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간추린 한주 [an error occurred while processing this directive]
 

'청백리 바람'의 주인공

이사람/이장덕 화성군청 민원계장

“이장덕 정신을 사수하자.”

유치원생 등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화성군 청소년수련원 ‘씨랜드’ 화재참사 이후 얼굴을 들지 못하는 중·하위직 공무원들 사이에 불고 있는 새로운 ‘청백리 바람’이다.

이장덕(40·여·화성군청 지적과 민원계장)씨는 97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화성군청 사회복지과 부녀복지계장으로 일하면서 ‘씨랜드’ 인·허가를 담당했던 지방 6급 공무원이다. 그는 이 기간 동안 규정 미비로 씨랜드 허가를 내주지 않고 버티다 상사의 압력과 폭력배들의 협박에 시달렸고, 끝내 보직을 내놓아야 했다.

최근 경찰에 의해 공개된 그의 비망록은 공직사회의 뿌리깊은 비리 관행과, ‘참공무원’이 되는 길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낱낱이 보여줘 사회에 큰 파문을 던졌다. 그는 씨랜드쪽으로부터 가족몰살 위협을 받을 때마다 남편(43·공무원 6급)과 1남1녀를 친척집으로 피신시키면서도 비망록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의 비망록이 공개된 과정은 극적이다. 참사 뒤 그는 주무 계장으로서 경찰의 첫번째 수사대상이었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그의 집을 뒤졌고, 이씨는 급히 비망록을 찢어 휴지통에 넣으려다 경찰에 빼앗겼다. 그의 비리 혐의를 담고 있을 것으로 여겨졌던 비망록은 오히려 그의 결백함을 증명하는 상징이 됐다. 하지만 이씨는 경찰 수사 뒤 “지금도 (비망록 때문에 자신의 상사가 구속된 데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화성군청엔 “괜히 비망록을 써서 다른 사람에까지 피해를 입히냐”는 분위기도 일부 있다. 우리 공무원 사회가 얼마나 ‘의리를 가장한 공범 의식’에 물들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부분이다.

이씨는 경찰 수사 이후 출근하지 않고 있다. 휴가중이다. 공직생활 20년째를 맞은 이씨는 최근까지 명예퇴직을 할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공직을 물러난다면 또하나의 부끄러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요즘 고민에 빠져 있다.

김기성 기자/ 한겨레 민권사회2부

한겨레21 1999년 07월 22일 제2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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