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표지이야기
 

국방부의 복지부동
<한겨레21>의 정보공개요청 묵살…"무슨 도움 되느냐" 해묵은 이야기만

(사진/지난 3월21일 <한겨레21>이 국방부 공보기획과로 발송한 '중앙정보부의 청룡여단 제1대대 제1중대 수사기록' 공개요청)

이제 열쇠는 국방부가 쥐고 있다.

69년 중앙정보부의 조사기록이 남아있다면, ‘제2 밀라이 사건’의 진상은 남김없이 규명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방부는 말이 없다.

<한겨레21>이 ‘중앙정보부의 양민학살 조사’ 사실을 안 것은 지난 3월15일이었다. <한겨레21>은 1주간의 보충취재를 한 뒤 국방부에 사실확인을 요청했다. 3월21일이었다. ‘해병대 사령부와 중앙정보부의 청룡부대 1대대 1중대 수사기록(1969년) 공개요청.’ 국가정보원쪽에서는 대공수사 기록이 아닌 청와대 특명수사는 해당 부처로 이관한다고 밝힌 상태였다. 또한 정부문서기록보관서는 국방부 자료를 취급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시간만 끌었다. 그러다 4월 초쯤 취재팀의 성화에 마지못해 답변했다. “없다”는 것이었다. 국방부 공보기획과의 영관급 간부는 “없는 것으로 안다. 보존연한이 15년”이라고 말했다. 왜 보존연한이 15년인지는 물론 설명하지 않았다. 국방부의 입장을 보다 정확히 꼬집어 말하자면 ‘알고 싶지도, 찾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 1월쯤 국방부의 한 장성이 <한겨레21>로 연락을 한 적이 있다. 그는 ‘한국군 양민학살’ 문제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베트남 정부쪽 한국군 양민학살 자료를 얻고 싶다고 했다. 마치 이 문제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라도 마련할 것처럼. <한겨레21>은 베트남 문화통산성이 발행한 ‘남베트남에서의 남조선 군대의 죄악’을 포함해 두툼한 10여권의 자료를 현지에서 조달해 건넸다. 그뒤 국방부가 사소한 제스처라도 취했을까? 그 장성은 <한겨레21>이 ‘중앙정보부 양민학살 조사’ 정보공개요청과 관련해 연락을 하자 “왜 30년도 넘은 이야기를 들쑤시느냐”며 닳고닳은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심지어는 “<한겨레21> 기자들이 입신출세와 부귀양명을 위해 양민피해 문제를 떠들고 있다”는 악담까지 했다.

<한겨레21>이 305호 표지이야기로 다룬 김기태씨 증언과 관련해서도 국방부는 ‘방해꾼’의 면모만을 보였다. 보도 직후 취재팀과 만난 김기태씨는 국방부의 한 장성이 전화로 은근히 엄포를 놓았다며 걱정했다. “선배님, 왜 참전군인 전체의 명예를 더럽히십니까. 전범에는 공소시효가 없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군인정신이란 무엇일까. <한겨레21>은 그들에게 무리한 역사의식을 요구한 것일까.


한겨레21 2000년 05월 04일 제3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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