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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박멸은 가능한가
미생물·천적 이용한 유충구제가 돌파구… 속효성 살충제는 환경오염·인체장애 등 부작용

(사진/모기의 천적. 토종 미꾸라지. 하루에 1천여마리의 유충을 삼킨다.)

이런 모기박멸법은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효과가 뛰어나다. 물 위에서 노는 말라리아모기 유충과 수중의 뇌염모기 유충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올해 신안군을 비롯해 울산시, 여수시, 안산시 등이 이런 모기퇴출 전략을 도입했다. 만약 이 방법이 큰 효과를 거두면 내년부터는 정부차원에서 채택할 가능성도 있다.

모기는 서식지가 물웅덩이나 습지, 고인물이나 흐름이 느린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알을 낳고 번식을 꾀하기에 단기간에 박멸을 기대하긴 힘들다. 게다가 폐타이어, 막힌 홈통, 식물재배 용기, 나무 그루터기 구멍 등 물이 조금이라도 고여 있는 곳은 서식지가 되기 때문에 모기유충을 모두 없애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말라리아 환자 급증… 지구온난화 영향

갈수록 위세를 떨치는 모기의 공세. 한여름밤의 불청객은 지구촌 전역을 무대로 삼아 날뛴다. 두장의 날갯짓에서 나오는 가냘픈 ‘모기소리’는 요란한 파열음을 내는 ‘우뢰소리’를 방불케 한다.

하지만 전남 신안군 압해면 신장리 의근부락에서는 모기들이 소리를 내지 못한다. 신안군보건소가 모기를 박멸하기 위해 마을 저수지와 습지 등 모기유충(장구벌레) 서식지에 토양미생물 ‘박토섹’과 토종물고기 ‘미꾸라지’를 넣은 까닭이다. 모기유충이 박토섹을 먹으면 식중독을 일으켜 위장기능 장애로 즉사한다. 유충들이 박토섹을 먹지 않더라도 먹이를 찾아헤매는 미꾸라지의 새참거리가 되고 만다.

최근 들어 모기 개체수는 뚜렷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모기로 인한 질병도 지구촌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모기가 느는 가장 큰 이유는 엘니뇨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이다. 국립보건원 이종수 의동물과 과장은 “모기는 기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냉혈동물이다. 유충 시기에 물의 온도가 높아 대사작용이 활발히 이루어져 빠르게 성충으로 자란다. 생존주기는 짧아지는 가운데 알을 빨리, 많이 낳게 된다”고 설명한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이유는 환경 파괴로 인해 모기의 천적들이 퇴출되고 있는 점이다. 울산이나 안산 등 공업도시 하천에 유달리 모기유충이 많은 건 수질 오염으로 천적인 송사리나 왜몰개 등이 사라진 탓이다.

모기는 1억년 전 중생대 때 지구상에 나타나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해왔다. 개체수는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이며 종만 해도 무려 3천여종에 이른다. 우리나라에는 숲모기 집모기 얼룩날개모기 등 모두 55종이 서식하고 있다. 모기의 위협을 깨달은 건 지금부터 100여년 전인 1898년, 모기들이 말라리아 기생자들을 전파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그동안 사람들은 모기와의 ‘피나는 전투’를 쉴새없이 벌여왔다. 그럼에도 모기는 더욱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세계적으로 전염병 가운데 에이즈와 결핵 다음으로 많은 감염성 질환이 모기로 인한 말라리아라고 밝힌 바 있다. 해마다 100만명이 넘는 사망자의 대부분은 아프리카의 5살 이하 어린이들이다.

우리나라에서 80년대 초반 완전히 사라졌던 말라리아 환자가 다시 나타난 건 지난 93년이다. 그해 한명이었던 환자는 이후 놀라운 증가추세를 보여 지난해에는 무려 3932명에 이르렀다. 올해에는 그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지난해에 비해 장마기간이 짧아 모기들이 병력 손실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무차별 공습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식량난으로 가축을 많이 없애는 바람에 말라리아를 유발하는 중국얼룩날개모기들이 먹이를 찾아 대거 남하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어쨌든 방역당국으로선 시름에 잠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흡혈귀처럼 사람의 피를 삼키는 모기는 대부분 암컷이다. 수컷은 대개 꽃에서 나오는 꿀물을 먹으며 살지만 암컷은 그것만으론 모자란다. 암컷은 교미나 산란을 한 뒤 난소의 알에 영양가가 풍부한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 흡혈 전선에 나선다. 사람이나 동물을 괴롭혀 모성애를 발휘하는 셈이다. 암컷은 교미를 한번씩 하지만 산란은 6∼7번이나 한다. 복부의 수정랑에 정충을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계속 사용한다. 그때마다 암컷들은 150∼300개에 이르는 알을 위한 흡혈원을 찾아나선다.

유충의 크기가 2∼3mm 정도인 모기는 완전한 자란다 해도 무게가 0.003g 안팎에 불과하다. 하지만 흡혈을 성공리에 마친 모기의 무게는 0.01g을 가볍게 돌파한다. 심지어 몸무게의 6배나 피를 빨아먹는 모기도 있다. 모기가 먹이를 찾는 비결은 탁월한 후각기관에 있다. 식물 꽃향기를 맡아 수액을 들이키고, 인간이나 동물이 호흡할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감지해 흡혈원을 찾는 것이다. 더듬이 밑에 있는 열감각기는 무려 30m나 떨어진 곳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발·땀냄새 등을 감지할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

모기가 좋아하는 냄새가 때론 모기의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속임수를 써서 모기를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에 굶주린 모기들이 독성가스가 든 장치를 헤모글로빈으로 착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마이크로파 구제장치도 그런 방법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전기장치에서 모기들이 타면서 나오는 공기전염성 세균들과 바이러스 함유 입자들이 골칫거리로 남는다. 최근 이런 문제를 극복한 새로운 구제장치가 나왔다. 미국 농업기술연구소와 바이오센서리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잠자리’(Dragonfly)라는 구제장치이다. 이 장치는 사람이나 동물의 혈액계를 흉내낸 것으로 이산화탄소와 열, 옥테놀 등을 혼합한 물질로 모기를 유인해 전자파로 감전사시킨다. 물론 죽은 모기의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지 않고 그대로 받침대에 떨어진다.

모기유충 잡아먹는 미꾸라지에 기대

성충을 공격하는 방법은 구제장치를 비롯해 숱하게 있다. 모기향이나 에어로졸, 전자매트, 몸에 바르는 모기약 등. 차량을 이용한 연무 소독이나 분무기를 이용한 살충제 살포도 있다. 이는 모두 성충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런 속효성 살충제는 신경을 마비시키는 기관지 손상을 일으키고 모기의 뿌리를 뽑지 못한다. 단지 잠깐 눈앞에서 사라진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유충구제는 한마디로 말해 모기의 씨를 말리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바칠루스 티링겐시스(BT), 테모포스(Temephos) 등을 이용한 미생물 살충제이고, 다른 하나는 미꾸라지나 갬브지아(Gambusia: 송사리류의 민물고기) 등 천적을 이용한 생물학적 구제법이다. 국내에서 개발한 ‘박토섹’도 BT제 유전자를 부유성 박테리아에 이식해 배양한 것으로 알칼리성 위에 장애를 일으켜 모기유충을 확실하게 처리한다.

미생물과 생물을 이용한 유충구제법은 이미 선진국에서 대중화했다. 이전의 살충제가 모기의 생명력을 약화시키기보다 인간과 자연환경의 피해를 확산했다는 반성에서다. 미꾸라지를 이용한 천연구제법을 전파하는 고신대학교 생명과학과 이동규 교수(곤충생태학)는 병합적 방제로 모기유충을 박멸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꾸리지는 하루에 모기유충을 1천마리 이상 먹어치운다. 갬브지아의 세배 이상 효과가 있다. 추위에도 강하고 늪지에서도 잘살기 때문에 전천후 천적이라 할 만하다. 미꾸라지와 함께 미생물 살충제를 사용하면 이상적으로 모기를 박멸할 수 있다. 미꾸라지는 토종물고기이기에 외국에 수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김수병 기자

soob@mail.hani.co.kr

한겨레21 1999년 08월 05일 제2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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