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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한 음반, ‘싱글’이 온다
독립음반제작사, 본격 싱글음반 선보여… 선진국형 가격정책 등 음반시장 변화 예고

(사진/‘인디’에서 싱글음반으로 처음 내놓는 팀은 부산 출신 3인조 록그룹 ‘에브리 싱글 데이’. 이름처럼 ‘매일매일 우리 귓가를 떠나지 않는’ 싱그럽고 즐거운 음악을 선보인다.)

매체의 변화가 내용의 변화를 이끈다는 것은 굳이 맥루언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몸소 체험하는 바이다. 또 월터 J.옹 같은 언어학자는 이른바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사이의 차이점들을 고찰하면서 문자문화 시대를 사는 우리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여러가지 문화적 관행들이 실은 문자라는 매체에 의해 구성된 것임을 통렬하게 밝혔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따라서 생소하기까지 한 ‘싱글’이라는 매체가 음반업계에 선보인다는 소리를 듣고 우선 드는 생각은 그런 점들이다. 단적으로 싱글이라는 그릇은 새로운 내용들을 담아낼 것이다. 그게 좋은 내용일지 나쁜 내용일지 따지기에 앞서 새로운 내용들이, 새로운 음악들이 선보일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우선은 반가운 일이다. 지금 같은 시대에 조금이라도 ‘다양해지는 것’은 미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80mm 음반에 담아 기존 앨범에 도전

지금까지 우리 음반업계에서 유통되던 음반은 한장의 앨범에 10여곡 가까운 노래가 들어가 있는 LP레코드나 CD, 그리고 테이프가 전부였다. 물론 싱글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삐삐롱스타킹’이라는 밴드가 2곡이 들어가 있는 싱글을 발매한 적이 있고, ‘서태지와 아이들’도 외국의 EP에 해당하는 싱글과 앨범의 중간쯤 되는 분량의 노래를 담은 음반을 낸 적이 있다. 그러나 그런 예들은 전면적인 싱글 시장의 형성에 이르지 못한 단발성 시도에 그쳤다. 그에 비해 이번에 독립음반제작사인 ‘인디 레이블’(이하 인디)이 발매하겠다고 나선 싱글은 단발성이 아니라 시장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전과는 다른 시도로 보인다.

인디가 채택한 싱글음반 매체는 기존의 120mmCD보다 작은 80mm음반이다. 미국에서는 싱글이라 해도 일반 CD와 같은 크기인 120mm음반이, 일본에서는 싱글의 경우 80mm짜리가 유통된다. 그러니까 이번에 인디가 채택한 매체는 ‘일본형’ 싱글이다. 4월1일부터 본격적으로 발매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인디는 이미 10개가 넘는 타이틀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이며, 50여종의 싱글 신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싱글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던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싱글시장의 ‘시장성’에 대한 확신의 부재이다. 두번째로는 싱글시장이 야기시킬 기존 앨범 시장의 위축에 대한 잠재적 우려가 싱글 시장의 형성을 막았다. 세번째로는 새로운 매체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도 있었을 법하다. 또 가격 결정의 문제도 있었다. 사실상 음반 가격이 거의 담합으로 정해지는 우리 음반 시장의 특수한 사정을 반영한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디 레이블은 과연 ‘독립’ 레이블답게 공격적인 방식으로 싱글의 출시를 알리고 있다. 소비자 가격을 4500원으로 정하고 가격을 앨범에 표시한다고 한다. 이 방식은 ‘위탁판매’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인디 같은 경우에만 가능하다. 인디쪽 설명에 의하면 음반에 관한 한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가격 정찰제의 시효’로 자리매김될 전망이라 한다. 이러한 가격 정책은 일본의 경우와 같다. 이른바 ‘선진국형’이라 말할 수 있다.

싱글 시장의 형성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몇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음악하는 사람들의 경우, 여러 곡이 들어가 있는 앨범을 제작할 비용이 없더라도 음반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싱글이 좋은 반응을 얻게 되면 그뒤 앨범 제작을 시도할 것이다. 소비자의 경우에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이점이 있다. 10여곡이 담긴 한 가수의 음반을 의무적으로 사야만 하는 것과 비교하면 그러한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소비자 선택폭 넓어져… 날림음반 나올 수도

물론 부정적인 효과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음악성보다는 단발성의 인기를 노린 싱글이 제작될 확률도 놓은데, 그렇게 되면 싱글이 대중음악의 예술적 질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또 제작이 쉽다고 해서 마구 찍어낸다면 그 음반들을 어떻게 알차게 홍보하게 될지도 미지수다. 홍보가 되지 않고 죽어버린 싱글이 많아지면 안 된다.

그러나 이거 저거 제하고도, ‘기존의 방식’만을 고수하려는 음반 유통업계에 조금이나마 파문을 일으키리라는 것만으로도 싱글 시장의 개막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금 세계는 싱글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보다 훨씬 더 멀리 가 있다.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받은 노래 파일에 어떻게 저작권료를 매길 것인가가 논의되고 있는 중이다. 3월에 열린 미국의 음반업자연합(NARM) 회의에서는 이미 올 연말에 ‘DVD 오디오’가 시판되기 시작할 것임을 알리고 있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인디쪽 표현대로 싱글이 ‘침체와 구태의 늪에 빠진 국내 음반 시장’에 어떠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것인지 주목된다.

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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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1999년 04월 08일 제2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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