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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교선씨가 출감인사드립니다

지난 3월28일 아침. 책갈피 출판사 대표 홍교선(28)씨는 구치소에서 선고공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지난 99년 6월,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 <동성애자 억압의 사회사> 등 이른바 이적표현물을 출판·배포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됐다. 홍씨는 98년 11월에도 비슷한 이유로 구속기소됐다가 99년 1월에 집행유예로 석방됐었다. 홍씨는 ‘한 1∼2년은 감옥에서 살겠지…’라며 차분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갑자기 선고공판이 연기됐다. 그리고 저녁 11시께 보석으로 출감하게 됐다는 통보가 전해졌다. 10개월 만의 출소였다.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된 사람이 보석으로 나오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 홍씨는 자신이 풀려나게 된 이유를 “출판·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많은 분들이 애써 주신 덕분”이라고 말한다. 실제 지난해 7월부터 민주노동당, 언노련 등 18개 단체로 구성된 ‘홍교선씨 석방을 위한 공동대책위’가 꾸려져 활동해왔다. 호응도 좋았다. 변호사비는 모두 성금으로 채워졌고, 약 1만명이 석방요구서명에 동참했다.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이 활발하던 지난해부터, 그의 석방여부는 ‘사상·표현의 자유’를 가늠하는 잣대로 간주되었다. 그래서 이번 ‘보석허가’는 중요한 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풀려나자마자 출판사로 돌아온 홍씨. 고등학교 졸업 뒤 5년간 은행을 다니던 그가 출판일을 시작한 것은 “인문·사회과학서적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였다. 어느덧 6년이 흘러 이제 이 일을 ‘천직’으로 생각한다며 “누가 뭐래도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책은 계속 낼 것”이라고 다짐한다.

마지막으로 난센스 하나. 구속 중이던 99년 9월, 그가 출간해 이적표현물로 분류된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의 저자 알렉스 캘리니코스 교수(요크대)는 서울대, 고려대 등에서 대중강연을 가졌다. 또 그 책은 전국 10여개 대학에서 강의교재로 쓰이기도 했다. 캘리니코스 교수는 이씨의 구속을 “국제적 추문”이라며 비아냥거렸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몇권의 책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할 만큼 허약한 것일까. 남은 홍씨의 재판결과가 하나의 해답이 될 것이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한겨레21 2000년 04월 13일 제3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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