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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를 태워라?
재활용 가치에 도전하는 ‘폐지 소각론’… 에너지 생성·환경오염 극소화 내세워

“환경을 생각한다면 종이를 태워라.”

재활용이 생활의 미덕으로 자리잡은 마당에 웬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당연히 반환경적 발언으로 들린다. 요즘 재활용은 검소한 생활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만일 폐종이를 모으는 게 환경을 해치는 일이라면 생활문화를 바꾸고 환경정책을 다시 수립해야 할지 모른다.

폐지 재활용이 환경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미국 매사추세츠 투프츠대학 환경정책학과 프랭크 액커먼(Frank Ackerman) 교수를 비롯한 생태학자와 경제학자들이다. 액커먼 교수는 지난해 펴낸 '우리는 왜 재활용을 하는가'라는 제목의 책에서 “폐지를 재활용하는 것은 ‘옳은 신념’을 만족시킬 뿐 최선의 방안은 아니다”고 밝혀 세계 환경학계의 주목을 끌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지구환경을 지키겠다는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주장이다. 가정에서 폐지를 모으는 게 폐지 재생업체의 수익만을 높여주는 쓸데없는 노력일 수 있다는 것이다.

종이 재생과정의 환경비용 만만치 않다

최근 재생산업은 세계적인 유망업종으로 떠올랐다. 종이 재활용산업이 전체 산업 생산량의 2.5%를 차지할 정도다. 미국의 경우 대규모 목재가공산업체들은 잇따라 폐지 재생공장을 설립해 연간 4천여t의 재생용지를 생산한다. 현재 신문폐지 가격은 1t에 1백50달러 안팎으로 지난 95년에 비해 일곱배 이상 값이 올랐다. 우리나라도 폐지 재활용률이 55%에 이르러 올해 3백75만t의 재생용지를 생산할 계획이다. 폐지를 소각하면 그만큼 펄프를 수입하는 데 외화를 쏟아부어야 한다.

과연 폐지 재활용은 환경을 위한 것이 아닐까. 재활용이 환경론자들의 ‘신성한 명분’일 뿐이라면, 신문과 각종 책자를 본 뒤 종이수집함에 넣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어쩌면 소중한 에너지 자원을 낭비하는 행위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 해답은 종이 폐기물에 대한 전반적인 환경비용을 따지며 찾아야 한다. 하지만 환경비용을 계산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현재 각국의 발표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1kg을 대기에 방출하는 환경비용도 1달러에서 50달러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어떤 경우는 환경비용이 폐지처리 비용의 50%를 차지하기도 한다. 환경비용을 어떻게 책정하는가에 따라 폐지 재활용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영국 임페리얼대학 환경기술센터 에너지정책 분석가인 매튜 리치(Matthew Leach) 연구팀은 환경비용을 통해 폐지 처리방법을 제시한다. 그는 종이폐기물이 처리되는 가능성을 양질의 종이로 재활용, 저급한 종이로 재활용, 에너지를 생산하는 소각, 혼합물을 이용하는 방안, 매립해 메탄을 생산하는 방안 등 다섯가지로 나누어 각각의 경제·환경적 손익을 따져 최상의 폐지처리 경로를 밝혀냈다. 그에 따르면 공해발생 비용을 낮게 잡을 경우 폐지의 80%는 재활용하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환경비용을 높게 책정할 경우 폐지의 3분의 2는 소각하는 게 유리하고, 나머지 저급 종이는 혼합물로 처리하거나 매립하는 게 유리하다고 한다. 종이 재활용 방안은 환경비용을 낮게 잡을 때 설득력이 있지만 환경비용을 높게 책정한다면 소각하는 게 최선책이라는 것이다.

리치 연구팀이 환경을 생각하는 최선의 폐지 처리방법으로 소각을 든 것은 태우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에너지의 가치를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종이 소각처리로 공장에서 보일러로 터빈을 돌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고 말한다. 런던 북부의 에드먼턴 소각장은 종이를 태워 20메가와트의 발전기를 돌린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일부 소각장의 경우 열합병발전소를 가동해 생산한 전력을 인근 공장과 사무실 등지로 보낸다고 말한다. 이에 비해 재활용은 처리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공해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또한 폐지가 수집돼 재활용 공장까지 운송되는 과정에서 많은 대기오염이 발생하는 것도 재활용의 난점으로 지적된다. 물론 소각의 경우도 옮겨가야 하지만 대부분의 소각장이 재활용 공장보다 가까이 있어 운송비용·공해발생 등에서 이로운 게 사실이다.

국내의 폐기물 재활용에 대한 경제성 평가는 리치 연구팀의 조사와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환경부 폐기물자원국이 지난해 4월 실시한 재활용·매립·소각 등에 대한 평가조사에 따르면 폐지류 재활용에 따른 편익이 고철, 유리병, 폐타이어 등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폐지 1t을 처리(수집·운반·재생·오염 등)하는 데 재활용은 4만7천9백84원의 수익을 올리지만, 매립과 소각은 각각 10만7천5백57원, 13만4천3백16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평가도 환경오염에 대한 ‘추정비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해 완벽한 수치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국내 연구자들은 폐지 처리와 관련해 재활용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저공해연소연구팀 이시훈 연구원도 ‘폐지 재활용’이 당연하다는 쪽에 있지만 에너지 생성에 대해서는 관심을 표시한다. “신문지의 경우 잉크를 제거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약품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독성물질이 나와 ‘제2의 공해’를 유발한다. 신문 등 인쇄물은 잘 타기 때문에 소각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소각장은 시간당 1백kg 정도를 처리하므로 에너지 회수가 거의 불가능하다. 따로 발전시설을 마련했을 경우의 경제성을 검토해 볼 만하다.”

인공조림지의 생태계 파괴 등 반론도

국내에서 쓰레기 소각장은 독가스의 대명사로 불린다. 소각장이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고 발암물질을 쏟아낸다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종이를 소각할 경우에도 폐지에 섞인 염소가 타면서 다이옥신을 배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각에 대한 환경기준이 철저해지고 다이옥신 처리기술이 발달해 종이 소각은 염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리치 연구팀은 소각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새로운 나무를 심으면 그 나무들이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셔 온실가스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하다. 이런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녹색연합 폐기물부 육경숙 간사는 종이 소각처리에 대해 생태계를 파괴하는 위험한 생각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폐지를 소각하면 종이 재생과정이 사라져 새로운 나무를 인공조림지에서 계속 조달해야 한다. 그럴 경우 단일종만 재배하는 인공조림지를 더욱 넓혀 기형적인 생태계를 낳게 된다. 현재로선 효율적인 재활용 기술을 연구하는 게 환경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다.” 그는 환경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자원 이용을 줄이는 것이고, 그 다음은 재이용·재활용이며 소각은 최악의 방법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이런 주장의 이면에는 종이팩 사용에만 해마다 1천2백70억원이 들어감에도 재활용률이 25%에 머문 국내 실정이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쓰레기는 거대한 산업을 형성하고 있다. ‘폐지 소각론’이 학계의 인정을 받아 정책에 반영되면 폐지 재생산업은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다. 재활용의 미덕은 공인받은 생활의 가치지만 ‘폐지 소각론’은 일단의 연구자들이 주장하는 하나의 가설인 까닭이다. 정부 관련부처와 학계는 지구 환경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충분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김수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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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1998년 04월 02일 제2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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