행, 감정을 표현하는 단계로 나아갈 예정이다. 핵심기술을 확보한 만큼 자율적 행동도 머지않아 실현할 것이다.” 지금으로선 인간처럼 움직이는 이동로봇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원조로 불리는 일본 혼다사의 ‘P2’나 ‘P3’도 지능보다 행위를 추구하는 건 마찬가지이다. 1986년부터 개발이 시작된 혼다사의 로봇은 2개의 다리로 걷는 게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97년 9월에 공개한 P3는 사람을 빼닮아 키 130cm에 무게가 130kg이다. 분당 최고 33m의 속도로 노면상황을 파악해 평지와 계단을 가리지 않고 걷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작을 세세하게 사람이 조정해야 하므로 인간의 보편적인 활동을 따라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시험 제작한 P3 로봇들은 요즘 공장견학자들을 안내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금속이나 플라스틱에 인간의 생기를 부여할 수는 없는 것일까. 물리학과 화학의 법칙을 그대로 따르는 생명현상이라면 인공으로 생명체를 만드는 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언젠가는 지적인 기계, 휴먼로봇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현재 나와 있는 로봇은 대부분 산업용 로봇이다. 보편적인 활동보다는 특수한 일을 수행할 뿐이다. 사람들이 하기 어려운 일에는 놀라운 기능을 발휘해도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에는 ‘젬병’인 셈이다. 예컨대 자동차공장에서 용접 도장 조립 등 단순한 일을 반복하거나 사람의 두개골을 자르고 우주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일 등처럼. 화성탐사의 신기원을 이룬 270만달러짜리 ‘파이오니어’도 지능적으로 활동하지 못한다. 요즘 체르노빌 원자로 건물에 응고된 핵물질을 탐사하는 데 쓰이는 이 로봇은 통신으로 임무를 부여받는 ‘원격조작 로봇’(Teleoperator)일 뿐이다.

로봇이 인간을 닮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식적이어야 한다. 기계에 인간의 뇌를 시뮬레이션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지만 뇌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단박에 모사할 방법을 찾기 어려운 것이다. 컴퓨터 기술로 로봇에 상식을 주입해 지능을 높여나가서나 인간의 감정이나 행동을 학습하도록 하면 가능하기는 하다. 상식이 있는 가운데 학습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일이지만. 그런 지식기반의 인공지능 시스템에 대한 연구는 미국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상식을 갖춰나가는 기계장치로는 카네기멜론대학과 스탠퍼드대학 교수 출신의 더글라스 레너드 박사가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사이크’(CYC)가 있다. 사이크는 백과사전(Encyclopedia)이라는 의미로 84년부터 상식 수업을 받고 있다. 아직은 로봇으로 태어나지 않고 컴퓨터 소프트웨어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현재 레너드 박사는 여러 학자와 함께 사이코프사를 세워 사이크에 온갖 상식을 주입하고 있다. ‘밥을 먹으면 배부르다’ ‘가족이 죽으면 슬프다’ 등의 상식을 200만개 정도 보유하는 2001년쯤이면 대강의 지식을 갖춘 성인의 뇌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런 사이크를 장착한 로봇이라면 정보를 수집하고 스스로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로봇에 인간의 생기를 넣을 건가

또 하나는 기계에 지능을 부여하는 것으로, 매사추세츠공과대학 인공지능연구소 로드니 브룩스 박사가 93년에 개발한 로봇 ‘코그’(COG)가 있다. 코그는 ‘인지’(Cognition)에서 따온 말로 인공생명의 핵심 개념인 ‘창발성’에 기초해 개발되고 있다. 인공지능의 네 개의 눈이 모터와 소프트웨어로 제어되는 코그는 반사적인 자극을 익히며 감성훈련을 하고 있다. 2년 전에는 코그의 쌍생아인 ‘키스멧’(Kismet)이 개발되기도 했다. 머리와 팔, 몸통이 있는 코그와 달리 머리만 있는 키스멧은 훨씬 작다. 아기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 입력된 키스멧은 얼굴 표정과 눈 동작으로 화남 싫증 행복 슬픔 피로 등의 감정과 느낌을 표현낸다. 코그 역시 어린아이 수준의 반응을 보이지만 차츰 세련된 방법으로 상호작용하는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언젠가는 사이크와 코그의 지능을 결합한 로봇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로봇도 센토와 P3의 이동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똑똑한 기계일 뿐이다.

센토는 인간을 닮은 로봇을 향한 의미있는 첫걸음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지능없이 네발 달린 로봇을 ‘휴먼로봇’이라고까지 부르는 것은 비약이다. 아무리 뛰어난 로봇의 지능도 여지껏 곤충 수준을 넘지 못한다. 도마뱀 정도가 되려면 2010년은 되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우주선의 선장을 살해한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할9000’을 로봇으로 실현하는 날은 아직은 멀어 보인다.

김수병 기자

soob@mail.hani.co.kr

한겨레21 1999년 08월 19일 제2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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