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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대’ 오르는 소녀들
인습의 굴레가 부른 이집트 여성할례, “불법” 판결에도 딸의 목숨을 맡긴다

(사진/카이로의 여중생들. 할례 수술이 주로 행해지는 연령층이다.)

“엄마!”

카이로의 한 빈민구역에 위치한 이발소. 이발사의 날선 면도칼 밑에서 울부짖음이 터져나온다. 기를 쓰며 발버둥치는 여섯살배기 여자아이. “싫어요, 나 싫단 말이에요.” 그러나 치마와 팬티가 벗겨지고…. 아이의 엄마는 그저 두손으로 얼굴을 가릴 뿐이다. 애처로운 비명 위로 칼날은 어린 여아의 성기를 헤집는다.

오지농촌의 이발소에서도 시술

여성할례(FGM 여성성기 절제·Female Genitial Mutilation). 여성의 성욕을 억제시키기 위해 여성의 성기에 칼을 대는 시술이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이집트 여인들에게는 ‘숙명’같은 것이다. 할례를 받지 않은 여성은 결혼조차 할 수 없다. 언제나 정숙하며 순결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야 하는 이집트 사회에서 여성은 ‘무죄가 증명될 때까지 유죄’이다. 이집트에서 그들의 무죄를 증명하는 방법이 바로 ‘여성할례’이다.

최근 여성할례가 이집트의 뜨거운 사회적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할례시술과정에서 여아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잇따르고 있는 탓이다. 11살 먹은 모나 압델 하피스가 할례 전 마취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은 지난 여름의 일이었다. 한달 뒤 12살의 또다른 여자아이는 시술도중 피를 많이 흘려 죽을 뻔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아르만트’라는 작은 마을에서 3살, 4살짜리 소녀가 집에서 할례시술을 받다가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지금도 수많은 여자아이들이 병원과 조산원, 이발소로 내몰려 목숨을 저당잡힌 채 수술대에 오르고 있다.

여성할례 수술은 보통 세가지 종류가 있다. 우선 음핵 일부 또는 전체를 잘라내는 것이다. 두번째는 음핵과 소음순을 모두 잘라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음핵과 소음순, 대음순까지 모두 잘라낸 다음, 소변을 보고 월경을 할 수 있도록 양쪽 외음부를 실 등으로 꿰매어 질의 입구를 막아버리는 파라오식 할례가 있다. 파라오식 할례를 받은 여성은 결혼 뒤 남편과의 성관계를 위해 봉합부분을 다시 절제해 ‘열었다가’ 남편이 장기간 집을 비워야 할 때에는 다시 ‘닫는다’.

(사진/“그건 수술이 아닌 도살이다.” 이집트 여성할례대책본부의 상담자인 시함 압델 살람.)

95년 이집트 인구조사에 따르면 14살(이집트의 결혼연령은 매우 낮은 편이다)에서 49살에 이르는 491만4천명의 기혼여성 중 97%가 할례를 받은 것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집트의 한 인권보호기구에 따르면 날마다 여아 3600명이 할례를 받는다는 통계도 있다.

물론 여성할례는 얼마 전부터 ‘불법’으로 낙인찍혔다. 지난 97년 말 이집트 최고법정은 여성할례 금지판결을 내렸다. 최고법정은 “코란에는 여성할례를 허락하는 어떠한 문구도 없으며 예언자 무하마드의 계도와 언행을 기록한 하디스에도 여성할례를 해야 한다는 어떠한 언급도 없다”고 밝혔다. 이 판결에 따르면 할례를 행하는 어떤 사람이나 시술기관도 법에 저촉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엔 징역 3년형에 처해진다. 이는 여성할례 금지대책본부의 끊임없는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왜 이집트인들은 법의 금지명령에도 기를 쓰고 자신의 딸들을 위험에 내맡기는 것일까. 이는 ‘전통과 관습’이라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특히 이집트 변두리지역의 전통적 시골마을 여성이 할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이 끝까지 여성할례를 고집하는 이유는 단순한 ‘성욕억제’의 차원을 넘어선 기막힌 것들이다. “음핵에는 독이 있다. 남성의 성기가 여기에 닿으면 아프거나 죽을 수 있다.” “할례를 안 하면 모유에 독이 생긴다.” “출산 때 아이가 음핵에 닿으면 아이를 죽일 수도 있다.” “할례를 받지 않으면 자위행위를 하게 된다. 동성연애자가 될 수도 있다.” “할례는 얼굴이 노랗게 변하는 것을 막아준다. 더 예뻐진다.”

(사진/“할례는 안 돼요.” 이집트 여성할례대책본부의 계몽포스터.)

완전한 여성이 되기 위해선 할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아직도 이집트 여성 대부분의 생각이다. 딸을 세명이나 기르고 있다는 모나(48)는 이렇게 할례를 옹호한다. “당연히 우리 딸들 모두 했다. 나의 어머니가 했고, 그 다음엔 내가 했고, 또 나의 딸들이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전통이다.” 또른 여성 나즐라(53)도 같은 생각이다. “우리가 할례를 받고 또 우리 아이들에게 할례를 행하는 것은 남자와 여자간의 구별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다. 할례를 받지 않은 여성은 남편에게 ‘음핵이 있는 여자’라고 욕을 먹는다. 할례받지 않은 여자는 음핵이 남자를 찌를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불법적인 여성할례가 대부분 비위생적인 곳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인가받은 병원에서 시술되는 경우는 전체의 30%뿐. 나머지 70%는 빈민지역이나 오지농촌의 조산원이나 이발소에서 은밀히 행해지고 있다. 이런 곳에서는 시술경험이 있는 중년부인이나 이발사가 칼을 잡는다. 시술도구 역시 형편없다. 면도칼, 가위, 부엌칼은 물론 유리조각까지 동원된다.

시술이 병원에서 이뤄진다고 해서 안전한 것도 아니다. 여성할례 시술은 의대 전공과목에서 배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의사들 역시 시술 경험자들에게서 여성할례 노하우를 전수받는 아이러니가 벌어지는 판이다. 의사들은 한편으로 여성할례를 영속화하는 공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그들의 판단 아래 합법적인 여성할례 시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할례 금지판결에도 “담당의사가 ‘의학적으로 할례가 요구된다고 판단할 경우’ 시술을 허용한다”는 구절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지난 7월의 여아사망사건 역시 모두 의사의 수술과정에서 벌어진 것이었다.

“할례의 해악을 퍼뜨려라”

그러나 이집트 산부인과협회는 최근 회의를 통해 “의학적으로 할례가 요구되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의학적으로 할례가 요구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설사 그런 경우가 있더라도 그 시술의 필요성은 의사 개인이 아니라 여러 소아과의와 호르몬 유전학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일치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집트 여성할례대책본부의 상담자이자 실제 의사이기도 한 시함 압델 살람은 이렇게 말한다. “여성할례는 아무 이상 없는 멀쩡한 신체에 칼을 대는 것이다. 이것은 의학이 아닌 도살이다. 이런 시술을 의사가 돕는다면, 그것은 의학적 근거가 아닌 이념적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집트 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종교와 인습이다. 많은 여성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남존여비의 불평등 사상이 팽배한 이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여성 본인들의 의식전환이다. 시함 압델 살람은 강조한다. “그들은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피해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고민한다. 할례를 받는 것만이 그들의 삶을 꾸려나갈 유일한 체제라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여성할례를 폐지시켜야만 하는 이유와 할례의 해악을 이해시키는 것만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카이로=이지은 통신원

puterlee@brainy1.ie-e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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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1998년 12월 31일 제2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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