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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는 물 먹은 적 없다
박정희 때부터 영원한 2인자… 정치적 소외의식은 뿌리깊게 존재

(사진/충남 당진군 지구당 정기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JP일행. 조목조목 따져보면 그의 '지역차별론'은 별로 근거가 없다)

선거 때면 충청권에도 어김없이 지역주의 바람이 몰아쳤다. 원인 제공자는 여야 정치권이다. 각자의 정치적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지역감정에 군불을 지핀 탓이다. 불길이 옮겨붙는 바탕에는 충청도가 영·호남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적절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특유의 정서가 놓여 있다. 이른바 ‘핫바지론’이나 ‘충청권 무대접론’이 그것이다. 충청권은 지금까지 정말 적절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소외된 것일까?

DJ집권 이후에도 많은 몫 챙겨

지역홀대의 근거로 항상 제기되는 것은 특정지역 출신에 대한 인사차별과 예산배분에서의 지역편중 현상이다. 그러면 장·차관 등 고위직 인사에서 충청권은 어떤 대접을 받았나를 구체적 수치를 통해 살펴보자.

박정희 정권 등장 이후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으로 이어지는 기간 동안 장·차관급 인사는 모두 1633명. 이 가운데 충청권 인사는 13.8%인 225명(충남 161명, 충북 64명)이었다. 같은 시기 영남 출신 장·차관은 전체의 37.3%인 609명(경북321명, 경남 288명)이었고, 호남은 11.9%인 195명(전남 111명, 전북 84명), 서울이 194명(11.9%), 경기 108명(6.6%), 강원 57명(3.5%) 등이었다. 통계상으로 볼 때 충청권이 영남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장·차관을 배출한 셈이다.

충청권은 김대중 정권 등장 이후에는 공동정권의 파트너로서 상당한 대접을 받았다. 지난 98년 3월3일 첫 내각구성에서 JP(충남 부여)가 총리에 오른 것 외에도 17개 장관자리 가운데 3개를 차지했다. 이규성 재정경제(충남 논산)·강창희 과학기술(대전 중구)·김선길 해양수산부 장관(충북 중원)이 그들이다. 국민회의 소속인 이해찬 교육장관(충남 청양)까지 포함할 경우 장관직의 23%가 충청권으로 채워진 셈이다. 뒤이어 3월8일 차관급 인사에서도 충청권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38명의 차관 가운데 21%인 8명이 등용됐다. 정덕구 재경부 차관(충남 당진), 이건춘 국세청장(충남 공주)·안병만 예산청장(충북 청주) 등 핵심요직에도 포진했다. 대통령이 호남출신으로 바뀐 뒤에도 충청권은 여전히 제2의 세력을 유지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충청권의 강세는 99년 5월 2차 개각에서부터 서서히 약화되기 시작했다. 정치인 장관배제 방침, 자민련쪽의 인물난에다 김종필 총리가 자기 몫을 주장하지 않은 까닭이다. 3월11일 현재 28명의 장관급 인사 가운데 충청권 출신은 조성태 국방장관과 이항규 해양수산부 장관 등 2명뿐(7.1%)이다. 호남 출신 장관이 10명(35.7%), 대구·경북, 부산·경남 등 영남권 출신이 6명(21.4%)인데 비하면 충청권이 상당히 약세이다. 그러나 3급이상 고위공직자 가운데 충청권의 비율은 16.1%로, 현 정부 출범전인 98년 2월24일 당시 16.8%와 비교할 때 큰 변화가 없다. 이런 수치는 3급이상 공무원들이 대체적으로 태어난 무렵인 1955년 당시 충청권 인구비율 15.9%와 매우 근접해 있다.

예산배정을 통한 지역차별은 인사에 비해 가늠하기가 훨씬 어렵다. 기획예산처 등 예산전담 부서에서 지역별 예산배정 내역에 관한 공식 통계를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기획예산처는 “고속전철 사업처럼 여러 지역에 걸쳐 있어 어느 지역을 위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사업이 대부분”이라며 집계가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기획예산처의 다른 한 관계자는 “지역간 예산배정 내역은 지역차별 논란을 불러오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굳이 통계를 내지 않는 게 관행”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간 예산배정의 편차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지표는 특별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배분 내역이다. 특히 특별교부세는 사용 항목도 정해져있지 않고 국회의 결산심사도 받지 않는 이른바 ‘눈먼 돈’으로, 과거 정권부터 각 지역의 민원성 사업을 해결해주는 선심성 예산으로 이용돼왔다. 한경대 이원희 교수(행정학)는 “행자부 장관이 각 자치단체에 정부의 시책사업이나 지역개발사업 지원 등의 명목으로 나눠주는 특별교부세는 예산에 대한 지역편중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주요한 잣대가 된다”고 말한다.

경제지표에서도 홀대당하지 않아

(사진/3공화국 시대의 JP. 그가 계속 2인자였듯이 충청도 역시 지역적으로 2인자였다)

99년 행자부가 16개 광역자치단체에 배분한 특별교부세는 모두 5605억2천만원(11월15일 기준). 행자부는 이 가운데 대전시에 184억8800만원, 충남 468억1800만원, 충북에 318억8천만원 등 충청권에 모두 971억600만원을 배정했다. 이는 전체 특별교부세의 17.32%에 해당하는 액수다. 충청권 인구가 475만4천여명(98년 말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10.2%인 점을 감안하면 충청권을 홀대하지는 않은 셈이다.

한편 같은 기간동안 행자부는 광주와 전·남북 등 호남권에 1138억2천2백만원(20%), 부산·대구를 비롯한 영남권에 1696억7천9백만원(30.2%)을 내려보냈다. 호남과 영남의 인구비율은 각각 11.7%와 25.9%다. 결국 인구비율을 감안해 볼 때 특별교부세의 배분에서도 충청은 호남에 이어 다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행자부는 지난 98년에도 전체 특별교부세 6353억8400만원 가운데 16.29%인 1035억500만원을 충청권에 배분했다. 이와 관련해 행자부 한 관계자는 “충청권에서 벌이는 도로·교량 건설 등 각종 민원성 사업을 중앙정부에서 상당히 배려한 편”이라고 말했다. 대전시청 예산관리과의 한 관계자도 “벌여놓은 사업이 많아 재정적 어려움은 해소되지 않았지만 교부세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핵심지표 가운데 하나는 실업률과 어음부도율이다. IMF의 후유증이 계속된 최근 2년여 동안 충청권의 실업률과 어음부도율은 오히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낮게 나타났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충남의 실업률은 전국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낮은 1.9%로 나타났다. 전국평균 실업률이 4.7%(실업자 103만7천명)인데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충북과 대전도 각각 3.0%와 3.5%로 전국에서 4번째와 5번째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반면 당시 부산지역은 6.3%로 전국 최고의 실업률을 기록했다. 광주(5.8%)와 대구(5.3%), 인천(5.2%), 서울(5.0%) 등 수도권과 영호남의 대도시들도 평균치를 넘는 높은 실업률을 기록했다. 충청권의 이런 낮은 실업률 추이는 IMF가 몰아닥친 지난 2년 동안 대체로 지속됐다. 결국 충청지역 유권자들은 부산이나 대구 등 다른 지역에 비해 IMF의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체감한 셈이다.

물론 낮은 실업률과 부도율을 지역경제의 튼실함을 반영하는 지표로 단순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통계청은 “일반적으로 공장이 밀집한 도시지역은 IMF 이후 닥친 기업의 도산 등으로 실업률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면서 “충청권의 낮은 실업률은 1차 산업 중심으로 꾸려온 지역경제 탓도 크다”고 분석했다.

물론 지역내총생산은 그동안 영남중심, 대도시 도시중심으로 추진되온 공업화를 반영하듯 지역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97년 기준으로 충남은 19조3750억원으로 충북(15조3250억원)보다 앞섰다. 호남에서도 전남이 23조1580억원으로 전북(15조4590억원)보다 많았다. 영남지역은 호남과 충청을 모두 압도했다. 특히 경남의 경우 충남의 2배가 넘는 52조730억원의 지역내총생산을 기록해 생산시설이 경남쪽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국내 최대의 지역총생산은 97조9470억을 기록한 서울이 차지했고, 그 뒤를 경기도(78조4720억원)가 이었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는 지역개발 정도를 나타내는 한해동안의 건설수주액은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98년 한햇동안 충남의 건설수주액은 모두 5조150억원, 충북은 이보다 적은 3조1210억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동안 전남의 건설수주액은 5조8560억원으로 충청권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같은 호남인 전북은 4조4470억원으로 충남보다 적게 집계됐다. 경남과 경북은 각각 5조6020억원, 5조7160억원을 기록해 전남지역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격차가 혼재하는 양상이 드러난 것이다.

'지역차별'은 선거용 구호일 뿐

위평량 경실련 정책위 부실장은 “지정학적 특성상 또는 과거 개발독재 시절부터 경부선을 축으로 발전을 추진하면서 부산·경남 등 영남권이 공업시설 등 몇몇 부분에서 좀더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대접론을 말할 정도로 충청권이 소외되지는 않았다고 본다”면서 “인사나 예산, 지역개발 격차 등을 내세워 지역차별을 얘기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선거용 구호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충청권은 왜 무대접론에 동조하는 것일까.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지역개발이나 인사에서 구체적인 불이익을 당했다기보다는 영남과 호남이 정권을 잡으면서 충청도만 소외됐다는 피해의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전지역신문협회 심규상씨는 “정치적 기득권 세력들이 도시중심의 개발정책을 추진하면서 생겨난 도농간의 격차를 해결하기보다는 정치적 위기의 순간에 이를 지역적 격차로 교묘히 선전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남에서건 호남에서건 도농간에는 소득은 물론 상수도보급률, 도로포장률 등 삶의 질에서 다양한 격차가 생겨나고 그에 따른 소외감을 갖기 마련인데도 기득권 세력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 소외감을 지역문제로 치환해버린 결과라는 것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한겨레21 2000년 03월 23일 제3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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